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돈이 우선이 되는 풍조 때문에 그럴까? 종종 세상이 어떻게 되든 그저 돈만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인 성격이 그런 경우도 있고, 아예 직업상 돈만 생각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대지진이 나서 수만명이 죽어도 단지 일본기업의 침체와 남미기업의 반사이익을 생각한다. 코스피가 대폭락해서 많은 사람이 거지가 되어도 풋옵션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다.



우리 시대의 IT 거장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그야말로 한 시대가 끝났다는 느낌과 함께 허탈함이 느껴진다. 나 역시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바이다. 중학교때 내가 처음 써본 컴퓨터는 애플2 였으며 대학시절 매킨토시를 너무 가지고 싶어 꿈까지 꾼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IT 평론가와 소설가를 하고 있는 내 인생의 계기를 만등어 준 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이다.

그때문일까. 9시뉴스를 비롯해 국내외 언론에서도 그의 일생을 조명하고, 애도하는 분위기였다. 국가원수나 명사의 죽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그의 업적을 기리기도 했다. 잡스는 분명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는 모차르트나 에디슨과 동등한 수준의 영웅이며 이제는 완전히 전설이 될 것이다. 현재 애플과 치열하게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삼성도 즉각 조의를 표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들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은 곧 애플의 불행이고 이것은 경쟁업체의 행복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출처)

스티브 잡스의 사망소식에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월 6일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는 상승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1.54% 상승한 85만5000원을, LG전자는 6.33%오른 7만3900원을 기록했다. 장 중 삼성전자는 87만9000원을 기록 전일대비 4.39% 상승했고, LG전자도 9.35% 상승한 7만6000원을 기록했다.

이런 시장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센티멘트한 부분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일시적으로 끝나 업종전체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스티브 잡스가 CEO의 역할 비중이 큰 상황이었다면 삼성 LG에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은 이게 직업이다. 누가 불행해지든 말든, 이들에게는 그게 주가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만이 중요하다. 아마 이들은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그게 오늘 주가에 끼치는 영향과 수혜주를 분석하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과연 이들의 예측대로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경쟁업체의 이익이 될까? 주가변동은 과연 올바른 예상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스티브 잡스의 죽음, 과연 누구에게 이익인가?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게도 축복이었지만 업계 전체로서도 축복같은 존재다. 비록 그가 개인적 성격이 나쁘고, 지나치게 독단적이며, 모순적인 언행을 하고 있더라도 상관없다. 그가 추구하는 최종적 목적이 옳은 방향이기 때문이며, 미래를 내다보며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 . 전세계적으로 IT 거품이 꺼지고 네트워크PC란 개념이 몰락할 때, 잡스가 내놓은 아이맥은 홀로 트랜드를 이끌고 투명 디자인 열풍을 일으켰다. 

2 . 윈도모바일의 형편없는 안정성으로 인해 PDA가 몰락하고 스마트폰 자체가 괘멸할 위기에 있을 때 내놓은 아이폰은 스마트폰 산업 전체를 부흥시켰다. 

3 .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태블릿PC - 오리가미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결국 사람들이 태블릿에 대한 기대를 접을 무렵 내놓은 아이패드는 태블릿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며 포스트PC시대를 열었다.

이런 점 외에도 많다. 스티브 잡스는 단지 애플 혼자가 아니라 그 업계 전부에 서광을 비추는 역할을 했다. 전체 시장이 커지는 데 엄청난 공훈을 세운 것이다. 경쟁업체도 전부 그 혜택을 입고 있다. 삼성이나 엘지가 디자인만 바꾸며 피처폰의 부가가치를 올리지 못하고 있을때, 각 이통사가 정체된 통화요금으로 수익모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이폰으로 열어놓은 앱과 각종 서비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겠는가? 아무에게도 이익이 아니다. 경쟁업체도 그렇고, 소비자에게도 그렇다. 미국이나 애플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혹시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되는데도 아무도 탈출구를 뚫지 못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때는 아마 경쟁업체라도 잡스의 존재를 무척 그리워할 것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는 너무도 아까운 사람이지만 이제는 없다. 애도하며 아쉬워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건 세상이 두번째, 세번째 스티브 잡스를 나올 수 있게 하느냐이다. 좀더 진취적이고도 미래를 위해 매진하는 사람을 항상 응원하자. 그것이 그나마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지를 잇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