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서 애플의 제품이 차지하는 시장의 위치는 늘 확고하다. 애플은 특별히 한정된 명품이 아닌 범용 제품 가운데서 가장 위쪽의 고가 시장을 차지한다. 즉, 뱅앤올슨이나 프라다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같은 완전 특성화 제품은 아니지만 공장에서 표준적으로 찍어내는 제품 가운데서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시장을 노린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애플의 특성이 전통적으로 잘 나타난 곳이 바로 노트북 시장이다. 한번 이 시장을 분석해보자. 

맨 아래쪽에는 아주 간단한 웹서핑과 오피스작업만으로 위한 초저가 노트북- 넷북이 있다. 20만원대에서 출발하는 이 넷북보다 싼 노트북은 나올 수가 없다. 운영체제까지도 리눅스를 쓴 모델이 있을 정도로 거품을 빼고 기본기능만 구현했다. 당연히 플라스틱 외장에 키보드나 액정등도 가장 저가형을 쓴다.

중간에는 적당한 중가형 칩을 넣어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 있고 약간 상위에는 그래픽 칩은 빼고 CPU만 조금 비싼 것을 쓴 모델도 있다. 울트라씬이라고 해서 얇고 가볍지만 성능은 고성능이 아닌 노트북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맨 위층에는 디자인과 재질도 신경쓰고 성능도 상당하게 갖춘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이 있다. 보통 100만원을 넘는 고가제품인데 성능과 무게, 배터리시간과 그래픽성능까지 다 갖추고 있다. 애플의 주력 노트북인 맥북과 맥북에어는 모두 여기에 위치해있다. 


그런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맥북에어가 가격을 999달러로 낮추면서 이 시장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애플 제품이 비교적 손에 닿을 수 있게 가격이 싸지면서 맥북에어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수요시장이 생겼다. 그것은 가볍게 가지고 다니다가 빠르게 부팅해서 쓰기 위한 노트북 시장이다. 아이패드같은 태블릿보다는 좀더 강력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기존 노트북 처럼 크고 무겁고 준비시간이 오랜 노트북이 아닌 어떤 것을 원하게 된 것이다. 맥북에어는 이런 소비자층에게 얇고 가벼우면서도 SSD를 채택해서 빠른 속도를 보여주었다.

그래서일까. 평소에는 애플 제품에 그다지 대응을 하지 않던 기존 노트북 업체와 인텔이 공동으로 울트라북이란 개념을 내세워 대항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이 울트라북이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쳤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출처)
 


가장 싼 가격은 120만원 정도, 비싼 제품은 200만원까지. 인텔이 최근 새로운 노트북 플랫폼으로 내세우는 ‘울트라북’ 제품군의 가격대다. 인텔은 원래 1천달러 미만으로 울트라북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1700달러를 호가하는 등 제품 사양과 기능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울트라북이 지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가격 때문에 망설이던 사용자는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울트라북의 가격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울트라북에 들어가는 부품 중 가장 큰 가격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은 프로세서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디스플레이다. 디지타임즈 정보에 따르면 프로세서 가격은 일반적으로 175에서 200달러 수준이고, SSD는 140~150달러, 디스플레이는 45~50달러다. 제조업체에 대한 인텔의 지원사격은 제조업체가 울트라북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울트라북 띄우기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인텔이 이같이 울트라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아직 울트라북이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2012년 3분기가 되면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울트라북이 40% 이상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아직 초슬림 노트북 시장에서 애플 맥북에어 판매량을 따라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울트라북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인텔의 ‘꿈’은 무산된다. 인텔은 울트라북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출시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트라북은 명확하게 맥북에어를 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볍고 반응성이 좋은데다가 배터리까지 오래가는 그런 노트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만들고보니 원가가 비싸서 맥북에어에 비해 비싸게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맥북에어보다 비싼 이 울트라북을 과연 살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여기서 인텔과 업체들의 고민이 있고, 또한 애플의 강점이 있다.


인텔 울트라북, 맥북에어를 넘을 수 있을까?

위의 예상치에서 보듯이 지금 소비자들의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 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넷북을 산 게 아니라,  가볍고 쓸만한 노트북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 자리를 맥북에어와 아이패드 같은 기기들이 급속히 채우고 있다. 태블릿에서는 아이패드의 독보적인 위치가 든든하고, 열세였던 컴퓨터에서도 맥북에어가 무섭게 인지도와 판매량을 늘려간다.

인텔과 노트북 회사의 위기감은 여기에 근거한다. 윈도우에 길들여진 사용자를 맥북에어를 통해 빼앗기게 되면 장기적으로 맥 운영체제에 길들여져 오히려 PC를 거부하는 사용자가 늘어가게 된다. 애플은 자사 제품 사이의 연계를 통해 이런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다. 따라서 시장을 크게 빼앗기게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대항마로서 SSD를 채택하고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싸게 내놓자는 프로젝트가 생겼으니 그게 바로 울트라북이다. 미국의 하드웨어 칩 회사인 인텔이 직접 대만과 한국 업체들을 이끌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애플은 지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그렇듯 부품의 대량 구매와 중국 폭스콘조립으로 인한 최대한 원가절감과 그럼에도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통한 고급스러움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맥북에어 11인치 모델의 가격대는 애플의 독특한 운영체제를 제외해도 윈도우 노트북이 그만한 성능과 품질을 구현하기 힘들다.

결국 인텔이 장려금까지 주어가며 가격을 낮춰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인텔칩에 붙은 마진을 할인해주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건 인텔이 맥북에어의 CPU도 공급하는 업체란 점이다. 부품공급업체면서도 애플에 대항할 제품을 기획한다? 어쩐지 삼성과도 비슷한 행보인 듯 싶다. 그럼에도 아직은 애플이 인텔을 견제하지 않는건 울트라북이 그다지 매력있는 제품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울트라북이 맥북에어를 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많은 점들이 있다. 독특한 맥북의 디자인, 개성있는 맥 운영체제, 알루미늄 유니바디 기술과 키보드 와 트랙패드 같은 섬세한  부품 부분까지 말이다. 이런 점들을 제대로 해결한 울트라북 제품이 맥북에어와 최소한 같은 가격에 나와야만 비로소 맥북에어를 넘어 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서 서로 발전하는 건 좋은 일이다. 울트라북 진영의 노력도 소비자를 위한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P.S : 오늘자 뉴스에 위 기사에서 인텔이 보조금을 지급할 거란 루머를 정면으로 부인했습니다. (관련 링크)
사실 보조금이란 자체가 선택사항이긴 한데, 어떤 수단으로든 울트라북의 가격은 더 내려야 할 겁니다. 보조금 아니라면 칩 자체를 인텔에서 싸게 해주는 수 밖에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