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진실에 접근하고, 합리적 예상을 하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삼국지를 예로 들어보자. 조조의 모사로 유명한 곽가는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하고 나면 세세한 현상 따위는 보지 않고도 전부 유추가 가능했다. 반대로 가후는 세세한 몇 가지 현상만 관측하면 전체 흐름을 기가 막히게 잘 짚어냈다.



보통 새로운 IT기기가 외국에서 나오면 한국에서는 그 안에 한국부품이 얼마나 들었는가를 조사하고는 보도한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이 그랬다. 하지만 정작 삼성부품이 얼마, 엘지 부품이 많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외에 그 부품의 채택이나 비율이 무엇을 뜻하는 지에 대해 세심한 분석이나 전체 흐름의 예측은 없었다.

아마존에서 내놓은 태블릿 킨들파이어에 대해 보도된 내용이 재미있다. 킨들 파이어의 안에 한국의 주요 업체들이 생산한 부품이 채택되어 있다는 것이다.(출처)



아마존의 첫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는 TI,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주요 부품을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월 15일(현지시각) 아이픽스잇(iFixit) 사이트는 킨들 파이어를 분해한 사진을 공개하며 주 부품들이 한국산임을 밝혔다. 다만 메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TI의 OMAP 4430다. 

아마존의 첫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는 삼성전자의 8GB 플래시 메모리 칩(모델명 KLM8G2FEJA), 하이닉스의 512MB 모바일 DDR2 램(모델명 H9TKNNN4K)을 장착했다. 또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제품을 채택했다. 1024×600 해상도에서 1600만 컬러를 지원하는 IPS 스크린이다.

보다 깊은 평론을 해보고자 하기에 나는 이 킨들 파이어를 대상으로 한번 분석해보려고 한다. 알려진 이 회사제품의 부품을 하나씩 끄집어내 보자.



킨들파이어, 그 안에 담긴 한국부품의 의미는?

1 ) 메인AP :  텍사스인스트루먼트 OMAP4430
굵직한 부품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제가 아니다. 또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칩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다. 아마도 이 칩은 다분히 수급이 불안한 삼성 엑시노스칩 같은 비싼 칩이나 엔비디아 테그라칩을 쓰지 않고 적절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2 ) 기억용량:  삼성전자의 8G플래시메모리칩
삼성전자가 만들어내는 플래시메모리는 매우 품질좋고 저렴하다. 따라서 이 선택 당연하고도 합리적이다. 용량 8기가는 아이패드보다는 적지만 용량이 비교적 적은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3 ) 하이닉스의 512MB 모바일 DDR2 램
삼성의 램이 아닌 하이닉스의 램이 장착됐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비싼 삼성램 대신 약간 값싼  하이닉스 제품을 선택한 듯 싶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패드2와 같은 메모리 용량이므로 제한된 안드로이드를 돌리기 위해 부족함은 없다.

4 ) 1024×600 해상도에서 1600만 컬러를 지원하는 엘지 IPS 스크린.
아이패드와 비슷한 해상도와 색상이다. 킨들파이어가 대체로 아이패드의 영역과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부품은 원가절감을 위해서 저렴하고 약간 기술적으로 유행이 지난 것을 사용하더라도 스크린 만은 성능이 좋은 IPS방식에 품질이 앞서는 엘지 디스플레이 제품을 썼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존이 전자책단말기에서 눈에 보이는 영상품질에 가장 집중했음을 알려준다.


이처럼 단지 한국부품을 써서 한국이 자랑스럽다는 것만이 아닌, 아마존이 중요시 하고 있는 전략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총평을 내려보자. 킨들파이어는 아이패드와의 경쟁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원가절감을 위한 선택과 분명한 전자책으로서의 목적에 집중하고 있다. 훌륭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의미가 있다. 이처럼 원가절감과 품질을 함께 잡으면서 대량의부품을 원활하게 수급하기 위한 선택에서 한국이 빠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세계에서 대만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업체가 아직은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국내 전자책 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한국 전자책 업체는 킨들파이어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진정 개척하려고 했을까? 혹은 제대로 경쟁하려는 의지가 있었을까? 이 점을 한번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