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자본주의에서 최고로 꼽히는 미덕은 경쟁이다. 많은 회사가 더 많은 소비자를 얻기 위해 경쟁하면 그 과정에서 혁신이 생긴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올라가고 가격은 떨어진다. 더 많은 회사가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록 혜택이 늘어나기에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와 법률은 굉장히 중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쟁이 완전히 순작용만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지나친 경쟁의식에 의해 그 방향이 이상하게 틀어질 수 있다. 소비자를 위한 혜택이 아닌 방향으로 향하면 오히려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소비자 혜택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특히 소비자를 보고 경쟁을 하지 않고, 경쟁 회사를 없애려는 방향으로 향하면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인텔과 애플 사이에 벌어지는 불화는 눈여겨볼 만 하다. 왜냐하면 소비자를 위한 더 좋은 경쟁으로 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발단은 애플이 그동안 자사 맥북, 아이맥 등의 데스크탑 제품에서 채택하던 핵심 연산칩을 공급하던 인텔과 결별하는 곳에서 시작됐다.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던 인텔칩의 성능이 저하되자 더 좋은 성능을 내기 위해 애플 스스로 M1칩을 개발하고 향후 3년동안 완전히 이 칩 기반으로 이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이후 인텔이 연구개발을 통해 더 좋은 성능의 칩을 내놓을 수 있다. 애플은 자사칩으로 인텔칩과 끊임없이 경쟁할 수 있다. 나중에 애플이 인텔의 성능향상을 인정하고 다시 인텔칩 채택으로 회귀하면서 악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두 업체가 악수하는 가운데 소비자는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얻게 되며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인텔]


그런데 상황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1일 인텔은 노골적인 반 애플 캠페인을 시작했다. 2개의 최신 11세대 H-시리즈 랩톱 프로세서를 발표한 자리에서다. 인텔은 최고성능전략가 라이언 슈라우트를 통한 기자회견을 통해 맥 기기의 열악한 게이밍 경험이 인텔 기반 윈도우 기기를 우월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또한  애플의 M1 칩을 조롱하면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 맥OS에서 실행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11세대 코어 i5 H-시리즈가 가장 강력한 맥북 프로보다 더 나은 게이밍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애플에게 결별통고를 받은 인텔은 자존심 때문에 이럴 수도 있다고 치자. 애플의 대응은 어떨까. 6월 12일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올 하반기 정식 출시할 새 운영체제인 맥OS 몬터레이 기능 중 일부 기능은 기존 인텔 프로세서 탑재 맥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애플]


그런데 애플은 유독 기존 인텔 프로세서 기반 맥과 M1 칩 탑재 맥의 기능이 다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칩의 성능이나 기능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같은 맥북인데 인텔칩이 '기분나빠서' 넣지 않는 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해당하는 '라이브 텍스트' 기능은 사진에 포함된 영어, 중국어 등 글자와 숫자를 인식해 복사하거나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이다. 인텔 칩이 특별히 구현불가능할 이유가 없는 기능이다.  맥루머스 포럼에는 11일 현재 700개 이상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으며 인텔 맥을 도태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해 WWDC 2020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몇 년간 인텔 기반 맥을 지원하고 새 맥OS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2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맥OS 몬터레이에서는 기능 지원은 포기하는 식으로 차별을 가하려는 것이다. 

인텔과 애플은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회사다. 현재 IT업계의 핵심을 이끄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회사가 소비자를 위한 경쟁이라는 목표를 잊고 단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잘된다는 식으로 움직이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두 회사의 불화에 피해는 어째서 소비자가 겪어야 하나? 인텔은 결국 애플은 게임 능력과 전체 성능향상 때문에 인텔칩으로 돌아올 것이며 자사도 계속 혁신에 나서겠다고 점잖게 비판할 수 있었다. 애플은 새 운영체제가 해당기능을 지원할 테지만 인텔칩의 한계로 인해 자사 칩에 비해 약간 느리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는 정도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하는 지금은 가장 중요한 미덕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텔과 애플은 쓸모없는 싸움을 멈춰야 한다. 두 회사는 소비자를 위한 경쟁이란 목표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