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베스트샵의 아이폰 판매, 소비자 선택권이 중요하다
지난 2015년 팬택이 최종부도로 스마트폰 업계에서 사라졌을 때, 일부에서는 상당한 우려를 제기했다. 단순히 경쟁에서 밀려난 업체 하나가 밀려난 게 아니다. 이러다 한국 스마트폰 업계에서 국산은 삼성제품 밖에 남지 않게 될 거란 독점에 대한 우려였다.
2021년 4월 이런 우려는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인 팬택은 그렇다쳐도 대기업인 LG전자는 사업지속에 대한 의욕을 계속 보여주었기에 그 충격은 컸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외국회사인 애플 제품과 국내회사는 삼성전자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저가폰에서 중국제품이, 소량으로는 일본 소니제품이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구입만 가능할 뿐 제대로 된 사후 서비스 기대가 힘들다.
이런 상황이 되자 유통망에 대한 문제도 터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LG전자가 자사 유통망인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등 애플 제품 판매를 검토하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을 스마트폰 유통업계가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전자가 '믿었던 LG전자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라는 표현까지 써서 보도했다.
LG전자는 오는 8월부터 자회사 하이프라자가 운영하는 LG베스트샵을 통해 애플 통신 제품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LG베스트샵에 입점할 제품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다. 맥북, 아이맥, 맥프로 같은 노트북, 데스크톱은 LG전자 제품과 품목이 겹쳐 제외됐다. 또한 판매와 별도인 AS센터 기능 역시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도 있다. 현재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업계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로 애플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LG전자 제품 사용자들이 삼성제품보다는 애플 제품을 사용할 거란 예상이다.
국내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온라인 마켓이나 용산 같은 곳에 익숙하지 않다. 품격있는 LG베스트샵 같은 곳에서 제품구매를 하는 사용자 경험을 선호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이런 사용자가 강력한 경쟁자인 아이폰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폰으로 옮기려는 의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또한 업계에서는 애플 제품을 판매하는 효과로 충성도 높은 애플 사용자들을 LG 가전제품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가전 판매량에서 LG전자에게 큰 도움이 되기에 삼성전자로서도 스마트폰에서 갤럭시 판매량 뿐 아니라 가전제품 매출에도 악조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부서 임직원들은 이와 관련된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이 소식을 들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이의를 제기했다. 2018년 5월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당시 협회, 동반성장위원회,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동 서명한 상생협약서에는 '삼성전자 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만일 이걸 어기고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취급하면 고객 유출이 불가피하고 중소 유통망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논리다.
정작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둘러싸고 이런 식으로 규제하는 협약은 큰 문제다. 체결된 시점 기준으로 보면 각자 자사 제품을 취급하겠다는 정도니 그래도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자사제품이 없어진 상황에서 무조건 국내제품을 취급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국내제품이라도 경쟁사는 경쟁사일 뿐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는 AS와 고객경험에 민감한 편이다.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고르는 것을 선호한다. 다양한 논리로 경쟁 제품을 차단하고 특정한 제품만 취급하도록 하는 건 그만큼 소비자 선택권을 원천봉쇄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LG전자 매장에서 애플 제품 뿐도 구입할 수 있는건 그만큼 편리함을 보장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국내 통신업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서 얻는 독점의 이익보다는 더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아서 얻는 혁신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독점은 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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