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를 관통하는 재미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모방’이다. 요즘 화제를 몰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소송도 그렇고, 맥북에어를 고스란히 따라하는 울트라북도 그렇다. 누군가 성공하면 후발주자는 그 성공의 과정을 고스란히 따라하면 자기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대로 하기 마련이다.


요즘 IT 업계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그만두게 된 잡스가 픽사를 통해 성공하고는 다시 애플로 돌아와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고는 영광의 정점에서 눈을 감은 것은 현대의 신화라고 부를 수도 있다. 옛날 이야기 속의 아더왕 전설같은 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살아있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인물 빌 게이츠를 둘러싼 또 하나의 재미있는 소식이 들린다. 그가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루머다. (출처)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복귀한다는 루머가 나왔다. 그가 경쟁자들에게 밀리면서 위기에 빠진 MS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다. 
 
이를 보도한 미국 지디넷은 12월 8일(현지시각) 게이츠 전 MS 회장이 회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했다. 진짜 필요한 건 신선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인재라는 지적이다.
 
지디넷 블로거 마리 조 폴리는 "트위터로 의견을 보낸 몇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MS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주주나 회장이 CEO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맑은 눈을 가진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게이츠는 여전히 MS에서 '파트타임'으로 부분적이나마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나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자(CSA)같은 직함을 달고 돌아올 것이란 관측에는 회의적이란 입장이다.
 
해당 소식을 전한 매체는 미국 경제지 포춘이다. 포춘은 게이츠가 떠난 뒤 MS의 주가는 오라클, 애플같은 경쟁사가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정체돼 왔다고 평했다. 포춘 소속 기자 알렉스 콘래드는 "한 고위 임원이, 게이츠가 그의 측근에게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며 "어쩌면 게이츠(복귀)가 죽어가는 MS 주가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고 썼다.


이 기사의 내용은 별로 정확하지 못한 희망사항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빌 게이츠가 돌아온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오는 환경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빌 게이츠 역시 자진은퇴라고는 해도 사실은 창립동료였던 스티브 발머에게 밀려나서 회사를 나오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결국 쫓겨난다.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스토리다.


물론 빌 게이츠에 얽힌 이야기는 약간 다르다. 바로 다른 컴퓨터 사업을 시작한 잡스와 달리 게이츠는 자선사업을 하며 보내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 무슨 큰 경영상 위기에 처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일명 ‘왕의 귀환’ 이라고 불리는 이런 희망사항이 나온다는 것 부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빌 게이츠의 MS 복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문제는 현재 MS의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뤄놓은 게 워낙 많아서 지킬 것도 많다. 우선 컴퓨터 운영체제쪽에서의 MS는 어떻게든 태블릿이 PC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전세계 90프로 이상의 사용자가 쓴다는 점 때문에 유지하고 있는 윈도우 시장은 결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아니다. 이미 웹브라우저에서는 영원할 것 같던 인터넷익스플로러의 시대가 끝나간다. 점유율이 50프로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PC가 전문가들이나 쓰는 기기로 전락한다면 MS의 시장지배와 이익창출도 거의 끝난다고 봐야한다.

또한 경쟁중인 콘솔게임기 시장도 있다. 비교적 하드코어한 게이머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이긴 하지만 제법 컸던 이 시장도 현재 통째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게임으로 인해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에 대해서 닌텐도와 소니는 물론이고 MS도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일종의 ‘메시아’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 갈망의 대상이 빌 게이츠에게 모인 것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그다지 인기없을 지언정 게이츠는 적어도 MS에게는 신화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 예측으로는 앞으로 1년, 혹은 2년 내에 MS가 극적으로 시장을 바꿀 어떤 것을 들고 나오지 못한다면 빌 게이츠의 복귀는 실현된다. 주주들이 그냥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애플이 그럭저럭 수익을 잘 낼 때, 잡스의 귀환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애플이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 비로소 잡스는 돌아올 수 있었다. MS에게도 마찬가지다. 큰 위험에 처할 때에야 비로소 빌 게이츠를 원하는 목소리가 정점에 달할 것이다. 

이럴 때는 모방이라는 게 매우 좋은 예가 된다. 이미 잡스가 귀환해서 성공한 예를 만들었기에 게이츠에게도 당연히 그런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때 과연 빌게이츠는 돌아올 것인가? 돌아온 빌 게이츠가 라이벌 잡스가 만들어놓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자유소프트웨어 정신에 근거한 안드로이드가 지배하는 시장속에서 어떻게 활로를 찾아낼 것인지 자뭇 기대된다. 어쩌면 빌 게이츠가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P.S : 제가 이번 2011년 다음뷰 블로그 대상 IT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모두가 독자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시고 글쓸 힘을 주신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