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이다. 하루가 머다하고 새로운 분쟁거리와 뉴스가 나온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IT관련 글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한동안 이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전체적인 국면을 보지 않고 자꾸만 미시적인 시각의 뉴스를 위주로 쓰다보면 좋은 평론을 할 수 없을까 염려해서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한번 다루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한국 시간으로 어젯밤,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아주 재미있는 법정장면이 연출되었다. 이 재판은 이전에 애플이  디자인과 UI특허를 침범당했다며 독일에서 삼성의 갤럭시탭 제품 일부를 판매금지시킨 후 삼성의 역공 차원에서 나온 소송이다. 반대로 애플이 삼성의 3G통신 관련 특허를 침범했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번 법정이 방청하던 기자에 의해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 트위터글을 번역하고 전문용어를 해석하며 즐기는데 그 댓글과 반응이 마치 스포츠중계를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나중에 관련해서 정식 기사가 나왔다. (출처)

삼성전자는 26일 네덜란드 법원에 애플이 삼성의 3G 이동통신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네덜란드 국내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삼 성전자 측의 바스 베르그휘스 반 워츠만 변호사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 에서 열린 재판에서 "애플은 3G 기술 특허를 보유하지 못한 채 지난 2008년 아이폰 3G 이동전화 시장에 진입한 이래 의도적이고 구조적으로 삼성전자 특허권을 침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 측이 3G 통신이 가능한 아이폰 제품들을 판매하기에 앞서 삼성 측에 특허 사용에 관해 사전 허락을 받거나 문의하지 않는 등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애플 측 변호인 뤼트거 클레이만스는 "애플은 휴대전화 시장 진입 당시 3G 특허 사용권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클레이만스 변호사는 그러나 "애플은 유럽시장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인텔의 칩셋을 사용해 왔다"면서 "이 것으로 3G 기술 사용 요건이 충족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종규 사장은 애플의 야심작인 아이폰5가 내달 시장에 나오면 즉각 판매금 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뉴스에서는 아주 건조하게 일부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트위터에 올라온 것들은 충격적인 사실이 많았다. 그 일부를 쉽게 압축해서 소개한다. 



1 . 애플은 삼성이 10달러 남짓의 칩값에서 특허당 2.4 퍼센트를 내라는 요구를 비싸다고 거절했다. 그리고는 이건 아주 치명적인 요구라고 반발했다.

회사마다 방침은 다르겠지만 이건 정말 웃기는 발언이다. 퀄컴은 자사칩이 탑재된 단말기에서 칩값이 아닌 무려 단말기값의 3퍼센트를 가져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싸다고 제시한 윈도폰 라이센스료는 단말기당 10달러다. 삼성이 칩에 4건을 가지고 있다는데 전부 내도 칩당 1달러 정도다. 애플은 그걸 내면 너무 치명적이어서 경영을 못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삼성이 가진 특허와 아이폰에 대한 공헌은 형편없으며 겨우 ‘버그수정’ 정도나 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래서일까. 애플은 삼성에서 2009년 이후 계속 특허권료를 내라고 한 요구를 무시했다. 결국 돈을 내지 않고 몇년간 부품업체를 시켜서 무단으로 특허를 침범한 제품을 만들었다.

2 . 애플은 삼성이 특허를 떳떳이 공개하지 않고 몰래 함정처럼 매복시켜 놓았다가 돌연 내보임으로서 자기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렇지만 이미 삼성이 라이센스 요구를 해놓았다고 판명되었다.

문제는 위에서 애플이 밝힌 저 퍼센테지가 중대한 사업비밀로 기업간 꼭 지켜야할 비밀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건 차라리 방청객이나 기자를 모두 내보내고 판사한테만 말해야 할 사항인데 공개해버렸다. 나중에 이 문제로 삼성이 추가로 애플을 고소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애플은 자기들의 디자인 특허는 왕관의 보석처럼 훌륭하다고 하면서,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는 다 쓸모없다고 말했다. 이건 현실적이지 못하다.’ 라고 점잖게 응수했다. 


