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형마트의 업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통큰치킨’을 둘러싼 이 논란은 중소기업의 영역에 과연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게 정당한가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으로 발전했다. 골목까지 진출하는 대형마트와 망해가는 동네슈퍼를 보면서 우리는 자유경쟁은 대체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은 본래 공정하지 않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작은 체구, 불우한 환경,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마음껏 경쟁하라며 아무런 보호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걸 좋은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격투기와 권투에 체급이 존재하는 건 바로 이런 선천적 차이를 보정해서 궁극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다. 무조건 규제는 나쁜 것이며 자유방임이 좋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 약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정글이 아니다.

IT산업으로 돌아와 보자. 스마트폰과 연관된 앱스토어는 얼마전까지 개인과 소규모 기업에게 천국이자 블루오션으로 통했다. 딱히 대기업과 대자본이 없는 이곳은 그야말로 아이디어와 열정만 가지고 적은 돈과 인력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앵그리버드처럼 아주 간단한 게임으로도 대박을 낼 수 있었다. 그러기에 많은 개인들이 마치 골드러시처럼 이곳에 몰려들었다. 덕분에 이곳은 늘 떠들썩했고 분주했다.

그러나 한차례 열풍과도 같은 개척기가 지나가자 이곳도 더이상은 기적의 땅이 아니게 되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쉽고 간단하게’로 통하던 스마트폰 게임 공식이 변하면서 독립 개발자 파워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대작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사양과 무선인터넷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게임의 기능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많아지는데다 자본금있는 규모의 게임사들이 속속 오픈마켓 시장으로 뛰어들다 보니 맞게 된 변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진 무료로 제공되는 라이트 버전의 게임들이 시장의 영역을 많이 차지하는데 이들 게임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적합했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게임의 수명을 단축시켰다”며 “단순히 ‘한 판’하고 마는 게임으로는 더이상 돈을 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게임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개발비도 크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800X480의 풀 HD 그래픽 등을 활용한 게임빌 ‘제노니아4’의 경우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본적으로 억 단위. 기존 게임이 2천만원~3천만원 가량이 투입되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오픈마켓에서 생계를 꾸리는 개인 개발자들은 개발 의욕이 꺾여 도태되는 일이 늘고 있다. 한 인디 개발자는 “그동안 오픈마켓 시장은 적은 비용으로 2∼3개월만 고생하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분야로 인식돼 왔으나 개발기간이 길어지고 제작 단가가 높아지면서 갈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 등에서 인기를 얻는 게임의 주류가 슬슬 변하고 있다. 워낙 많이 내놓는 캐주얼 게임보다 이젠 고사양과 고자본의 대작 게임이 인기작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개인개발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 분야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안 기업들이 드디어 대자본과 인력을 끌고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소규모로 개발한 게임이 성공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과연 이런 현상은 바람직한 것일까? 



스마트폰 게임의 기업화, 바람직한 변화일까?

단순히 생각해보자. 세상에는 수요와 공급이 있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공급이 이뤄질 수 있으니 수요가 창출되기도 한다. 이 둘은 철저한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서로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초기 스마트폰에서는 아예 쓸만한 앱과 할만한 게임이 없었다. 그러기에 아무것이나 즐길 수만 있으면 좋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었던 셈이다. 이때는 공급쪽에서 비교적 적은 노력만 가지고도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폰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오픈마켓에는 수백, 수천개의 앱과 게임이 넘쳐난다. 유료는 물론, 무료로도 재미있는 게임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캐주얼 게임이라면 굳이 돈을 내고 즐길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은 높아지고 유료로 구입할 가치에 대해 따지게 되었다.


따라서 보다 고품질의 게임에 눈을 돌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 스마트폰은 이제 듀얼코어를 넘어 쿼드코어로 발전하려하고, 그래픽엔진은 언리얼엔진도 돌리는 정도다. 돈과 인력만 있으면 콘솔게임기 수준도 구현이 가능하다. 다만 개인은 이런 환경에서도 대작을 만들 시간과 능력이 없을 뿐이다. 고품질 블록버스터급 게임에 대한 수요는 생기는데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드디어 기업들이 뛰어들게 된 것이다.

원칙적으로 스마트폰 게임이 보다 고품질로 향하는 건 바람직한 변화다. 그리고 그건 기업화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 소비자의 욕구에 의한 변화이기에 이걸 강제로 막는다는 건 어리석다.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이렇게 되면 그나마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기회로 삼아왔던 개인과 영세개발사가 문제다. 이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그 답은 굳이 말하자먄 ‘미개척지’ 로 가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다소 잔인한 말이지만, 세상은 본래 공정하지 못하다. 돈이 된다고 싶으면 대자본과 기획력을 가진 기업이 뛰어드는 건 피할 수 없다. 법으로 막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영세한 쪽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면서 성공해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 전용 앱과 게임은 아직 그나마 개척되지 않은 쪽이다. 이런 곳에 다시 먼저 진출해서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발전을 가로막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본래 약자를 응원한다. 하지만 첨단 기술세계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막으면서까지 생산자를 보호하는 데는 반대한다. 이곳에서 소비자의 권리는 될 수 있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발전과 혁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