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가 소비자에게 가져다 준 혜택에는 어떤 흐름이 있을까? 걸어다니면서 이메일을 보내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이동성, 많은 친구들을 하나로 묶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소통,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접속성 등 많은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꼽을 것이 있다. 소비자 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개인화의 흐름이다.



20여년 전만해도 컴퓨터는 단지 빠른 계산도구에 불과했다. 마치 자전거나 냉장고처럼 그속에는 어떤 개성도 없었다. 단지 사용자는 과학계산이나 업무처리를 위해 잠시 빌려쓸 수 있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누구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범용 도구로서의 역할만이 강조되었다. 심지어는 가장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컴퓨터 게임조차도 그저 누구나 30초만에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보편성만 추구되었다. 인터액티브 적인 특성이 있을 뿐 그저 방송을 뿌리는 매스미디어와 특성이 비슷했다.

이런 흐름은 점차 컴퓨터가 가정에 급속히 보급되고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도 당분간 변하지 않았다. 자동차란 것을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더 빠른 말’ 이라고 대답한다는 말이 있다. 개인화란 개념이 제대로 제안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아무리 컴퓨터와 휴대폰의 능력이 발달해도 더 빠른 계산기와 통신기로서 생각하고 발전시켰을 뿐이었다.



그러나 개인의 정보를 관리하는 PDA를 거쳐,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첫째로 개인의 웹 이용내역이 보다 확실히 수집되고 각종 거래정보와 위치정보까지 수집가능한 환경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란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지금 IT 기업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 란 것을 보자. 수많은 사용자의 이용내역 데이터를 분석해서 일정한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엄청난 사업기회가 되며 돈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로 일방적으로 광고나 정보를 전달하지 말고 각 개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맞춤식으로 선택하면 그에 맞게 제공하는 방식은 어떨까 하는 발상도 나왔다. 이 방법은 다소 힘든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개인에게 선택을 맡긴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도 적고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막상 개인들 가운데 귀찮은 설정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또한 이 설정 데이터 자체가 또한 새생활 정보가 되는 면도 있다. 한때 포털사이트 야후가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메인화면을 통째로 개인화시킨다는 획기적인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이 시도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광고를 비롯해서 빅데이터 분석과 이용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이 구글이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보다 개인에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형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애드센스 광고를 비롯한 검색어 광고만 해도 그 기반은 사용자가 배출하는 데이터에 있다. 개인화의 적합성과 호감이 돈으로 직결된다.



그 때문에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앱을 넘어 PC 의 새로운 서비스 모두가 지능형 개인화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만 있으면 친구를 등록시켜주고 그 데이터로 다시 친구를 엮고 추천해준다. 유튜브는 내가 보던 동영상을 분석해 비슷한 취향의 동영상을 계속 추천해준다. 지마켓은 이전에 쇼핑하거나 보았던 목록을 분석해서 새로운 상품을 추천해준다. 심지어는 스마트폰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서 그 위치를 기반으로 식당이나 영화를 추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개인화일까?

개인화 서비스,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복잡할 때, 종종 우리는 최초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현명한 인디언이나 동양인, 수도승이 알려주는 지혜로 사실은 별게 아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답은 묻는 사람 스스로가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생각해보자. 개인화 서비스를 접하는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여건이 다 되는데 기계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건 사실 사람이다. 유능하고 기민한 개인비서가 있어서 내 취향을 파악하고는 원하는 정보만 꼭 찝어 가르쳐주고,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서 제공해주는 것이다. 개인비서는 나에게 고용되었기에 온전히 나만을 위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현실적으로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기에 개인비서를 둘 수 없다. 따라서 컴퓨터란 기계가 제공해주는 개인화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바로 서로의 생각이 충돌한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는 온전히 소비자 개인을 위하는 목적이 아니다. 결국 목적은 돈이다. 그것도 직접적으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목적이다. 따라서 소비자 개인은 당연히 거부감을 느낀다. 개인비서가 아니라 잡상인이나 감시자로 여겨지는 것이다. 소비자는 장사속이 완전히 배제된 진정한 개인 맞춤 서비스를 원한다. 그렇지만 기업 입장에서 돈이 안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렇게 보면 근래에 나오는 개인화 서비스의 실패담은 당연하다. 서로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개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업의 지향점은 바로 넓게 보는 데 있다. 단기간에 개인화를 통해 무엇인가를 팔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를 플랫폼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거부감 없이 조금씩 이익을 추구해나간다면 어떨까? 정말로 자기를 위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주는 서비스라고 느낀다면 소비자는 오히려 돈을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라고 해도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개인화 서비스가 좀더 높은 곳을 추구하길 바란다.

전문출처 : 한겨레 오피니언 훅 : 안병도의 IT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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