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자본주의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선택권이다.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을 가진 제품이 각자의 효용성을 어필하며 시장에서 경쟁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다. 그것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생산자의 혁신을 압박하고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대로 선택권이 제한되는 시장이라면 소비자의 혜택이 감소한다. 특히 전기, 수도, 통신처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필수요소라면 공급자가 오히려 우위에 서게 되는 일까지 발생한다. 사용자의 목소리가 서비스와 제품 향상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 5G시장은 어떨까. 올해 하반기부터는 4G LTE 통신규격이 메인인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4G 스마트폰 6종류가 출시됐는데 하반기부터 이통 3사와 삼성전자는 플래그십부터 최저가 보급형 모델까지 하반기 신제품 라인업을 모두 5G 모델로 구성했다. 업계에서는 5G 스마트폰이 시장의 대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과연 이런 제품 라인업 단순화가 좋기만 한 것일까? 우선 이통사에서 구입한 5G 스마트폰은 LTE 요금제 가입이 제한된다. 이통사가 단말기를 함께 파는 이유는 보조금을 주면서 보다 비싼 최신 요금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5G 스마트폰만 있다면 당연히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가운데 신규구매자가 원하지 않는 5G요금제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플래그십 수준의 스마트폰이라면 5G만으로 출시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글로벌 언팩을 통해 갤럭시Z 폴드3, 갤럭시Z 플립3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초고가 모델이 4G LTE까지만 지원하는  제품이 나올 필요는 없다. 이 정도 고가폰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요금제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중저가폰까지 5G 스마트폰만 나온다는 건 문제가 있다. 이미 출시된 KT의 갤럭시 점프에 이어서 SK텔레콤의 갤럭시F42 5G, LG유플러스의 갤럭시A22 5G 출시가 눈 앞에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델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5G가 기본이다. 외국회사인 애플 역시 하반기 신제품 가운데 별도 LTE 모델 출시는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5G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해서 기존 4G LTE 서비스를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지금도 5G 요금제에서 커버리지가 미치지 못하는 곳은 4G LTE망으로 연결된다. 자급제 모델이나 중고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알뜰폰 유심을 끼우면 4G LTE 만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주류는 이통사 대리점에서 보조금을 받으면서 구매하는 최신 스마트폰이다. 이들 가운데 단 한 제품도 4G LTE가 메인이 아니란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 접근성 좋게 최신 단말기를 구입하면서 4G LTE 요금제를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여전히 부족한 5G 통신품질이다. 여전히 느리고 커버리지가 넓지 않아서 4G망을 써야하는 '5G 요금제'는 사용자의 매우 큰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최신 스마트폰 제품에서도 선택권이 사라지는 상황은 그만큼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돌아온다. 

5G망 품질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하반기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 그것이 안되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런 세대교체가 과연 소비자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일부러 낡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는 한 명도 없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최신 서비스를 비싼 요금제를 주고 쓰는 상황이 싫은 것 뿐이다. 5G 스마트폰을 대세라고 부르기 전에 빠르고 넓은 5G망이 대세되는 그런 세상을 모두가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