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에 온 외국용병 한 명이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는 야구나 축구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이죠. 그 용병이 꼽은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그건 '스타 크래프트 리그'였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며 펼치는 스포츠였던 것입니다.


얼핏 우스개소리같지만 정말 그때는 사실에 가까웠습니다. 온게임넷에서 방영되는 스타리그는 늘 뜨거운 관심을 몰고 다녔습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을 비롯해 홍진호, 박정석 등 대중들에게 이름만 대도 통할 수 있는 스타도 많이 배출되었지요. 광안리 해변에서 펼쳐진 스타리그 결승전에 무려 10만 관객이 몰린 것은 두고두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속에 이어진 스타리그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외국방송사에 일부러 취재도 해가고, 외국 게이머들이 한국에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일생의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불안요소가 많았습니다. 프로게임 방송이라고 해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오로지 스타크래프트 일 뿐이었으니까요. 다른 게임은 거의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는 개발된 지 너무 오래된 옛날 게임입니다. 언젠가는 보는 사람들이 질릴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인기게임이 함께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방송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타리그 이외에는 인기를 얻어 정착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결국 간신히 인기를 이어나가던 스타리그도 스타크래프트2의 발매, 승부조작 사건 등 여러 악재에 휘말려 인기를 잃어갔습니다. 결국 이대로 한국의 게임리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최악의 우려까지 나왔지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희망의 불씨가 하나 남았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줄여서 LOL이라고 불리는 게임이 방송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스타리그가 쇠퇴하고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예상보다 부진한 틈을 메워주기 시작한 겁니다. LOL리그는 마침내 스타리그의 성공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기대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5월 1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OL의 첫 정규리그 결승전 현장에는 약 8천 여명의 관중이 모였습니다. 팬들은 아침 7시부터 경기가 진행된 일산 킨텍스에서 줄을 섰습니다. 스타리그와 프로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대규모 응원전이 벌어지면서 각종 온라인 e스포츠 카페에서는 스타1에 버금가는 게임리그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잇달았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9일(토) 온게임넷에서 방송된 AZUBU LOL the Champions Spring 2012 결승전은 대학생 남성(20~25세)에서 최고 시청률 2.219%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스타리그를 잇는 LOL리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1. 높은 완성도.

리그오브레전드(LOL)는 워크래프트3와 같은 실시간 전략게임을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똑같은 줄기에서 나온 장르입니다. 전략성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스피디한 전개를 볼 수 있기에 방송 중계에 가장 적합합니다. 한국 방송 중계에서 흥행할 수 있는 요인은 '보는 재미' 입니다. 비쥬얼 적으로도 LOL은 훌륭한 특성을 갖췄습니다.


그 중에서도 LOL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30만 명이 넘는 국내 플레이어가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국내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던 게임이다. 프로게이머 이윤열, 장재호, 홍진호가 LOL의 높은 게임성에 감탄했다는 인터뷰를 했지요. 국내에서도 이미 이 작품은 강한 흡입력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라이엇게임즈는 캐릭터와 업데이트를 활용한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고 유저들을 위한 운영정책을 폈습니다. 오진호 라이엇게임즈 대표는 “돈을 버는 것보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LOL은 수익모델이 아이템 판매 방식임에도 게임의 난이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2. 단체전 대전 게임.

LOL은 80명의 강력한 챔피언 가운데 캐릭터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대전게임입니다. 더구나 싱글 플레이가 아닌 5: 5 라는 단체전 성격을 지닙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기본적으로 혼자 즐기는 싱글 플레이라는 특성을 지닌 것과 대조적입니다. 

제 2의 스타크래프트를 노리고 만들어진 게임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만든 게임은 결국 스타크래프트의 그림자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무엇을 만들어놓아도 스타크래프트의 아류라는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 심지어 워크래프트3 조차도 그런 이미지 때문에 고전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는 단체전이란 특성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와의 확고한 차별성을 구축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13년 동안 e스포츠방송을 만든 온게임넷이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3. 판타지적 세계관.

사실 한국 사람들은 SF보다 판타지를 더 좋아합니다. 그동안 한국 극장에서 인기를 얻었던 헐리우드 영화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지식이 필요하고, 다소 삭막한 느낌을 지닌 SF에 비해서 판타지는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LOL은 이런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검과 마법, 몬스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곳에서 벌이는 전투는 잠시 현실을 잊고 꿈속에 빠져들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은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여기에 챔피언을 통한 세밀한 컨트롤이 전황을 좌우한다는 액션게임 요소와, 챔피언의 배치를 포함한 아이템 사용타이밍을 고민하게 만드는 전략게임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점이 좋습니다. 전투장면에서의 경쾌한 타격감과 빠른 전개가 화려한 비주얼의 마법을 뒷받침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송경기의 요소지요. 이런 요소들이 성공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기에 아직은 완전한 성공이라 점치기에는 이릅니다. 특히 차별성을 주었던 단체전 게임이란 요소가 가장 큰 장애요소이기도 합니다. 먼저 단체전이란 특성상 특정한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게임방송에서는 스타를 원합니다. 임요환이나 박정석 같은 스타를 만들어서 붐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리그로서 지속적인 성공을 하려면 게임을 즐기는 선수가 많아져야 합니다. LOL은 많은 재미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타크래프트 만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지 못했습니다. 좋은 선수가 계속 나와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평소 PC 방이나 집에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런 면에서 단체전 게임이란 요소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지금 한국 게임방송계는 히트작이 필요합니다. 쇠퇴해가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흡수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체할 수 있는 카드가 절실합니다. 따라서 가능성이 보이는 리그오브레전드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게 당연합니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지 흥미롭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서 LOL리그가 성공적으로 한국 게임방송에 정착한다면 현재 들려오고 있는 게임방송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를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게임방송이 10만 관객을 몰고 다닐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