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점점 하나의 커다란 단일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특정한 지역에서만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란 뜻이다. 이른바 '세계화' , '글로벌화'의 물결은 지역과 분야를 막론하고 밀어닥친다.



인터넷과 컴퓨터로 인해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이는 금융에서는 더이상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증권시장 역시 헤지펀드와 세계적 투자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나머지 작은 투자자들을 압도한다. 이렇게 보면 세상은 그저 거대한 공룡같은 기업만 살아남을 뿐, 작은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그 어떤 기회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IT계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엄청난 순이익과 문화현상을 몰고 오는 애플의 기업 전략은 통제와 통합이다. 애플은 절대로 어떤 분야에서 다양한 변형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일관된 디자인, 공통된 인터페이스, 대량 구입한 표준부품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든다. 현재 어떤 회사도 단일 회사로는 애플 만큼의 인기를 얻지도 못하며, 그만큼의 순이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애플은 하나의 커다란 제품틀을 디자인하고는 대량으로 부품을 사들여 단가까지 낮출 수 있다. 경쟁회사들은 심지어 가격으로도 경쟁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태블릿 시장에서는 애플 이외에 거의 모든 회사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이 추구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기획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는 그저 따라하는 경향도 나오고 있다. 과연 글로벌화된 요즘은 커다란 주류시장에 도전해서 그곳에서 어떻게든 성공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니치마켓, 혹은 한국어로 틈새시장이라고 불리는 영역이 있다. 이미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서 공급이 포화된 듯이 생각되는 곳에서도 의외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요가 있다. 그 수요에 효과적으로 응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바로 니치마켓이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규모가 아니어도 상관없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민한 행동력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쇠퇴하고 있지만 한때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킨 휴대폰 회사 가운데 블랙베리로 유명한 림(RIM)이 있다. 이 회사의 블랙베리폰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작게 축소되어 들어있는 쿼티 키패드이다. 컴퓨터의 자판을 고스란히 축소시킨 듯한 이 키들을 이용하면 문자를 매우 편하고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종래의 휴대폰이 단지 열 개의 숫자키와 추가한 몇 개의 키만 가진데 비해 상당히 다르다.

이 회사는 단지 이렇게 많아진 키만 제공한 게 아니다. 이동하면서 이메일로 비즈니스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을 함께 내놓았다. 메일이 오면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중간에도 알려주는 푸쉬 기능을 포함해서 키보드가 있는 기기만이 할 수 있는 용도에 최대한 집중했다. 그 결과로 한때 아이폰이 나오기 전 북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휴대폰이 되기도 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쓰기도 했다.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노키아나 삼성, 모토로라가 빼놓은 니치마켓을 공략한 결과이다.

주류시장은 이미 검증된 취향의 제품으로 이뤄진다. 한국의 라면시장이 빨간 국물로 대표되는 얼큰한 맛이 주류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이것은 고춧가루를 써서 매운 맛을 내고 쇠고기로 기름진 맛을 첨가한 결과다. 이런 주류 시장에서 한때 농심 신라면의 인기는 굳건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은 사실 점점 다른 맛을 원하고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값싸게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이 라면의 출발이었다. 따라서 기성 세대가 자극적이고 푸짐한 느낌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신세대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라면을 먹는게 아니다. 건강을 생각하고 좀더 다른 맛을 원하는 취향이 또다른 라면인 꼬꼬면과 나가사키 짬뽕의 열풍으로 이어졌다. 매꼼한 닭육수, 산뜻한 해물맛으로 대표되는 하얀 국물라면이 떠올랐다.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제품들은 주류시장이 아닌 니치마켓을 노린 제품으로 여겨졌다. 엄청난 매운맛으로 유명했던 틈새라면과도 비슷한 컨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현재 두 제품은 부동의 선두로 여겨졌던 농심 신라면을 판매액에서 제쳤다. 또한 시장에 하얀 국물라면의 붐을 몰고 왔다. 니치마켓이 성공하게 되면 주류시장 자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시한 것이다.

니치마켓, 성공의 기회를 잡는 법은?

이렇듯 틈새시장은 단지 회사의 크기나 제품의 글로벌화가 좀 떨어져도 상관없이 진입해서 성공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기존 회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수요를 발견해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중시하고 개성이 돋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에게는 단 하나의 수요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에도 스포츠카와 중형차, 대형차와 웨건형 등 수많은 형태와 파생 모델이 나와서 소비자의 기호를 채워주고 있다. 이런 틈새시장을 읽고 만드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기존 시장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를 원하거나 다른 특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읽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전자책 서점 북릿에 기고한 원고를 가공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