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 업계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빠져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무엇인가 획기적인 기능을 선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 아마도 늘 혁신으로 주목받는 애플과 비교당하다보니 그런 듯 싶다. 옆집의 1등하는 아이와 계속 비교당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도 한번 1등을 해보고 싶은 그런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새로 나온 삼성과 LG의 스마트폰에 무선충전 기술이 도입되었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기능이었고 전기면도기 등의 소형 가전에서는 벌써 양산제품이 나와있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이 기술을 접목한다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낀다. 내가 어릴 적 SF책에서 보았던 무선전력 전송기술은 이런 곳에 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좀더 거창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기술이었다. 우선 갤럭시 S3와 옵티머스LTE2에 쓰인 무선 충전기술에 대해 약간 알아보자.(출처)
 
무선충전 방식별 특허 출원 점유율을 살펴보면, 기기를 패드 위에 올려놓는 방식인 유도방식이 47%로, 공진주파수를 이용하여 수 미터의 거리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공명방식(37%)보다 더 높은 출원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도부터 삼성전자와 퀄컴에서 공명방식의 무선충전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공명방식 기술이 더 높은 출원 빈도를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뱅크는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S3와 LG전자의 옵티머스 LTE2 등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기술로 무선충전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무선충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으며, 향후에는 무선충전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공명방식, LG전자는 유도방식으로 각기 다른 방식의 기술을 채용함에 따라 그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며, 현재 표준화 및 충전효율, 안전성 등 기술적인 완성도로는 자기유도방식이 높지만 전송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향후에는 공명기술의 무선충전기술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인 설명이 많아서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에 대해 아주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실은 쉬운 원리다. 먼저 LG의 무선충전방식인 자기유도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이것은 간단히 말해서 전기를 자력으로 바꿔 전송한 다음 그 자력을 다시 전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자기유도식의 원리를 비유적으로 아주 쉽게 설명해보자. 전기를 이용해서 선풍기를 돌린다. 그리고는 그 선풍기 끝에 자석을 달아놓는다. 이것이 송신부다. 그리고 반대쪽 수신부에서는 자석에 매달린 소형 발전기를 가져다 놓는다. 자석끼리를 연결되므로 모터의 회전이 수신부의 발전기를 돌린다. 그러면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다. 즉 전력을 자력으로 바꿔 송신하고는 그 자력을 다시 전력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삼성의 무선충전 방식인 공진방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것은 전기를 주파수를 지닌 자기 파장으로 바꿔서 전송하는 것이다. 소리굽쇠를 두드리면 다른 소리굽쇠가 공명하는 현상을 떠올려보자. 에너지를 지닌 자기 파장을 송신부가 쏘면 그 파장에 맞춰 공명 진동하는 코일을 가진 수신부가 다시 전기로 바꾼다. 비유적으로 썼기에 실제 부품구성은 좀 다르지만 대략 원리는 비슷하다.



여기서 두 방식의 장단점이 드러난다. 자기유도식은 자력을 이용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러나 자력의 도달거리가 아주 짧기에 접촉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다. 반대로 자기 공명은 비교적 떨어진 거리도 도달하므로 먼 거리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공명식을 써서 거리를 확보할 수록 전송 과정의 전력손실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스마트폰의 무선충전기술, 아쉬운 점은?

머지않아 나오게 될 아이폰5에도 무선충전이 쓰일 거란 예측이 많다. 그만큼 무선충전이란 쉽게 도입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획기적으로 다가올 기술이다. 지금 각 뉴스와 블로그에서는 이것의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넓게 볼 때 이것이 장점만 가진 것일까?



내가 어렸을 때 본 SF에서 이 기술은 보다 거대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인류의 전력해결이었다. 우주에 거대한 태양광패널을 설치해서 기상과 관계없이 발전을 한다. 그리고 전력을 지구로 다시 전송하기 위해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쓴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마이크로 웨이브로 바뀐 전력을 지표에서 수신해서 쓰게 된다. 이것은 에너지 문제에 도움이 되는 발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도입되는 무선충전기술은 그와는 정 반대이다. 유선충전에 비해 무선충전이란 편리할 지는 몰라도 효율이 무척 떨어진다. 간단히 선을 꽂으면 될 것을 중간에 변환과정을 거치므로 손실되는 전력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이 합쳐지면 무선충전이란 상당한 규모의 전력낭비로 이어진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에너지 문제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유가는 갈수록 올라간다.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데 따르는 지구의 환경파괴는 심각하다. 원자력은 사고가 났을 때의 위험부담이 크다. 우리는 보다 전기를 아끼면서 원전을 적게 짓고,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남극펭귄과 북극곰을 보호하자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는 이런 무선충전 기술에 열광한다. 이것이 실은 우리가 약간 불편하게 살면 쓰지 않아도 될 전기를 쓰면서 편리를 추구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외면한다. 그렇다. 사실 내가 오늘 플러그 꽂고 빼느라 허리 한번 덜 굽히는 것을 방지해주는 편리함이 중요하지, 그런 편리함이 지구의 오존층에 구멍을 몇 개 더 뚫는다는 게 무슨 상관일까. 원전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실은 내 생활의 편리함은 절대 희생하지 않겠다는 이기심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다.



무선충전기술은 분명 바람직한 기술이고 진보일 것이다. 어차피 문명은 뒤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그에 맞춰 태양광이나 압전충전같은, 보다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충전방식을 업계가 내놓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