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진술하는 사람들은 당연하지만 필사적이다. 강제 집행력을 가진 법적 조치가 걸린 일이다 보니 개인적 양심보다는 법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서로가 자기 속마음을 감춘다. 뻔히 알고 있거나 예상되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야 최대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을 다투는 비즈니스 세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개인적 양심이나 뻔히 예상되는 정황 같은 건 설 자리가 없다. 오로지 눈앞의 현상과 뻔히 나오게 될 결말 뿐이다. 그 외의 것은 알고 있더라도 자기에게 불리하면 모르는 척 한다.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드디어 도입했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만 제외하고 나머지 전세계에 서비스되었다. (출처)

카카오(대표 이석우 이제범)는 무료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보이스톡’을 한국을 제외한 해외 전체로 확대 적용한다고 25일 밝혔다.
 
해외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을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해 카카오톡 가입자들 간 무료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사용자들도 해외로부터 걸려오는 보이스톡 수신이 가능하다.
 
보이스톡 서비스에는 음성필터엔진도 탑재했다. 친구에게 보이스톡을 통해 내 목소리를 바꿔서 말을 전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미 일본에서 지난 2월부터 보이스톡 베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비스 출시에 맞춰 국내에서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며 통화품질과 서비스 완성도를 시험하고 있다. 
 
해외 서비스 확대로 국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통화 도입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출시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서비스 품질 확보와 무선 트래픽 폭증 및 음성통화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이동통신사와의 망중립성 논란이 풀어야할 숙제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국내 보이스톡 도입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만들어진 나라이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나라는 한국이다. 그런데 막상 가장 좋은 서비스에 한국만 빼놓고 있는 이 상황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이 상황을 설명하는 이유는 대체로 모두가 분석이 일치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통화수익 감소를 겪게 될 이동통신사의 눈치를 봐서이다. 조금 떨어진 이유로는 아직 카카오톡의 서버와 각종 처리능력이 따라줄 준비가 안되어서 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순간부터 이용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 분석보다 더 깊게 '그래서 과연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다뤄주는 사람이 없다. 일단 내가 한겨레 신문 컬럼에서 간략히 이 문제의 핵심을 다뤘다. 그것을 미디어 오늘이 인용해서 보도했다. (출처)

IT평론가 안병도씨는 지난달 28일 한겨레 ‘훅’ 칼럼<카카오톡, 음성 서비스 한국배제의 의미는?>에서 카톡의 mVoIP 파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만일 카카오톡의 음성 서비스가 한국에서 제대로 펼쳐진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 성공한다면 카카오톡은 드디어 이동통신사와 대등한 위치가 된다. 문자와 음성이라는 두 가지 주요기능을 전부 자기 플랫폼안에서 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사가 끼워팔던 다양한 서비스가 전부 필요없어진다. 적당한 망사업자와 카카오톡이 손만 잡으면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카카오톡의 음성 서비스가 배제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직감적으로 이런 위험을 느낀 이동통신사에 맞서 서비스를 강행하면 이것은 곧 수익모델의 정면대결로 치닫는다. 한국 이통사로서도 거의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할 일이 되는 셈이다.”



이 기사의 제목은 '카톡 무료통화 날벼락, 통신사들 밥줄 떨어질까' 이다. 약간 자극적이긴 해도 재미있는 표현이다. 미디어 오늘의 독자는 비교적 업계 전문가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좀더 심층적으로 생각해보자. 과연 이 제목이 말하는 대로 이런 서비스 출현이 이통사에게 날벼락인가?

카톡의 무료통화, 이통사에게 날벼락인가?

보통 날벼락이란 표현은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쓴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이 설마 음성통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상하지 못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시대의 흐름이 점점 데이터 위주로 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처리하는 모든 앱과 인터넷 서비스는 물론이고, 문자나 음성통화도 그냥 데이터로서 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부러 음성통화용과 데이터용 회선을 따로 만들어놓고 요금을 따로 받으려는 이동통신사에게는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그렇게 발전하고 있다. 



예전 한국에서 나온 무료통화서비스 다이얼패드를 거쳐서 외국의 유료데이터통화 스카이프를 보자. 또한 국내의 수다폰과 마이피플 음성통화서비스까지 나온 지가 한참 되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이동통신사가 카카오톡이 결국 음성통화 서비스를 할 거라는 걸 몰랐다면 말이 안된다. 시기상으로도 후발주자인 마이피플이 한참전에 한 것을 이제야 했다면 오히려 늦은 편이다. 이통사의 눈치를 봤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마치 법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은 피고인처럼 시선을 외면하며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생각 해본 적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꼴이다. 이건 충분히 예상했어야 한다. 오히려 빨리 대응하는 수익모델 개발이나 기업체질 개선을 했어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결국 카카오톡 음성 서비스는 한국에도 들어오게 되어있다. 그때가서 다시 또 날벼락이라고 말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이통사에게 내가 내놓은 정답은 단 한가지다. 철저하게 망 임대사업자로서 전환한다. 치열한 고민을 거친 서비스를 내놓아서 카카오톡을 포함한 모든 사업자와 당당히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단순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해법이다.

이동통신사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카카오톡을 만든 업체는 자금도 지명도도 없었던 벤처기업이었다. 풍족한 자금과 엄청난 계열사를 거느린 이동통신사가 제대로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해서 그런 벤처기업을 이기라는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그냥 경쟁해도 사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부디 이동통신사가 지금이라도 준비해서 미래를 맞긴 바란다. 그래서 더이상 무슨 서비스가 나와도 이통사들이 날벼락을 맞는다는 표현을 쓰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