니치마켓, 즉 틈새시장은 어떻게 하면 발견할 수 있을까?  첫번째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항상 귀를 기울이면서 수요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세상의 어떤 제품도 모든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이 있다. 또한 시장의 주류제품이라는 건 반대로 그 포지션에 고정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초코파이가 초콜릿을 쓰지 않는다든가, 새우깡이 길쭉한 모양을 바꾸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성공한 존재는 그 성공의 요소에 집착하게 된다. 틈새시장의 발견은 이런 집착에 사로잡힌 기존 제품의 단점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기능적으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너무도 오랫동안 당연하게 써와서 도리어 식상하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그렇게 조사하게 되면 반드시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부족한 점이 도출된다.


두번째로 이런 과정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제품과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 가운데 하나는 지나친 욕심이다. 첨단전자기술을 자랑하던 90년대 일본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경쟁하듯 새로운 제품에 많은 기능을 부여했다. 그러다보니 제품에 붙은 버튼은 많아지고 조작법은 점점 불편해졌다. 정작 그런 복잡한 기능 가운데 소비자가 많이 쓰는 기능은 없다시피했다. 하나의 제품으로 될 수 있으면 많은 소비자의 기호에 응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런 복잡한 제품은 생산단가 상승과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가져왔다. 소비자로서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고 일년에 한번이나 쓸 지 모르는 기능을 위해 돈을 더 지불하며 불편한 조작법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었다.




아이팟을 처음 구상할 때 애플에서는 이미 출시된 시중의 수많은 MP3플레이어를 사와서 꼼꼼히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초보자가 편하게 너무도 조작법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스티브잡스는 원하는 곡을 하나 찾기 위해 눌러야 하는 버튼 횟수가 너무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보다 편리한 조작법을 찾아서 고민한 결과가 유명한 클릭휠- 돌리고 클릭하는 인터페이스의 개발로 이어졌다.

아이팟의 클릭휠 인터페이스에도 단점이 있다. 지나치게 단순하고 쉬운 것을 추구하다보니 제품 자체에 다양한 기능을 넣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팟을 그저 음악을 듣는 기기로만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했다. 이미 출시된 제품들이 음성녹음기능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기능을 넣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과 집중은 성공했다. 클릭휠은 이후 아이팟의 상징이 되었고 다른 모든 인터페이스를 제압하는 정도로 성장했다.


이후로 아이팟에는 심지어 액정화면을 없애고는 버튼조차 극도로 단순화시켜 재생버튼만 달린 아이팟 셔플도 나왔다. 대신에 기기의 크기를 작게 만들고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이런 선택과 집중에 호응했다. 직접 곡을 선택하지 못하고 저장된 음악이 랜덤하게 나오는 것조차 하나의 유행이자 문화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더 비싸고 기능 많은 기기를 만들겠다는 욕심을 포기하고는 기본 기능에 집중한 결과다.


세번째로 숨어있는 소비자의 수요를 포착하더라도 채산성이 맞는 시장이 되는 지 확인해야 한다.틈새시장이라고 부르기에도 오히려 너무 좁은 특수수요에 가까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섣불리 뛰어들지 않는 게 좋다. 소수의 열광적인 소비자는 목소리가 크지만 실제로 그들이 요구하는 제품이 합당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휴대폰 시장에서 쿼티 키패드 탑재 제품이 그런 예에 가깝다. 항상 원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막상 출시한 회사 가운데 의미있는 판매고를 올려 이익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 소비자의 목소리라는 수요와 사업채산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균형있게 비교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작은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틈새시장이 커다란 성공을 거둬서 주류시장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주류시장이 달리 주류가 아니다. 그만큼 탄탄한 수요가 집중되어 있다. 한 가지 요소로 니치마켓에서 성공해도 그 요소가 주류시장에 간단히 추가되어 흡수될 수도 있다.


앞서 니치마켓의 성공사례로 들었던 블랙베리폰은 현재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터치스크린 입력수단이 보다 정교하게 발달하고 푸쉬 서비스까지 추가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쿼티 키패드 하나보다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솔루션이란 점이 틈새시장을 연 성공요인이었다.

하지만 그 솔루션 자체가 주력에 흡수되는 시간동안 블랙베리폰은 더이상 아무런 진보가 없었다. 자기만의 또 다른 니치마켓을 찾아가기 보다는 주류시장을 쫓아가려는 행보를 보였다. 결과는 소비자의 외면과 주가폭락이었다.



성공에 안주해버린 주류시장의 빈틈을 파고들어서 성공하는 것이 틈새시장의 비결이다. 그런데 틈새시장이 다시 성공에 안주하면 다시 주류시장의 반격을 받게 된다. 소비자는 누구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틈새시장을 발견해서 거둔 성공은 또다른 도전을 위한 기반이다. 결국 끊임없는 도전만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이 글은 필자가 전자책 서점 북릿에 기고한 원고를 가공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