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성하는 간단한 법칙이 하나 있다. 우선 어떤 일에는 그 일을 하는 목적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따라온다. 그것은 부산에서 서울로 간다는 목적을 위해서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행기와 기차, 자가용 등 다양한 수단을 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혁신은 무엇일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버튼이나 키보드를 통해서 조작할 수 있던 휴대폰이 터치스크린으로 수단을 변화시켰다. 이어서 그저 한손가락으로만 눌렀던 감압식 싱글터치가 정전식 멀티터치로 바뀌었다. 돌리고 쓸어넘기고 크게 벌리고 다시 작게 오무리는 일련의 조작이 아이폰에서 출발해 스마트폰의 혁신을 만들었다.

아이패드에서 구현되는 전자책을 위한 인터페이스도 근본적으로 이것이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다양한 멀티터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수하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매우 원초적이고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자책 혹은 문서를 조작하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인터페이스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펜으로 쓰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펜, 동양에서는 붓으로 대표되는 이 필기란 방식은 문서와 책에 아주 잘 어울린다. 글자를 쓰고 지우고 그림을 그리는 데는 손가락보다 더 정교하고도 좋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역은 몇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어 아직까지 그다지 활발히 구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에서 내놓은 갤럭시노트는 드디어 스마트폰에 이 필기식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더구나 5.3인치란 대화면으로 인해 거의 태블릿에 버금가는 기능과 활용성을 보일 수 있다.(출처)

갤럭시 노트는 태블릿에 버금가는 5.3인치 대화면과 `S펜'을 통해 자연스러운 필기감과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펜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으로, 일정ㆍ메시지ㆍ이메일 등에서 S펜으로 메모를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S메모',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포토에디터'ㆍ`비디오메이커' 등이 기본 탑재된다.

또한,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옴니스케치(OmniSketch)', 워드ㆍPPT 문서에 하이라이트 표시가 가능한 `수너 워크플레이스(Soonr Workplace)', 여러 가지 배경과 말풍선 등을 활용해 나만의 만화책을 만들 수 있는 `코믹북(ComicBook!)' 등 다양한 S펜 특화 애플리케이션을 삼성앱스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전자책이란 사실 읽는 기능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앱인 아이북스 역시 기본적으로는 독자가 읽는 것에만 중점을 두었다. 그것을 위한 감성적 인터페이스와 사용자경험을 중시했다.



갤럭시노트, 전자책에 혁신을 줄 수 있을까?

그러나 생각해보자.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주석을 다는 것 뿐일까? 나아가서는 그 위에 자기가 삽화를 그리고, 재미있는 낙서도 할 수 있다. 흑백 삽화를 내가 색칠하는 경우도 있으며, 정지화를 여럿 그려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가지고 어떤 장난을 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정전식 태블릿도 펜을 쓰는게 가능하다. 그러나 전자기유도식 펜은 손이 직접 태블렛이 닿아도 상관없이 펜끝에만 반응한다. 또한 더 정교하게 펜의 압력과 움직임을 검출해서 실제 펜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내준다. 나는 이미 옛날에 HP에서 내놓은 TC-1000이란 전자기유도식 펜 태블릿을 써본 적이 있다.

내가 갤럭시노트의 필기입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손가락 외에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펜이 추가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당장 책 외에 공책으로도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안드로이드측이 어떤 앱을 내놓는지에 따라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자책 기능이 가능하다. 


마치 종이책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펜으로 쓱쓱 줄도 긋고 낙서도 해가면서 볼 수 있는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적이다. 때로는 기술이 감성을 가져올 수도 있는데 이 기술을 잘 이용한 좋은 앱이 나온다면 갤럭시노트는 전자책에 필기를 본격적인 수단으로 제공하는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