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국내에 항공사라고는 대한항공 밖에 없던 시절에 비행기는 설령 국내를 갈 때조차도 돈 많은 사람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에 불과했다. 그 시절을 살아온 나는 그냥 비행기는 언제까지나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과는 관계가 없는 물건일 줄 알았다.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갈 때나 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항공편은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큰 부담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란 경쟁 항공사의 출현과 함께 저가항공사의 치열한 경쟁이 원동력이다. 저가항공사는 특히 서울-부산, 서울-제주간 항공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기차보다 더 싼 티켓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2011년, 옛날의 항공기 요금과 비슷한 것이 있으니 바로 휴대폰 요금이다. 부자들만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휴대폰 요금은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른다. 오히려 스마트폰 등 정보이용의 증가와 개인마다 가입하는 회선 증가로 인해 더욱 늘어났다. 결합할인이나 각종 할인을 이용해봐도 통신비는 가계를 압박하는 주요요소다. 특히 기본요금이나 문자서비스 이용료는 거의 떨어지지 않는 철옹성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기본요금 1천원 인하는 그래서 나름 혜택임에도 불과하고 맥빠진 결과다. 현재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 있는 빅3 - SKT, KT, LG U+ 세 업체는 나름 경쟁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업체지만 요금에 있어서는 경쟁보다는 담합에 가까운 눈치보기와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 경쟁의 의미가 무색할 지경이다.

결국 정부에서는 의욕에 넘치는 다른 이통사를 시장에 진입시키기로 하고 그 방법으로 가상통신망 사업자를 이용하기로 한 모양이다. (출처)


다음달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온세텔레콤 등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가 선불 이동통신서비스를 본격 시작하지만 시장 활성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MVNO는 이통사 네트워크를 빌려 20% 이상 싼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업계에서는 이통사가 MVNO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뒤로는 선불 유통시장에 MVNO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등 장벽을 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휴대폰 제조사들의 중고 휴대폰 유통 제한 정책 역시 MVNO 사업을 제한하는 큰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MVNO 활성화를 통해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휴대폰 제조사들의 중고 단말기 유통 금지 정책이 MVNO 활성화를 가로막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리퍼비시 휴대폰(수리한 중고 휴대폰)의 유통을 막고 있다.

MVNO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새 휴대폰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리퍼비시 휴대폰 유통을 막고 있다"면서 "제조사들의 이런 제한은 친환경 정책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MVNO 사업자들은 선불 서비스 시장에 안착한 후 연말 후불 이동통신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어려운 기술용어가 좀 있는데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겠다. 가상통신망 사업자란 한마디로 기존의 이통사가 깔아놓은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다시 소비자에게 파는 사업자다. 자기 통신망이 아닌 다른 이통사의 망을 빌려 가상으로 자기 망으로 인식시키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가상 이동통신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가상이통사가 중요해지는 걸까? 이것은 저가 항공사가 항공권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유와 비슷하다. 보통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라고 해도 요구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최고급 서비스와 대우를 받으며 가겠다는 사람과 거의 짐짝이나 다름없이 타도 좋으니 값만 싸게 해서 목적지에 안전하게만 가면 된다는 사람이 양극단에 있다. 중간에서 적당한 가격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통상 메이저 항공사는 이들 수요의 중간 정도 지점에서 요금과 서비스수준을 결정한다. 새로운 항공사가 생겨 경쟁하더라도 기본적인 사업모델을 이런 위치에 놓는 한 가격경쟁은 그다지 심하지 않다.



그러나 저가항공사는 다르다. 저가항공사는 안전을 빼놓고 나머지 부분을 철저히 다이어트해서라도 값싼 항공편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기존 항공사의 필요없는 서비스요금을 내지 않고 가려는 사람에게 환영받는다. 덕분에 메이저 항공사도 자극을 받게 된다. 감당할 수 없이 요금을 올리거나, 가격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면 저가 항공사가 차라리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 한국 시장은 활성화된 경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SKT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미 판세를 굳혔고 KT는 요금이나 회선 경쟁보다는 단말기 경쟁에만 치중하고 있다. LG U+는 거의 도전을 포기했다. 이런 시장을 가지고 이통사가 정부에 대해 '요금은 시장경제 원리로 결정해야 한다.' 고 주장하는 자체가 우습다. 이미 시장 자체가 반쯤은 독과점 상태라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자유로운 시장경제 원리인가?

통신비 인하, 가상이통사 진입으로 실현될까?

그래서 나름 가상이통사를 새로 시장에 진입시키는 건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미 깔려있는 종래의 회선을 이용하므로 중복투자나 품질에는 염려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다른데 있다. 기존 통신사가 아예 가상 이통사를 직접 설립해서 뛰어들려하고 있다.


그 목적이야 뻔하다. 정말로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기보다는 미리 들어가서 선점해 둠으로서 횡포를 부리고, 정당한 경쟁구도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신설 가상이통사를 고사시킨 뒤,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아예 자유로운 경쟁이 될 수 있느냐하는 것도 문제다. 가상이통사를 위해 단말기를 만들어줄 회사도 거의 없다. 말로는 수요가 적어서 만들지 못한다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갑'인 이통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다. 또한 가상 이통사는 자금규모가 적어서 대리점에 막대한 가입유치 보조금을 줄 능력이 부족하다.

결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로는 가상이통사만으로 통신비 인하는 실현될 수 없다. 경쟁 자체가 너무 기존 업체와 강자에만 유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1) 일정기간 동안 메이저 이통사의 가상이통사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 초기에 의욕넘치는 가상이통사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2) 단말기의 수급을 위해 블랙리스트 제도를 활성화하고, 중고 단말기 유통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단말기 회사를 압박해서 여러 이통사에 동시에 쓸 수 있는 단말기 제조와 물량을 일정부분 의무화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3) 새로 진입한 가상이통사가 이용 요금을 낮춰줄수록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한다. 공공기관 입찰에 유리한 가산점을 준다든가,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면 지금처럼 떠들썩하게 천원 내리려 기를 쓸 필요도 없다. 이통사 사장이 무슨 미래의 꿈까지 언급하며 소비자를 협박하지도 않게 된다. 가상이통사의 진입과 함께 자유 경쟁과 요금인하를 위한 조치들이 확실히 취해지길 바란다.

P.S : 오늘 오후 신라호텔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1년간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열리는 기자간담회에 초대받아 취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일본 IT업계 최고의 인물이 된 손정의씨가 어떤 말을 할 지 기대되네요. 갔다와서 포스팅으로 상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