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를 둘러싼 애플과 어도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플래시. 웹과 컴퓨터에서 자유롭게 애니메이션과 동영상을 삽입하고 볼 수 있게 하려는 기술이다. 문제는 이것이 어도비라는 한 회사에서 개발되었으며 표준이 되지도 못했으며 기업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이자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는 데 있다.

애플은 초창기 어도비와 매우 관계가 좋았다. 마치 MS와 인텔의 관계처럼 애플이 새로운 혁신을 이룩할 때마다 그 중심 혹은 주변에는 항상 어도비의 기술이 있었다. 미려한 폰트를 화면과 출력물에 구현해주는 포스트스크립트 기술부터, 그래픽 디자이너의 필수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많았다.


매우 우호적인 파트너였던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진 것 망해가는 애플을 살리기 위해 잡스가 열심히 일하던 때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영체제의 지적소유권을 무기로 MS와 성공적인 협상은 한 잡스는 새로운 운영체제인 OS X로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를 유도하기 위해 굵직한 세 업체만 설득하기로 했다. 세 업체만 협력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올거란 생각이었다.

이미 협상에 성공한 MS는 두말없이 따랐다. 오피스와 익스플로러를 새로운 맥용으로 포팅해주었다. 그러나 어도비는 거부했다. 매크로미디어는 어중간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 어도비는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했다.

애플과 어도비의 불화는 이때 시작됐다. 비즈니스 모델의 충돌과 배신감이 겹쳐 애플은 어도비를 협력자가 아닌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포토샵을 비롯한 어도비 툴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어퍼처, 아이라이프를 개발했다. 파이널 컷이라는 걸출한 동영상 편집툴은 어도비 프리미어란 경쟁자를 제치고 최고의 방송편집용 툴이 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매크로미디어 - 지금의 어도비가 가진 플래시란 기술이었다. 개발자가 적은 비용으로 아주 쉽게 웹용 미디어를 개발하고 소비자가 공짜로 그걸 쓸 수 있게 하는 이 기술은 주로 광고용으로 사용되었지만 표준 아닌 표준으로 웹상에 널리 퍼졌다. 자바에 해당하는 일종의 가상머신 기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플래시는 웹만 돌아가면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았기에 MS와 애플 둘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MS는 이에 대항해서 실버라이트란 자사의 가상 웹 기술을 만들어 보급에 힘쓰고 있다. 애플은 독자기술을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맥에서의 플래시 지원에 극도로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또한 어도비 역시 분위기가 냉랭해진데다 점유율도 적은 맥에서의 플래시 기술 향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문제는  iOS에서 터졌다. 애플은 완전히 주도적 위치에 있는 이 플랫폼에 플래시를 아예 탑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어도비의 영향력 배제를 위한 파격적 이 결정은 지금까지 숱한 논란과 사건을 부르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플래시에 대한 이런 단절이 개인적 배신감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충돌이라는 지적을 부인한다. 그는 스스로 밝힌 이유에서 플래시에 대한 어도비의 성능향상 노력이 너무도 게으르다고 꼬집었다. 맥에서 많은 충돌을 야기하고, 공개표준이 아니며, 미래를 위한 기술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맥에서는 여전히 플래시를 쓸 수 있긴 했다.

그러나 마침내 애플이 점점 플래시를 압박하고 있다. 맥에서조차 플래시에 대한 적대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인가젯)
 

애플이 새로 출시한 맥북에어가 플래시 플러그인이 설치되지 않은 채로 출시되어, 애플이 반 플래시 정책을 강화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여기에 대해 애플이 응답했다.
 
애플에 따르면, 맥에서의 플래시 지원은 계속 될 것이며, 사용자들이 최신의 안전한 플래시 버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도비로부터 직접 다운로드 받는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플래시를 기본으로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We're happy to continue to support Flash on the Mac, and the best way for users to always have the most up to date and secure version is to download it directly from Adobe.)

이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을 딱 떠올리게 한다. 물론 윈도우도 처음부터 플래시가 깔려있지는 않다. 그러나 웹을 띄우고 플래시가 포함된 컨텐츠를 만나면 저절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링크가 친절하게 안내된다. 그런데 맥은 그런 것을 전부 생략하고 그냥 공백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서 플래시를 찾아가 다운받으면 그건 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예전에 예전에 MS도 잘 써먹은 적이 있다. 윈도우에 기본으로 익스플로러를 포함하고는 잘 모르는 사용자가 쓰도록 했다. 물론 잘 아는 사용자는 일부러 익스플로러를 지우거나 넷스케이프를 다운 받아 쓸 수 있으며 그걸 말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일부러 그런 수고를 잘 하겠는가? 이런 방법을 쓰자 넷스케이프는 급속히 죽어갔으며 익스플로러를 삽시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그리고 MS는 결국 반독점법으로 재판정에 서서 패소했다. 애플은 지금 독점기업이 아니라 걱정이 없기에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업체의 기술을 자사 플랫폼에서 몰아내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이 주장하는 대로 어도비가 정말 게으르고 기술력이 없어서 플래시가 미래에 적합하지 않은 것일까? 다음 뉴스를 한번 보자. (출처: 인가젯)

어도비는 TV, 태블릿, 폰 용 Air 2.5를 발표했다. Air 2.5는 가속 센서, 멀티터치 제스처, 카메라, 마이크로폰, GPS 데이터, 하드웨어 가속 등을 지원한다.
어도비는 또한 앱들을 패키징 하는 어도비 InMarket을 런칭했다. 이 서비스는 첫 해는 무료로 제공된다. 어도비는 오늘부터 Air 2.5 SDK를 배포했고, 개발자들은 어도비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도비는 다양한 방면으로 이미 미래의 신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플래시인 Air 를 비롯해서 말이다.

애플과 어도비, 과연 누가 더 게으른 걸까?

이런 두 가지 뉴스를 보면서 생각해보자.
애플이 정히 플래시 지원을 하지 않겠다면 할 수 없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불편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애플이 게으르지 않다면 어도비의 기술을 쓰지 않고 독자적으로 플래시와 호환되는 어떤 것을 제공하든가, 선택 옵션이라도 제공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애플이 지금 하고 있는 건 기술적 노력과는 거리가 먼 그저 차단에 불과하다. 대안없는 차단 말이다. 그에 비해 어도비는 다른 플랫폼에서 착실히 플래시와 자사기술로 미래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도비는 애플이 허락만 한다면 언제든 플래시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위에서 말한 이 기술도 당장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애플은 이미 지원되던 맥북에서도 플래시를 몰아내려고 한다. 과연 누가 더 게으르며 누가 더 소비자의 이익을 보장하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