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할 권리 막는 애플, 지나친 이윤추구 멈춰야
현대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한 해에 수많은 IT제품이 출시되고, 구매되며, 폐기된다. 이런 제품의 수명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고장난 제품을 그냥 버리는 것이 권장되진 않는다. 대체로 고장난 제품은 수리되어 사용되다가 성능한계에 이르면 폐기되는 게 수순이다.
이런 제품 수리에 있어서 누가 주도권을 가지는가 하는 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트렌드를 이끄는 IT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애플의 정책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 애플은 원칙적으로 제품을 사용자 개인이 수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사설수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매우 신경질적으로 막는다.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의 '수리할 권리'가 침해받는 수준이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는 주요 글로벌 회사가 미국 수십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 입법을 치밀하게 막고 있다는 점을 보도했다. 올해에 27개 주에서 수리할 권리 법안을 검토했지만 이미 절반 이상이 부결되거나 폐기된 상태다. 블룸버그는 애플, MS, 아마존, 구글 같은 회사가 정품 수리 부품과 기기 도면을 독립 수리점에 제공하는 것을 필수로 하는 법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애플은 이런 법안이 수리를 시도할 때 기기 손상 또는 사용자 신체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맞서 싸우고 있다. 수리할 권리 조치를 후원하는 미국 하원의원 한 명이 직접 애플을 지목하며 로비스트를 고용해 거세게 저항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애플은 콜로라도, 네바다를 포함한 다른 주에서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애플을 포함한 테크 회사들은 왜 이런 수리할 권리를 반대하는 걸까? 사설 수리점 업계에서는 애플이 새 기기를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 수리 프로그램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고장으로 부품 교체만 하면 충분한 제품의 수리를 번거롭게 만들어 새 제품 구매를 결심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애플은 사설 수리점에 워런티가 지난 수리를 위해 정품 부품, 도구, 수리 매뉴얼, 진단기구를 제공하는 글로벌 독립 수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애플 공인 기술자가 수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으며 일부 부품은 제공되지 않는다.
애플의 사설 수리 방해는 상당히 교묘하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점점 더 많은 기기들이 수리와 유지보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이하게 생긴 나사를 써서 수리에 특별한 도구를 요구하거나, RAM과 같은 부품들을 납땜 혹은 접착해 소비자들이 교체를 어렵게 하는 식이다. 애플은 여기에는 더 얇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거나 특별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설명을 붙인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제품수리를 어렵게 해서 전자쓰레기를 더 많이 만드는 결과는 낳는다.
애플이 흔히 하는 변명은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한게 아니라 서비스를 구매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제대로 된 사용자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건 애플 사내에서나 통할 논리다. 애플 제품 가격은 완전 구매제품 만큼 비쌀 뿐 아니라 수리비용 역시 비싸다. 애플케어는 기본 1년에만 적용될 뿐 그후에는 상당한 돈을 주고 애플케어를 구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케어+가 없이 깨진 12.9인치 M1 아이패드 프로를 수리하려면 699달러가 들어간다. 수명이 끝난 애플제품을 애플이 제대로 된 가격으로 재구매해주지도 않는다. 사용자 과실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도 상당히 비싸다. 서비스 구매가 아니다. 단지 애플은 제품도 팔고 서비스도 팔고 그러면서도 될 수 있으면 수리보다 새 제품을 구매하게 유도해서 돈을 벌고 싶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이윤추구는 회사의 본질로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용자에게 과도한 불편을 주고 일반적으로 합의된 사회적 합의를 거슬러가면서 추구하는 이윤은 지탄받을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수리할 권리를 인정하고 보다 수리하기 쉬운 설계를 하고 사설 수리업체에게도 공정하게 부품을 공급하는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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