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입력 인터페이스다. 컴퓨터를 비롯한 가전기기에 인간이 어떤 방식을 써서 조작하는 게 가장 편하고 좋을까. 그런 고민의 발전과정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컴퓨터의 입력방식은 릴레이 스위치를 거쳐 구멍뚫린 종이카드와 자기테이프로 발전했다. 이어서 키보드와 플로피 디스크를 거치며 전형적인 개인용 컴퓨터로 진화했다. 이 가운데 키보드는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입력수단으로 남아있다.

매킨토시의 혁신을 이끈 또 하나의 변화로서 마우스가 있다. 바퀴 두개가 달린 네모진 상자를 손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면 화면속 커서가 움직인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직관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근래에 들어서 생긴 변화는 정전식 터치 입력을 들 수 있다. 사람의 손가락에 있는 미세한 정전기를 감지해서 스크린을 직접 손으로 누르고 문지르고 비트는 작용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한 인터페이스가 생겨났으니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운영체제가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어플리케이션이 ‘앱’이란 이름으로 친숙하게 변화되었다.

흔히 포토샵과 플래시로 유명한 어도비 역시 이런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고 있다. 어도비 역시 매킨토시와 함께 전자출판과 각종 창의적인 툴을 만들어온 회사이기 때문이다. 글자체를 스크린에서 다듬어주는 포스트스크립트 기술, 비디오등 영상을 편집하는 어도비 프리미어, 잡지출판에 쓰이는 인디자인 등 어도비를 상징하는 굵직한 기술과 툴은 탄탄하다.


이번에 나는 어도비 제품을 써보고 피드백하는 역할인 어도비 공식 블로거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때문에 출시된 어도비 터치앱 시연을 보게 되었다.

어도비 터치앱은 태블릿을 위한 어도비의 그래픽 통합 솔루션이다. 전체적으로 잡지, 신문, 웹진 등을 구상하고 만들 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태블릿을 위해 터치 인터페이스로 조작하게 만들어진 이 앱을 좀더 상세히 알아보자.


우선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포토샵이 ‘포토샵 터치’라는 이름으로 들어갔다. 포토샵은 마우스로 PC에서 쓰던 툴이다. 그렇지만 태블릿에서는 손가락으로 조작해야 한다. 마우스와 손가락은 비슷하긴 해도 상세한 특성이 전혀 다르다. 이전에 아이패드용으로 있었던 포토샵 익스프레스란 간이툴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이 포토샵 터치를 중심으로 방향을 가진 선을 이용한 벡터 이미지를 그리고 가공하는 ‘아이디어’ , 세부적인 색상을 만들수 있는 ‘쿨러’, 완성된 결과물을 PC를 통해 공유하고 의견을 추가할 수 있는 ‘데뷰’, 이미지를 오려서 붙이고 나열할 수 있는 ‘콜라주’, 웹페이지를 만들면서 형태를 보며 편집할 수 있는 ‘프로토 ‘ 가 들어있는 것이 바로 어도비 터치앱이다.


사실 이 툴은 다분히 전문가를 위한 툴이다. 포토샵만 해도 사진가공을 위해서 국내에서 비교적 많이 쓰고 있긴 해도 본래 실무자나 사진작가를 위한 툴이다. 터치앱에 통합된 각종 툴은 잡지 편집자 수준은 되어야 필요하다. 따라서 세부적으로 이 툴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소개하지는 않겠다.

어도비 터치앱, 포스트PC를 만드는 핵심은?

중요한 건 이 터치앱이 포스트PC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어도비의 이번 터치앱은 그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 . 태블릿이 진지한 생산적 도구로 쓰일 커다란 방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태블릿은 주로 아이패드의 발달에만 맞춰갔다. 아이패드1에서 잡스는 이것을 ‘거실용 컨텐츠 소비기기’ 라고 정의했으며 전자책 독서를 강조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태블릿으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패드2로 오면서 태블릿인 포스트PC를 노리게 되었다. 이것을 위해서는 당연히 태블릿으로 오피스 업무라든가 그래픽 작업 같은 생산적 일을 하는 툴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만 애플이 내놓을 수 있는 건 아이워크와 아이무비, 개러지 밴드 정도로 한계가 있다.


어도비는 이 공백을 채웠다. 어도비의 포토샵을 비롯해서 터치 인터페이스를 최대로 활용한 앱이 나오게되면 시장은 태블릿을 다시 보게 된다. 아이패드를 비롯해 모든 태블릿에게 소비기기가 아닌 생산기기라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2 . 완성된 결과물은 ‘크리에이트 클라우드’란 독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공유한다. 따라서 결과물에 대해 복잡한 복사와 이동이 필요없다. 생산적 결과물이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된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저렴하지만 유료다.(출처)


한편 안드로이드용 어도비 터치 앱은 각 제품마다 9.99달러에 판매 될 예정이며 영어버전을 기준으로 한다. 이번 제품군은 안드로이드3.1 또는 그 이상의 버전에서 실행되며 해상도 1280×800, 스크린 사이즈 8.9형 이상의 태블릿 환경을 권장한다. 

어도비 아이디어는 아이튠즈 앱스토어에서 5.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나머지 iOS 용 앱들은 2012년 초에 선보일 계획이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주요 기능인 파일 보기, 공유, 전송 기능들은 어도비 터치 앱과 통합돼어 운영되지만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서비스 및 가격 정책은 2012년 초기부터 제공된다. 



보통 우리가 쓸만한 유료라고 부르는 서비스는 많지 않다. 정말로 많은 부분에서 생활에 도움이 되고 가치를 창출해야만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런 면에서 이런 창의적 도구는 클라우드란 서비스에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잡지를 만들고, 웹 페이지를 디자인하고, 사진을 가공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도비 터치앱은 안드로이드 용만 나와있는 게 아쉽다.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는 iOS용은 내년초에 나올 계획이라니 기다려보자. 포스트PC로 향하는 테블릿의 발전을 즐겁게 지켜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