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각자가 서있는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비록 방향이 다르고 색깔이 다를 지언정 모두가 보는 미래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거대한 존재인 PC가 쇠퇴하는 것을 보고 있다. 굳이 미래예측에 뛰어난 석학 앨빈 토플러나 늘 혁신을 말하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조금씩 몸으로 느끼고 있다. 바로 전통적인 의미의 컴퓨터가 점점 발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예전에 컴퓨터로 책상에서 처리했을 일을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할 수 있다. 이것은 크고 무거운 것을 작고 가벼운 것이 대체한다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처음 연구실에서 거대한 냉장고보다 크던 컴퓨터 애니악이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데스크탑으로 작아졌다. 이어서 이 데스크탑이 들고 다니며 무릎에 올려놓을 수 있는 랩탑과 노트북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 노트북이 이제는 손바닥 위에 놓고 쓰는 스마트폰과 한 손으로 잡고는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모바일 기기로 진화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가장 먼저 만들며 선도하고 있는 업체는 애플이다. 선도하지는 못해도 잘 따라가며 이익을 취하는 업체는 구글이다. 그리고 뒤쳐진 채 불안해하며 따락가려 애쓰는 업체는 마이크로 소프트다. 특히 도스와 윈도우로 한 시대를 풍미한 MS의 뒤늦은 행보는 공룡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다.


최근의 뉴스 하나를 보자. (출처:일렉트로니스타)  번역/ 클리앙 최완기.

MS를 떠나는 Chief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레이 오지는 그의 에세이에서 MS에 "포스트-PC 세계"를 준비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MS의 코어 비즈니스들인 오피스와 윈도우가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플랫폼이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에게 너무 복잡해, 더 쉽고 가전제품 같은 기기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MS가 모바일 부문에서 기회들을 허비했다고 시인하고,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에게 선두를 내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MS가 전체적 인터페이스와 앱 전달 모델들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MS는 더 이상 밖으로부터의 영감을 기다릴 수 없고, 특히 정책 결정자들이 아닌 생산을 컨트롤할 수 있는 중간급에 있는 내부로부터 영감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 오지의 이같은 발언은 MS 내에서는 아주 희귀한 것이다. MS CEO 스티브 발머는 태블릿들이 PC들을 잠식할 것이라는 견해를 부정했고, 오직 윈도우 7 태블릿들을 주 경쟁제품으로 밀었다. 발머는 iPhone의 파급 효과에 대해 무시한 것으로 크게 비판을 받았다.

빌 게이츠가 후계자로 생각하고 영입해 키웠던 것이 바로 레이 오지다. 그러나 빌 게이츠가 내부 권력다툼에 밀려 MS를 떠나고 나자 레이 오지마저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 뒤에는 바로 빌 게이츠를 쫓아낸 스티브 발머가 있다.


MS의 지금 상태는 과연 망해가는 제국들이 보여주는 공통된 모습일까? 아니면 또다른 부흥을 위한 아픔일 뿐일까? 윈도우로 대표되는 전통적 의미의 PC가 사라졌을 때 MS에 미래가 없다는 건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 오지의 저 말은 정말 섬뜩할 정도의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MS는 이런 점까지 잘 지적해주는 인재를 쫓아내고 있다.

레이 오지의 사퇴를 둘러싼 뉴스를 보자 (출처:머니투데이)


MS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해 온 오지 CSA는 2005년 MS에 합류, MS가 인터넷 기반으로 변화하거나 리스크에 직면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그가 임직원에 보낸 메모는 MS의 거대한 흐름을 바꾼 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지는 2008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고 PC보다는 웹이 미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지는 최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줄었으며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과도 접촉이 뜸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퇴 이유와 관련, MS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사업이 오지의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본인이 아니라 발머 CEO가 사퇴를 공개한 만큼 회사와 갈등 끝에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발머 CEO는 회사가 이미 훌륭한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오지의 후임을 임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5월 이후 MS에서 벌써 3번째 고위직 사퇴가 이어졌다. MS는 뉴욕증시에서 28센트(1.1%) 오른 25.82달러를 기록했으나 오지의 사퇴가 알려진 뒤 마감 후 거래에서 2.3% 하락, 25.2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 MS는 이럴 때가 아니다. 모든 역량을 모아도 애플과 구글이 장악한 새로운 모바일 시장을 차지하기 힘들 판이다. 윈도우로 대표되는 기존 컴퓨터의 패러다임이 뒤집어지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려는 시기에 인재를 방출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PC 이후의 세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어쨌든 MS 내부의 이런 암투야 어쨌든 한 때 빌 게이츠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되던 인물이 남긴 이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눈앞의 미래가 아닌 제법 먼 미래를 보며 PC이후의 세계를 대비하라는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음미해봐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이벤트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사의 맥을 포함한 기존의 모든 컴퓨터를 트럭에 비유해서 점점 주류에서 사라지는 플랫폼이 될 거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 말은 많은 사람의 동감을 얻었다. 특히 지금 시장상황은 점점 데스크탑을 노트북이 대신하고, 노트북을 태블릿이 대신하며, 스마트폰이 개인 휴대 플랫폼의 중심이 되는 대변혁을 맞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시기에 데스크탑PC는 그야말로 기업이나 특수 개발자들이나 쓰는 특수한 플랫폼이 되기 쉽다. 사람들이 모두 가벼운 노트북과 태블릿 만으로 인터넷에 연결해서 각 앱스토어와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며 일하고 즐기게 된다. 클라우드 컴퓨터는 바로 이런 개념을 정의한다. 레이 오지의 말은 바로 이런 세계를 대비해 MS가 윈도우가 아닌 모바일에 적합한 어떤 것을 만들고 제안하며 주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은 굳이 MS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대비해야 한다. 종래의 무거운 윈도우나 데스크탑 위주의 운영체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가벼운 운영체제와 관련기술을 통한 사용자의 자유를 보다 누리는 쪽으로 기업들을 유도해야 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과 달리 소비자는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가 PC이후의 세계를 대비하는 길이다.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부가 아닌 국민이 되어야 하듯, IT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당당히 우리가 모바일 기기에서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기업에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가 PC 이후의 세계를 대비하는 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