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항상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로 혁신을 주도했다. 애플의 역사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본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애플의 <맥으로 돌아가자.> 이벤트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더 싸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진 매력적인 맥북에어다. 하지만 실상 가장 주목받아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바로 새 운영체제인 OS X 라이언이 그렇다. 또한 라이언에서 가장 주목받아야할  유통체제 <맥 앱스토어>가 그 주인공이다.



맥 앱스토어라고 하니 그다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앱을 유통하는 앱스토어의 개념을 그대로 컴퓨터 세계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할 수도 있다.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변형하고 새롭게 적용하는 데 있다. 라고 애플은 늘 말하곤 한다. 아니, 이건 애플 팬보이들이 주로 말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맥 앱스토어는 방식이 앱스토어와 닮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과연 이 방식이 기존의 굳어진 PC소프트웨어 유통체제를 바꿀 수 있을까란 영향력의 문제가 된다.



앱스토어는 애플이 관리해주는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이다. 개발자가 가격을 책정해서 올려놓으면 애플이 심의하고 문제가 없으면 판매를 허가하며 일정부분의 홍보와 관리, 대금결제를 책임진다. 그 대가로 판매자가 70, 애플이 세금을 포함한 30을 가져간다. 이것은 매우 좋은 비율로서 개발자의 이익이 보장되는 조건이었다.
  
애플은 MP3음악을 유통하는 아이튠즈의 사업모델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음악이 냅스터를 비롯한 인터넷의 불법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 죽어가고 있을 때 0.99달러, 혹은 1.99 달러등의 낮은 가격으로 음악을 팔아서 시장을 살리고, 유통체제의 혁신을 가져왔다. 아이팟 음악에 통한 이 방식이 이후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앱에 적용되어 모바일 시장에도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이 방식이 최종적으로 컴퓨터 시장을 향하는 것은 당연한 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컴퓨터 시장에도 이런 앱스토어 방식이 그대로 성공할 것인가?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앱스토어 경제학>의 한 구절을 보자.

실제로 앱 이코노미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역사상 최대 성공작이지만 싸구려 물건을 파는 100엔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분석기관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글로벌 앱스토어 현황을 보면 무료 소프트웨어이거나 99센트짜리 애플리케이션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비중은 77퍼센트로 매우 높지만 99센트짜리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퍼센트로 1위다. 가장 인기있는 분야인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의 평균가격은 각각 2달러에도 못미친다.

값싼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니 5-10달러 정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욕도 떨어지고 장터-앱스토어에서 잘 팔리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애플이 다운로드 건수를 기준으로 상위 100위 어플리케이션의 순위를 매긴다. 애플리케이션 순위가 다시 다운로드 순위로 직결되는 앱스토어 구조에서는 무료, 혹은 저가 앱이 많이 팔릴 수 밖에 없고, 이로인해 가격 인하 경쟁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앱 스토어는 박리다매식 경제 구조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사실 고가 소프트웨어나 필요없는 기능을 끼워파는 무거운 패키지 상품을 반대한다. 또한 기업체들이 그런 것에서 핵심 기능만 넣은 저가 버전을 내놓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앱스토어는 반대로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넣어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게 해주는 그런 고가 소프트웨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감한다.

기존 모바일이나 음악에서의 앱은 정말 캐주얼한 개념이 많다. 정말 필수적인 앱은 살 때 플랫폼에 내장되어 있거나 공짜로 운영체제 회사에서 제공해준다. 그러니 간단한 장식품 개념으로 앱을 사고 소비한다. 그런데는 그야말로 천원짜리 상품이 널린 가게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부담없이 소비하는 것이 재미있어 반기기도 한다.
 

애플 맥 앱스토어가 해결해야할 문제점은?

그러나 지금 우리가 PC에서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모두 99센트나 2달러 남짓으로 거래될 수 있을까? 물론 포토샵을 99센트에 살 수 있다거나 스타 크래프트가 2달러로 나오면야 나도 기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닌텐도 게임이나 PSP게임도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고가 앱에 속하는 애플의 업무용 앱 - 페이지스나 넘버스가 9.99달러 정도다. 이 가격에 대작 게임이 나온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하물며 어도비의 비싼 툴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불법 복사자가 없어지고, 패키지 비용과 유통비용이 절감되니까 저가로도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우리의 희망사항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발사들도 이런 미지의 모험을 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맥 앱스토어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는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무런 대비가 없는 것 같다. 아이애드로 대표되는 광고시장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광고만 믿고 고가 앱을 저가로 내놓아 함께 경쟁할 지에 대해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아이튠즈에서 앱스토어로 이어지는 애플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은 이미 애플티비의 컨텐츠를 놓고 주춤거리고 있다. 메이저 방송사 일부는 애플이 제시하는 저가로는 제작비도 못맞춘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맥 앱스토어는 결국 이대로라면 그냥 모바일 앱스토어처럼 개인과 소규모 기업 중심으로 저가의 캐주얼 어플을 파는 악세사리 가게가 될 뿐이다. 정말로 의미있고 중요한 앱은 다른 곳에서 고가의 패키지로 팔리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반쪽의 혁신일 뿐이다. 진정으로 애플이 맥 앱스토어의 성공을 바란다면 대형 개발사들의 만족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애플이 앱 스토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많은 혁신을 이끌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