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가장 많이 흥미있게 입에 오르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4G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 데이터 서비스인 3G(3세대)를 대치할 새로운 서비스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전송속도가 무척 빨라서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기에 당연히 열렬한 기대를 모았다.


이런 4G 서비스는 사실 한 가지가 아니다.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한 와이브로 서비스가 먼저 4G서비스로 나왔지만, 몇 가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현재 주목을 덜받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한 것이 LTE(롱텀애볼류션) 서비스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기술적 원리는 제쳐두자. 어쨌든 이 LTE는 지금의 느리고 답답한 데이터망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거란 희망을 품게 했다. 그리고 SK텔레컴에서 드디어 공식 서비스를 하고 요금제를 발표하기 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요금제가 문제다. 이제까지 3G에서 해왔던 무제한요금제가 페지되고, 전체적인 요금수준이 올라갔다. 또한 아직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이외에는 서비스가 잘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시되는 LTE 서비스의 요금제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출처)

SK텔레콤은 3만4000원에서 10만원의 월정액에 따라 음성 120분∼1050분, 문자 200건∼1050건, 데이터 350MB∼10GB를 제공하는 내용의 LTE 요금제의 출시를 발표했다. 

하지만 3G 요금제 대비 음성통화 제공량이 줄어든데다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아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현행 요금제 구조로는 LTE서비스의 특장점인 고화질(HD) 동영상 등을 즐기기 어렵고, 아직까지 LTE 서비스를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일각에서는 LTE 서비스의 장점인 HD 영상 서비스 또는 멀티 네트워크 게임을 즐기려면 '요금 폭탄'을 받게 된다며, 현 요금제는 소비자들이 LTE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구조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TE는 1.2GB크기의 동영상을 1~2분 내 다운로드하고 이동 중에도 끊김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음성·영상통화 250분, 문자 250건, 1.2GB를 제공하는 LTE52요금제 가입 고객의 경우 월 5만2000원을 내고도 영화 한 편을 보면 데이터 제공량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웹서핑 등 기본적인 인터넷 이용을 하려면 월 9000원을 추가로 내는 '안심 옵션'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HD 동영상 시청 등의 서비스 이용은 제한된다.

SK텔레콤측은 LTE 요금제가 3G 서비스에 비해 결코 비싼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LTE 요금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LTE 요금제 설계시 3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의 사용 패턴, 요구를 분석해 최적화하는데 초점을 뒀다"며 "LTE 요금제는 기존 3G 서비스 요금제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자본주의 논리로 생각해보면 이통사측의 말이 맞다. 더 좋고 빠른 서비스가 나오면 당연히 요금도 오르게 마련이다. 또한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을 받게 되면 분명 무제한제가 있을 때보다 통신망을 더 원활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LTE서비스의 특징은 빠른 속도를 느끼기 쉬워진다. 하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새로운 4G LTE 요금제,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가 흔히 눈앞의 이익만 본다고 하는 말을 하는데 이번 LTE 요금제가 딱 그렇다. 이통사의 논리와 말이 당장 약간 합리적이라고 해도 결국 작은 것을 탐한 나머지 큰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1 . 왜 사용자들이 빠른 속도를 원하는 지 그 본질을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에서 더욱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즐기고 싶어서다. 그 가운데는 속도와 용량 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실시간 고화질 영상감상이나 온라인 게임이 있고, 태블릿을 이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원활히 쓰고자 하는 욕구가 대부분인다. 작은 데이터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금의 3G망으로도 충분하다. 

2 . 그런데 이번 LTE 요금제는 속도를 보장하지만 그 빠른 속도로 소모되는 데이터 용량이 너무 적다. 본래 인터넷 서비스는 속도가 늘어나는 만큼 화려하고 편리한 서비스와 즐길 거리가 생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이것들은 모두가 데이터 덩어리고 실상 서비스의 본질 보다는 편리함이나 눈과 귀의 즐거움을 위한 부가 데이터가 더 많다. 하지만 어차피 종래의 인터넷은 정액제고 데이터량이 늘어나도 속도만 빠르다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데이터량이 많지만 편리한 서비스를 쓰고, 관련 서비스업계는 그런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개발한다. 그 과정에서 수익모델이 생기고 관련 산업이 발달한다. 이렇듯 발달한 산업은 다시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통해 빠른 인터넷망을 쓰도록 유도하는 상승효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쓰는 트위터 수준의 서비스는 파란 화면에 흰색 글자의 터미널 모드에서 도스 수준의 인터페이스로도 충분히 구현가능하다. 아마도 그렇게 만들면 데이터량도 작고 빠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빠른 인터넷망을 쓰기에 그런 인터페이스가 아니어도 상관없이 사람들은 보다 미려하고 편리한 트위터를 쓰고 있다. 또한 더 편리한 트윗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3 . 무제한요금제를 없애고, 쓸 수 있는 용량이라고는 고화질 동영상 4개만 받아도 다 써버리는 정도의 제한을 둔 요금제가 되면? 사용자들은 당장 데이터량에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그것을 이용해서 데이터량이 많이 드는 서비스가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마음놓고 쓰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해당 서비스는 활성화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불편하거나 볼품없어도 좋으니 데이터량이 적은 서비스를 선택하고, 업체들도 그렇게 개발한다. 그러다보면 빠른 속도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대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쓰려고 하는 수요 자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업계에서 의욕있게 추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 크롬을 비롯해서 자기 데이터를 전부 클라우드에 맡기고 인터넷으로 꺼내 쓰자는 서비스의 핵심은 요금압박에서의 자유가 필수다. 빠르기에 오히려 더 빨리 소진되어 버릴수 있는 종량 요금제로는 클라우드 역시 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여차하면 그냥 내가 저장한 채 마음놓고 쓰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이렇듯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4G LTE요금제는 대용량, 고속 데이터에 대한 수요 자체를 억제해 버려 관련 산업을 억제해버리는 효과가 예상된다.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LTE를 잘 쓰지 않고 계속 3G에 머물게 되고, 그러면 다시 소비자가 없으니 고속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가 생기지 않는다.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것이 과연 이통사가 바라는 미래일까? 옛날처럼 비싼 무선 인터넷 요금으로 인해 한국의 관련산업 자체가 침체해버리는 그런 현상이 오지는 않을까?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내놓는 요금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