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IT블로거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내가 시사 블로거가 된 느낌이다. 편한 마음으로 국내외 IT산업과 전략을 이야기하기에는 최근 벌어지는 일들이 도저히 나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한다.  

이전에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나는 한번에 두 가지 뉴스를 비교해서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이끌어낸다. 한 가지 뉴스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차원이라면 두 가지로 늘리는 것만으로 이차원이 된다. 차원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먼저 첫번째 뉴스를 이야기해보자. 어제 서울 전지역을 포함한 한국 전체에서 정전사태가 있었다. 나는 마침 홍대쪽으로 산책을 나가 있어서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마침 살펴본 페이스북에는 엘리베이터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든가, 직장에서 정전으로 업무를 못했다는 사연이 속속 올라왔다. (출처)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15일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에서 정전 피해가 잇달았다. 
 
정전 원인은 수요 예측 실패다. 9월 초가 지나면서 전력거래소 등은 여름철 전력비상기간이 끝나 발전소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늦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전력소모량이 늘어나면서 전력공급량이 부족해졌다. 
 
전력거래소는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지역별로 30분씩 돌아가며 전력을 차단하는 순환정전에 나섰다. 그러나 사전 예고 없이 급하게 순환정전을 실시하며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정지하면서 사람이 갇히기도 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전력량 부족 원인은 하절기 전력수급기간이 지난 9일로 끝난 상태에서 늦더위로 오후 2시를 넘어서며 전력량이 계획대비 320만kW가 급속하게 증가한 데 있다. 
 


예고없는 정전이라. 내가 어렸을 적에도 예고후 정전이나 민방위훈련 속 소등훈련은 기억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정전이 있었던 기억은 없다. 일본이 대지진 이후에 계획송전이나 순차 정전이 있다는 것을 보고 안됐다고 혀를 찼던 기억은 있다. 그런데 지진도 없고 아무 문제도 없는 한국이 이런 사태를 겪는 걸 보니 이번엔 어이가 없어 혀를 차게 된다. 

원인은 간단하다. 날씨가 시원해져 에어콘 안 틀줄 알고 발전기 몇 개를 꺼놓고 정비하다가 별안간 따뜻한 날씨가 된 게 문제다. 에어콘을 켜는 가구가 급증하자 감당못한 정부와 한전이 예고없이 순환 단전을 한 것이다.

정부의 해명대로라면 결국 더운 날씨하나 견디지 못하고 감히 에어콘을 일제히 켜서 정부 계획을 망치고, 한전의 수요예측을 어긴 국민이 문제다. 소비자가 멍청하다는 것이다. 돈 내고 쓰는 소비자가 문제란 것이다!

그래. 불편은 잠시였고 정부 당국자가 송구하다고 사과했고 한전측도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말했으니 이걸로 넘어가면 되는 걸까? 분수도 모르고 전기를 펑펑 써대는 소비자가 더워도 그저 부채질이나 하며 참았어야 했던 걸까? 좋다. 사람이야 이렇게 참으면 전력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고 치자. 그래도 다른 문제가 남는다. 두번째를 보자. (출처)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에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월 13일 한국MS에 따르면 김 제임스 우 한국MS 사장은 지난 8일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MS 본사가 아시아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도 후보지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아직 장소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IT 인프라가 뛰어난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도록 본사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각 기업이 전산망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서버 컴퓨터를 임대·관리해주는 곳이다. 최근 대형 설비에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인기를 끌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용도는 위에 나와있는 대로 서버컴퓨터의 용도다. 물리적인 형태는 한 장소에 수많은 컴퓨터 기판과 하드디스크의 묶어 놓은 것이다. 데이터센터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컴퓨터 수백, 수천대가 집결해서 선에 연결되어 있는 기기를 갖춘 곳을 말한다. 

대규모 정전? IT산업의 기초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전기다. 아무리 첨단 컴퓨터라도 휘발유나 가스를 부어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사료를 줘서 키우는 것도 아니다. 질좋은 전기를 끊김없이 공급해주어야 움직인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데이터센터도 그렇고 MS의 데이터센터에게 한국이 매력있는 것은 산업용 전기가 싸고도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 센터가 과연 한국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효용성에 대해서 논란은 있지만 적어도 약간의 고용과 설비 수요, 법인세 등 관련 세수에도 도움이 될 건 확실하다. 상징적인 의미로도 IT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가장 기초적인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한다면 한국에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해 정부와 한전은 단순히 몇시간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 것만이 아니다. 데이터센터의 입주를 계획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한국은 전력공급이란 IT산업의 기초조차 지켜지지 않는 나라라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최소한 정전사태 전에 예고라도 해야 대비를 할 수 있다. 워낙 급했기에 예고조차 못했다는 설명을 들으면 어느 기업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하겠는가? IT산업의 기초가 과연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스마트 그리드를 자랑하고 거미줄같은 송전선과 컴퓨터를 이용한 관리를 자랑하던 한전의 홍보가 무색해지지 않는가?

더구나 노트북이 아닌 일반 데스트탑에는 UPS(무정전전원장치) 같은 것도 없다. 자칫하면 자료를 읽는 도중 꺼져서 소중한 하드디스크 안의 데이터가 날아갈 수도 있다. 단 한번의 예고 없는 정전이 테라 단위의 자료를 없앨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일 때문에 IT산업에는 전기가 중요한 것이다.

흔히 한국에 모자란 것은 조그만 잔신경과 끝마무리 같은 기초라고 한다. IT산업도 마찬가지다. 전력수요 예측과 관리, 예보 시스템 같은 기초를 제발 지키자. 그것도 없이 대체 한국에서 무슨 애플과 MS, 구글 같은 기업이 나오길 바란단 말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이고 확실한 전력관리와 송전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