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할 때 쓰는 말이 있다. 두부와 콩나물같이 작은 영역까지 진출하며 중소기업의 영역을 전부 먹어버린다고 말이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영업력 외에도 기본 인지도부터가 다른 대기업의 진출은 종종 해당업계를 완전히 초토화시키곤 한다.

IT업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옛날부터 좀 장사가 된다 싶은 분야에는 항상 윈도우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이용해서 파고 들었다. 기본 운영체제인 윈도우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압도적인 지명도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거의 절대권력자나 다름 없었다. 



인터넷 열풍이 막 불던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를 개척한 신흥벤처회사 넷스케이프사를 독점권력을 써서 몰아낸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때문에 MS는 독점방지법 위반으로 법정을 올라 강제로 회사가 쪼개질 뻔 했다.

애플이 이번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운영체제 iOS5를 내놓으면서 새로 서비스하는 분야를 보자. 클라우드, 메신저 등등 많은 부분이 이미 중소규모 기업들이 앱으로 개척해놓은 분야다. 애플 역시 이미 검증된 시장에 우월한 지위를 업고 진출하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지는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나오는 애플의 메신저 서비스 ’아이메시지’를 살펴보자.(출처)

애플이 무료 메신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iMessage)'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0월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아이메시지는 애플이 12일 배포하는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 'iOS5'의 기능에 포함된 것이다. iOS5로 업데이트를 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터치 이용자들끼리는 문자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을 무료로 주고받을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블랙베리가 무료 메신저인 '블랙베리 메신저'로 성공을 거두자 애플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애플의 기기들은 매년 미국에서만 2조회 이상 전송되는 문자 트래픽에서 약 5% 비중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메시지 서비스가 시작되면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 간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무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사용에 변화가 예상되며 유료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통신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무료메신저 서비스에 뛰어드는 자체는 별반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이통사와 많은 업체들이 메신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카카오톡을 비롯해서 마이피플, 왓츠앱 등이 활발한 사용속에 주목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새삼 애플에게 무료 메신저가 중소업체의 고유영역이니 진출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우습다. 그러니까 나는 적어도 아이메신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과연 애플의 플랫폼 위에서 애플이 만든 것과 다른 업체가 만든 것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누가 만들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떤 서비스가 더 저렴하고 편리하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이 기존의 메신저앱과 정당한 경쟁을 벌여 이긴다면 아무 불만도 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한국의 경우 하나를 놓고 보자. 카카오톡과 관련된 최근 뉴스다.(출처)
 
아이폰에서 카카오톡의 휴대폰 결제가 차단됐다. 지난 6월 아이폰이 한국 앱의 휴대폰 결제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뒤 3개월여 만에 카카오톡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의 유일한 수익사업인 기프티쇼도 타격을 입게 됐다. 카카오톡은 앞으로 기프티쇼에서 신용카드 결제로만 서비스를 운영하게 된다. 



10월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이폰용 카카오톡에서 기프티쇼 휴대폰 결제가 제외됐다. 국내 앱의 휴대폰 결제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애플이 카카오톡에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벅스 등 음원업체 앱의 휴대폰 결제를 반강제적으로 중단시킨 전례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휴대폰 결제 문화에 대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애플의 특성을 감안해 기프티쇼의 휴대폰 결제를 차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휴대폰 결제를 차단하라는 애플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아이폰용 카카오톡에 한정된 것으로, 안드로이드폰용 카카오톡에서는 여전히 휴대폰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의 기프티쇼의 휴대전화 결제 금지는 치명적은 아니어도 상당한 피해다. 왜냐하면 사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신용카드를 가질 수 없다. 또한 기기에 밝지 못한 일부 고령층 역시 단순 휴대폰 결제가 편하다. 이런 계층을 아이폰에서 포기해야 한다. 카카오톡은 한국의 절대강자지만 두 손 가운데 한 손을 묶인 셈이다.

반대로 나중에 들어온 신참인 아이메시지에게는 그 어떤 불리한 규제도 없을 것이다. 애플은 어차피 자체적으로는 휴대전화 결제 자체를 하지 않는다. 자사의 수익모델과 결제시스템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아이메시지의 유지와 존속에 필요한 이익 역시 하드웨어 판매수익과 각종 광고를 통해 충분히 얻을수 있다. 

애플 아이메시지, 경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심지어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과 함께 애플에 제공되는 사용자 정보- 데이터도 이용가능하다. 앱 이용 때 하나하나 정보 이용동의를 받고 애플의 허락도 받아야 하는 카카오톡과는 전혀 입장이 다르다. 이래서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는 좀 힘들다.

물론 카카오톡 역시 많은 점유율로 인해 그간 좀 방심한 면이 있다. 명실공히 업계 1위 메신저라면 그만쿰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런 악착같은 면은 모자랐다.  아이메시지가 카카오톡을 다시 긴장시켜 좋은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근본적인 자금력이나 각종 역량에서 카카오톡이 아이메시지에 대항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다. 



카카오톡이 믿을 것은 오로지 현재의 점유율밖에 없다. 하지만 그 우위는 일단 어떻게든 애플이 균형을 깨뜨리는 순간 급속도로 붕괴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정당한 경쟁을 두 업체가 오랫동안 펼쳐줘야 더욱 좋은 서비스를 받고 대우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카카오톡에 대한 제약을 가하며 동시에 플랫폼을 쥔 업체로서 아이메시지를 최대한 아이폰 기본서비스로 포함시키며 침투시킬 것이 분명하다.

과연 이런 상당히 불공정한 경쟁이 소비자를 위해서는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낳을까? 불안하지만 일단 한번 지켜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