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이란 게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또한 이것을 뛰어넘은 황의 법칙도 있다. 12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우리는 1년마다 두배 용량의 램을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때는 PC에서 일반적으로 통했던 이것이 이제는 모바일에도 적용될까?



안드로이드 진영 각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새로운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S3를, 팬택은 베가레이서2, 엘지는 옵티머스LTE2 를 발표했다. 각 회사의 기술력을 모두 쏟아넣은 이들 플래그쉽 스마트폰의 사양 가운데 특별히 재미있는 비교가 된 것이 바로 내장 메모리(램)이었다.

전작들이 대부분 1GB였기에 이번에 대부분 사람들은 두배인 2GB를 기대했다. 모바일 램이 일반적인 PC램보다 좀 비싸긴 해도 대당 90만원이 넘는 출고가를 가진 기기들이다. 램 1GB더 늘리는 데 드는 원가가 그렇게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기기 가운데 갤럭시S3와 베가레이서2는 1GB였다. 그에 비해 옵티머스LTE2가 2GB를 채택해서 주목받았다. (출처)



5월 17일 여의도 LG전자 트윈타워에서 열린 `옵티머스LTE2`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LTE를 기준으로 투트랙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매출 기여도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질적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옵티머스LTE2`의 가장 큰 특징은 `넉넉한` 램(RAM)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경쟁사 제품이 1기가바이트(GB) 램을 제공하는 반면, `옵티머스LTE2`의 램은 2GB이다.

이는 노트북PC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큰 용량이다. 램 용량이 크면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구동하더라도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사실 램은 당연히 많을 수록 좋다. 넓어진 공간은 조금이라도 프로그램의 충돌을 줄여주고 동작을 부드럽게 해준다. 그래서 나도 조금 의아했다. 1GB의 용량을 덜 탑재한다고 그것이 절약해주는 원가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에서는 원가가 아닌 기판 기술적인 문제라고 했다. 최근의 경량 슬림화를 유지하면서 칩의 개수를 줄이고 기판을 얇게 만들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라면 좀더 복잡한 고민이니까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뉴스가 나왔다. 갤럭시S3조차 일본과 미국에 출시되는 듀얼코어모델에는 2GB를 넣어준다는 것이다. (출처)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일본, 미국 출시 모델에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대신 램 사양이 2GB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외 국가에서는 지난 3일 런던에서 발표한 것과 동일한 1GB 램으로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전문 온라인 뉴스 모터링크런치는 갤럭시S3의 미국 판매 모델이 퀄컴의 스냅드래곤S4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차용하는 대신 램 사양을 높인다고 17일 보도했다.

삼성과 일본 내 갤럭시S3 공급자인 도코모(Docomo)가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출시 모델 또한 스냅드래곤S4를 차용하며 램을 2GB로 늘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4412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1GB 램을 사용하는 글로벌 모델과 스냅드래곤S4 및 2GB 램을 탑재한 지역별 모델을 공급하게 된다.

한편 해당 국가에서 스냅드래곤S4를 쓰는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미국의 경우 앞서 출시된 HTC One X가 주파수 문제로 4G LTE 망 접속이 잘 안 됐던 사례가 있었으며, 이것이 삼성전자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것은 무슨 의미를 지닌 걸까? 그저 삼성이 뒤늦게 마음이 바뀌어서 이렇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한 걸까? 여기서 내 주관적 추측을 제시해본다.



갤럭시S3, 일부모델 램 2GB의 의미는?

이것은 성능과 기판 크기를 둘러싼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기술적인 용어나 어려운 설명을 배제하고 가능한 쉽게 해설해보겠다.

1. 퀄컴의 스냅드래곤S4는 듀얼코어지만 좋은 AP 칩이다. 장점으로는 LTE모뎀 칩과 AP가 단 한 칩에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절약과 공간절약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2. 삼성의 엑시노스 4412 역시 좋은 칩이다. 쿼드코어인 이 칩은 성능에서 앞서는 대신, LTE모뎀 칩을 따로 장착해야 한다. 따라서 전력소모와 공간절약이란 측면에서는 뒤진다. 따라서 갤럭시 S3는 램칩 하나 정도의 공간을 모뎀칩에 주어야 하므로 1GB만 내장하게 된 듯 하다.
3. 그런데 스냅드래곤S4를 쓴 갤럭시S3를 만들게 되면 사정이 약간 달라진다. 원칩으로 통합되므로 모뎀칩 만큼의 공간이 남는다. 따라서 그곳에 램을 더 넣어서 2GB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쿼드코어에 비해 듀얼코어이므로 손해본다는 느낌을 가진 소비자에 대한 위안을 줄 수 있다.



흔히 PC에서 말하기는 CPU는 빠를수록 좋고, 램은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과다하다는 말은  절대 할 필요없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도 과다한 건 없다. 코어가 많으면 그만큼 좋고, 램이 많으면 그만큼 좋다.

과연 쿼드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운영체제가 더 매력적인지, 풍부한 램을 이용해 스무스하게 움직이는 앱이 더 매력적인지 한번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재미있게도 삼성의 갤럭시S3를 통해서 비교가 가능해졌다. 어느 쪽이 되었든 LG에 이어 삼성까지 램 2GB시대를 연 것은 한계를 한 단계 넘었다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