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 보이는 강자가 사실은 어디선가는 그다지 강자가 아닐 수도 있다. 흔히 '갑'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업계에서 늘 거론되고 패러디된다. 예전 피처폰 시절, 한국에서 어디를 가든 갑이었던 삼성이 이동통신사 앞에서는 을이었다는 말은 그래서 참 재미있게 들렸다. 우리 눈에는 똑같은 공룡인데 그 안에서도 힘의 역학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유통을 장악하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된다. 는 말이 있다. 사실 이건 특정 부분에서 치열한 경쟁이 사라지고 독과점 상태에 가깝게 될 때 통용되는 말이다. 이 말을 이동통신에 대입해보면 한국의 이동통신은 예전부터 경쟁이 사라졌다는 뜻이 될 것이다. 공급자가 아무리 거대해도 유통의 강자를 못 당하는 상황은 그럴 때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시대를 맞은 지금은 어떨까? 애플은 공급자이지만 실질적으로 이동통신사를 호령하는 갑의 위치가 되었다.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전의 최고 업체였던 노키아조차도 이런 위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플은 그렇다치고 그렇다면 나머지 스마트폰 업체의 위치는 어떨까? 과연 이제는 역학관계가 바뀌었을까. 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뉴스 하나가 나왔다. (출처)



갤럭시S3에 탑재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국 사용자만 공짜로 쓰지 못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5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세계 갤럭시S3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50GB) '드롭박스'를 국내 사용자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드롭박스는 문서나 사진, 영상을 웹에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는 서비스로 갤럭시S3 구매자는 2년간 무료(20만원 상당)로 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방안을 검토중인 이유는 이동통신사들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클라우드', 'T클라우드' 등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통사가 자신들의 수익 확대를 위해 드롭박스 서비스 제공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드롭박스의 모바일사업 담당 최고책임자 라스 피일드소우-닐센은 지난 30일 "한국에서 드롭박스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통사와 먼저 협의해야 한다"고 언급해 이런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이통사들은 갤럭시S3 서비스 제공은 삼성전자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얼마전 카카오톡의 음성서비스를 둘러싸고도 이동통신사는 한국에서의 서비스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심지어 데이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의 유통을 책임진 그들이 가진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아직은 이동통신사 한 군데서만 목소리를 높여도 뉴스에 크게 나오고 소비자들이 술렁거린다. 그것은 아직 권력이 그들에게 있다는 증거이다.



삼성의 이번 드롭박스 배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입장에서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탑재한 서비스를 굳이 한국에서만 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것과 똑같은 사례를 알고 있다. 아이폰 이전에 한국 휴대폰에서 와이파이칩은 무조건 제거당했다. 대신 지상파DMB를 넣어주면서 오히려 단말기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그 문제를 지적하면 단말기 제조업체는 이통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는 다시 단말기 제조업체가 알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 답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솔직히 단말기업체든 이통사든 똑같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선택권을 빼앗아가거나 서비스를 빼버려서 사용자경험을 빼앗기는 셈이니까 말이다. 물론 자세히 파고들면 이동통신사란 조금 더 힘센 공룡이 약간 약한 공룡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권력관계 이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갤럭시S3, 클라우드 탑재가 위협적인가?
 
정말로 수익모델에 심각한 위협이 되거나 물러설 수 없는 경우는 어느 업체에게나 있다. 애플이나 구글, MS에도 그런 분야는 있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욕을 먹더라도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뉴스에서 언급된 드롭박스란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하나가 이동통신사에 그렇게 위협이 될까?

기본탑재가 되는 것뿐이지 어차피 그것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차피 이통사 것도 대부분 무료서비스다. 수익감소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일 뿐이다. 굳이 비유해 말하자면 안드로이드폰이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탑재했을때 국내포털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과도 비슷하다. 그냥 경쟁해서 이기면 그뿐인데 처음부터 경쟁하기 싫다는 행동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은 클라우드 기본탑재 하나를 둘러싸고 보인 이런 민감한 반응은 안타깝다. 팬택의 베가시리즈  같은 경우는 자사 클라우드가 있음에도 오히려 드롭박스라든가 타 업체의 클라우드를 묶어서 더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 같이 파이를 키워가려는 이해심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