3 . 애플은 삼성에게 반격할 특허가 하나도 없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요즘 공격적으로 인수한 여러 회사의 특허조차도 도움되는 게 전혀 없었다. 최초에 이 소송이 시작될 때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멋있는 법정 다툼이었다. 삼성이 특허로 공격하면 애플이 이때다. 하고 뭔가 숨겨진 특허를 꺼내며 둘이 공방전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애플의 변호사들은 삼성이 쓸데없는 고소로 표준 특허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삼성의 음모에 애플은 걸려든 희생자라고 하는 등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삼성의 특허는 거의 천하무적이다. 도저히 안 걸릴 수가 없다! 사실상 삼성은 독점을 하고 있다!’ 라고 말해버렸다. 걸작이다.

앞서서 제일 처음에 애플이 뭐라고 말했던가? 아이폰에 삼성이 공헌한 게 거의 없고 버그수정만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이젠 너무 기술 특허가 강력해서 독점이라니? 어이가 없을 정도로 처량한 발언이다. 이쯤되자 이건 거의 싸움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삼성이 애플을 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애플은 삼성에게 금액문제로 돈만 지불하지 않았다뿐이지 사실상 합의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삼성이 이것을 문제삼아 새로 나올 애플의 제품(아마도 아이폰5)를 막으려 한다고 호소했다. 이건 반대로 말해서 ‘내가 다 잘못했지만 그래도 아이폰5 판매금지만은 안되요.’ 란 뜻에 불과하다. 

자칫하면 애플은 유럽 전체에서 아이폰5를 못팔지도 모를 판이다. 삼성의 갤럭시탭 10.1 하나 판매금지 시킨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하다. 삼성은 점잖게 한마디 했다. ‘이젠 말하기도 지쳤다. 싸움은 애플이 먼저 걸었다. 우린 참을만큼 참았다.’ 라고.



삼성 VS 애플 재판, 아이폰5 판매금지될까?

판결은 10월 14일에 나게 되었다. 아마도 아이폰5가 발표되고 아직 판매에 들어가기 전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추세로는 애플이 완전히 패한 거나 다름없다. 이전 소송에서 삼성은 애플의 특허침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증거와 자료를 제시하며 치열하게 싸웠었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 애플은 침해 자체를 인정했고, 아직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했다. 다만 아직 금액문제로 협상중이니 판매금지만은 면해달라는 호소로 일관했다.

애플은 법정 중간에 삼성에게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합의계약을 제의했다. 그러나 삼성은 거부했다. 아마도 애플은 이미 삼성에게 카피캣 이미지 씌울건 다 씌웠고, 더이상 얻을 게 없는 상황에서 불리한 이후 게임을 하지 않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적당히 돈을 주고 합의하고는 법정밖에서는 크게 웃으며 ‘애플이 삼성을 용서하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라고 말할 작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굴욕을 당한 삼성이 지금 굉장히 진지하게 나오자 당황하고 있다. 사실 이전인 지난 4월에 미국 CNN에서 당시 모토로라에게 충고하기를 삼성이나 엘지를 특허로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하면서 특허 개수를 도표로 제시한 바 있다.(출처)


그걸 무시하고 여기까지 온 애플의 안이함은 자칫하면 애플과 전세계 애플 매니아들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아이폰5의 판매금지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삼성이 전면적인 세계 판매금지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삼성은 다만 카피캣이란 누명을 먼저 벗고 싶을 것이다.

부디 애플이 이쯤해서 사태를 수습하고 더이상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애플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애플같은 회사가 업계에 하나쯤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것이 끝이 아니란 점이다. 삼성은 이미 애플에게 4건의 소송을 걸었으며 이번 것은 첫번째일 뿐이다.


애플은 나머지 법정에서도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이 나올 거라면 그냥 잘못을 인정하고 돈주고 합의하는 게 났다.  그게 차라리  이미지 덜 망치는 길인듯 싶다. 이대로라면 대체 애플은왜 먼저 고소했는지 모를 지경이며, 그나마 핵심제품인 아이폰5마저  팔지 못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