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전자]

IT업계에서 1등 업체가 바뀌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특히 기술 혁신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1등 업체가 순식간에 몰락하는 일도 있다. 피처폰에서 절대적인 강자였던 유럽시장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무너진 것이 좋은 예시다.

중국 업체인 샤오미가  삼성을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달 27일 중국 현지 외신은 샤오미가 5개년 계획을 통해 향후 3~5년 내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스마트폰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특히 샤오미 부사장은 이르면 2023년께  출하량 기준 점유율로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 4,700만대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7,650만대 22%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이 5,240만대 15%를로 2위이며 샤오미가 4,900만대 14%로 3위다. 2위와 3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걸 감안하면 2위까지는 달성이 쉽다고 할 수 있다. 

다만 1위인 삼성과의 차이가 무려 2,500만대 차이다. 이걸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려울 수 있다. 샤오미의 최근 성장세가 대단한 면은 있다. 미국의 무역제재에 따라 급격히 줄어든 화웨이의 점유율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개 국가에서 삼성전자,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유럽에서도 2위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가성비 좋은 5G 중저가폰을 앞세운 공세가 상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과연 샤오미가 애플, 삼성을 넘을 수 있을까? 불가능이 없는 IT업계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로 보다 빠르게 혁신제품을 내놓아야하고, 둘째로 브랜드 이미지를 급격히 끌어올려야 한다. 샤오미가 과연 이런 두 가지를 할 수 있을 지를 살펴보자.

혁신제품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면에서 기술적 혁신을 이룩한 제품을 의미한다. 샤오미가 가진 가능성은 그나마 하드웨어에 있다. 삼성이나 LG 등에서 시도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초고성능 카메라 등을 탑재한 제품을 먼저 출시하게 된다면 호응을 업기 쉽다. 

그렇지만 현재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이런 부품을 완벽히 양산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시제품 출시 외에는 댜량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은 더욱 떨어지는 편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중국어권 앱을 그나마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주로 iOS를 참고하고 기능에서는 기존에 있는 기능만 지원하는 수준이다. 혁신적 기능이나 인공지능 같은 요소는 전혀 없다.

물론 이런 혁신이 없이도 단순히 출하량 기준으로는 1위 업체가 될 수도 있다. 이윤을 거의 포기하고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방법이다.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알려지면 글로벌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서 중저가 시장에서 삼성을 제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으니 바로 브랜드 이미지다.

 

[출처:샤오미]


스마트폰은 대부분 사용자에게 단순한 통화수단 1개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기를 표현하고 도와주는 단 하나의  수단이다. 때문에 성능은 다소 양보하더라도 남들에게 잘 알려지고 좋은 평가를 받는 브랜드를 쓰려고 한다. 애플이 저가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호응이 큰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실제 가격이 저렴해도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가 고급스럽다면 그만큼 사용자의 구매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많은 부분에서 그런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올렸다.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업체란 평가를 받고 있다. TV, 가전제품에서 인지도가 높다. 또한 피처폰 시장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좋은 제품을 내놓으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모여서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가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상당히 뛰어난 업체다. 가성비 좋은 하드웨어와 제법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갖췄다. 이 밖에도 체중계, 스마트밴드, TV 등 다방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처럼 압도적인 시장 1등 업체라는 이미지가 부족하다. 또한 뭔가 멋지다는 브랜드 이미지 역시 아직 형성되지 못했다. 

샤오미가 중국내수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으로 삼성을 뛰어넘고 싶다면 브랜드 이미지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단기간에 1위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만들 수 있다. 삼성과 샤오미가 애플을 포함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더욱 좋은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