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현대자동차]



흥미롭게도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화두가 되는 소식은 모두 IT기술과 맞닿아 있다. 터보엔진의 출력이나 기어 변속장치의 효율성을 따지던 수십년 전 자동차의 흐름과는 너무도 다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위기와 기회가 함께 찾아온다. 전기차에서는 전통적인 브랜드 가치에 의존해오던 독일, 일본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약하다. 

여기에는 세계 5위 자동차업체로 발돋음한 한국의 현대기아차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전기차의 넘버원은 미국 테슬라다. 소비자들이 전기차에서 벤츠든 페라리든 브랜드 가치를 특별히 높이 쳐주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회도 여기에 있다. 더 좋은 배터리 출력과 우수한 자율주행장치가 포함된 전장산업을 갖춘다면 누구든 세계 자동차를 호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바로 그 좋은 예다. 최근 화제가 된 애플카 역시 패러다임 전환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운영체제(OS)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구글과 완전히 결별하고 독자 행보에 나선다. 차량 안에 내장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했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더이상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는 지난해 제네시스 일부 차종에 자체 OS를 처음 적용했다. 내년부터는 이것을 그룹 전체로 확대해서 외부 의존도를 100% 줄일 계획이다.

[출처: 현대자동차]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독자 운영체제는 리눅스 기반인 커넥티드카 운용체계(ccOS)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자체 OS를 카오디오 등의 인포테인먼트에 우선 도입한 이후 계기판이나 차량제어 등 차량 전체로 독자 OS를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인포테인먼트, 계기판, 차량제어 등 영역에 각기 다른 OS를 사용한다. 폭스바겐이나 토요타가 일부 차량에 자체 개발한 OS를 적용했지만 전체 모델로 확대하는 사례는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재 완성차 업체와 주요 IT업체는 치열한 주도권 다툼중이다. 애플카 사례에서 보듯 IT업체는 하드웨어인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종속시키려 한다. 어떤 공장에서 어떤 나라가 만들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운영체제를 쓰느냐에 따라 구매가치를 다르게 만들려는 것이다. 같은 하드웨어로 만들어도 애플 아이폰과 중국 안드로이드 폰의 가치가 다르듯이 말이다.

반면에 완성차 업체는 IT업체의 성과물인 운영체제와 배터리 등을 차량에 내장된 부품 수준으로 만들려 한다. 삼성 갤럭시S 시리즈는 시장에 따라 삼성 엑시노스을 쓰기도 하고 퀄컴 스냅드래곤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소비자는 브랜드와 제품명을 믿고 구입한다. 애플 역시 규격이 같은 여러 회사의 부품을 혼용하지만 우리는 애플마크를 보고 산다.

현대도 같은 전략으로 보인다. 독자운영체제를 써도 현대차는 현대차의 브랜드로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쉬울까? 문제는 완전한 IT 영역에서 현대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가졌느냐 하는 점이다. 단순히 카오디오를 조절하고 네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까지는 그럭저럭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자율주행기능이다. 미래 전기차는 모든 계기판의 전자화와 함께 고도의 자율주행능력을 갖춰야 한다.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만큼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전방인식능력과 처리 능력이 요구된다. 카오디오가 잠시 멈춰도 다시 틀면 된다. 그러나 계기판이 먹통이 되면? 전방인식에 잠시라도 오류가 나면?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데 완성차 업계는 이 분야에서 완전히 초보자에 가깝다. 전통적인 IT회사의 영역이다.

완성차 업체의 불만에도 이유는 있다. 구글이 일방적인 정책을 펼치며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가는데 반해 기능 구현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의 독자운영체제 유지는 쉬운 게 아니다. 지금부터 엄청난 연구비와 시간을 계속 쏟아부어야 글로벌 IT업체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 

갤럭시 워치에서 독자운영체제를 시도했던 삼성전자가 왜 다시 구글과 손을 잡을까. 들어가는 돈에 비해 결과물이 우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가 시도하는 독자운영체제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좋은 면에서는 운영체제 주도권을 잡겠지만, 나쁜 면에서는 기술적으로 고립되어 낙후될 수도 있다. 독자운영체제의 빛과 어둠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 독자운영체제를 시작했다면 답은 간단하다.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개발, 끈질긴 지원을 통해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게 따라주지 못하면 처참하게 실패한다. 스마트폰 초기에 우리는 웹OS, 윈도우폰, 리눅스, 바다 같은 여러 독자 운영체제를 본 적이 있지만 그들은 지금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의 독자 운영체제가 성공한다면 한국 자동차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큰 결심을 한 현대차의 성공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