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꿈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인간의 거의 모든 장점과 특징이 바로 꿈을 꿀 수 있고, 그걸 실현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 있다. 단지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동식물이나, 꿈을 꾸지 못하고 로직(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기계와 인간을 가르는 것이 바로 꿈이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 그리고 IT업계의 존경은 어디서 올까? 그것은 그가 끊임없이 사람들의 꿈을 리드하고 실현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업계 CEO들이 단지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거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때 잡스는 소비자가 무엇을 꿈꿀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걸 일관되게 추진했다. 때문에 나는 잡스를 영웅이라고 생각하며 존경한다. 또한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아쉬워한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 하루 전에 팀쿡이 발표한 아이폰4S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초기에 실망했던 사람들은 어쨌든 잡스의 유작이 된 이 제품에 담긴 의미를 보다 생각해보려 애쓴다. 그래서일까. 나름 짤막하게 논평한 나에게도 보다 상세한 분석과 함께 개별 서비스에 대한 평론을 요청하는 댓글이 있었다.

솔직히 많은 IT블로거들이 나름 좋은 분석을 쏟아내는지라 내가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그동안 내 블로그 글을 잘 읽었던 독자분이라면 나름의 주관으로 분석을 했을 거라 간주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정보는 넘치지만 막상 그걸 쉽게 분석해주는 사람은 적다. 가 뜩이나 어려운 IT정보를 더 어려운 전문용어로 분석하거나, 반대로 분석은 없이 감상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또다시 나도 분석을 해야겠다. 이제부터 아이폰4S에 들어간 기능과 서비스를 하나씩 면밀히 분석하고 쉽게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그 첫번째로 가장 흥미를 모으는 음성인식기술 시리(SirI)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출처 : 인가젯)

휴대폰에서 의 음성인식과 명령기능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마치 클라우드가 옛날의 메인서버와 터미널 개념에 불과하듯 말이다. 어떤 선전에서 배우 안성기가 ‘본부! 본부!’를 외치던 때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음성만으로 전화가 걸리던 기능이었다.

물론 이번에 애플이 집어넣은 기능 시리는 차원이 다른 기능이긴 하다.

1 . 우선 시리는 단순한 음성인식과 명령 기능이 아니다. 시리의 핵심은 인공지능이다. 그것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인공지능 프로젝트에서 파생되었다. 사람이 언어로 기계를 다루고 다시 기계가 그걸 피드백한다. 구문해석과 의미해석을 거쳐 잘못 해석하기 쉬운 부분에서는 다시 반문까지 해서 정확한 데이터를 검출한다. 사람처럼은 아니지만 최소한 생물수준으로 생각하는 서비스란 것이다.

2 . 사용자와의 대화로 쌓은 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기계가 학습한다. 이것은 마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오해하기 쉬운 구문해석 등에 이용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의사라면 ‘디스크’란 단어는 병명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컴퓨터 엔지니어라면 ‘디스크’는 하드디스크나 DVD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3 . 결국 애플이 시리 기능을 통해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휴대폰을 단순한 손 안의 디지털 정보기기에서 발전시켜 ‘손안의 아날로그 비서’ 수준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것은 애플이 추구하는 감성과 자부심 넘치는 혁신이란 두가지를 절묘하게 만족시켜 준다. 또한 이 기능이 아이폰 4S에서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새 아이폰이 하드웨어적으로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제시할 충분한 카드도 된다.

적어도 팀쿡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그럴까? 아이폰4S는 시리 기능만으로도 경쟁사의 모든 하드웨어 우위를 무력화시키고 혁신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아이폰4S, Siri 기능이 혁신을 가져올까?

먼저 분명히 한가지 칭찬하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애플의 도전정신이다. 적어도 잡스가 끊임없이 다른 경쟁사가 하지 않았던 영역에 도전했듯이 아이폰 역시 커다란 의미에서의 새로운 기능에 도전하고 있다. 시리 역시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혁신을 시도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애플의 iOS는 마치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듯이 최초로 휴대폰 속에 제대로 된 컴퓨터 운영체제를 넣었다. 마찬가지로 애플은 지금 휴대폰 안에 장난감이나 장식품이 아닌 정말로 제대로 된 인공지능 비서기능을 넣으려 하고 있다. 훌륭하다! 사용자들의 꿈을 리드하는 정말로 어썸한 시도라고 진심으로 박수를 치는 바이다.

하지만 칭찬은 여기로 끝이다. 이제는 그런 원대한 꿈 뒤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지적해야 할 때다. 세상에는 때때로 꿈은 아름답지만 실현성이 너무도 부족한 경우가 있다. 시리는 위대한 도전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사용자들에게 자신있는 주력 서비스로서 내세우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아이폰4S에 기대한 건 이런 불완전한 구현의 서비스가 아니다. 혁신을 하려는 도전정신이 아니라, 완성된 혁신을 바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폰4S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한 것이다.


1 . 음성입력은 뇌파인식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궁극적인 입력수단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소리와 언어에 의존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 그것은 시끄러운 곳에서 잡음 때문에 인식이 힘들 수도 있고, 조용해야 될 도서관 등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가져다 준다. 추가로 솔직히 아리따운 비서도 아닌 기계에 대고 끊임없이 혼잣말 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별로 따스한 시선으로 봐주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2 . 음성입력이 아닌 인공지능의 측면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말이란 때로는 같은 말을 해도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반어법이라는 게 괜히 있는게 아니다. 하지만 기계가 그걸 일일히 정확히 해석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계속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대는 기계는 짜증만 가중시킨다. 잘못하면 시리 기능은 잡스의 예전 말과는 달리 ‘인간이 기계에 맞춰 말해야’ 제대로 인식해서 쓸 수 있는 기능이 되기 쉽다.

3 . 말은 어떻게 이해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현존 인공지능이 과연 그걸 정확히 수행할 만큼 발달했을까? 미국의 최고 기술자들이 모여서 천문학적인 연구비와 오랜 기간으로 연구했다고 해도 그것이 6살짜리 아이의 지능수준이라도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식당 아줌마에게 '아무거나 맛있는 걸로 주세요.' 라고 하면 되듯이 시리가 그런 애매한 명령도 잘 수행할까? 유감스럽게도 애플이라고 해도 인공지능에서 엄청난 진보를 이룩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만일 정말로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했다면 그건 애플의 휴대폰보다 먼저 군용 무인기나 군용 로봇에 이용되었을 것이다. 착잡한 일이지만 시가총액 1위 회사 애플보다 훨씬 돈이 많은 곳이 미국방부고, 어떤 곳보다 신기술에 목마른 곳이 미국 군산복합체다.

이 문제에 대해 지극히 단순한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짐 과 6시에 저녁을 먹으려 하니 근처 레스토랑을 알아봐줘!’ 하는 걸 정말 정교하게 수행할 인공지능이 있다면 아마도 ‘라이언 일병과 6시 방향을 수색하려고 하니 그곳에 폭탄조끼 두른 테러리스트가 숨어있을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줘!’ 에 먼저 쓰일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쪽이 보다 돈이 되고 미국의 국익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목적은 최초에 전부 군용이었다. 원자탄은 원자력 발전소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결론적으로 이 기능이 군사쪽에 안 쓰였다는 건 아직 신뢰성 있을 만큼 구현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된다. 시리를 통한 애플의 꿈은 분명 높다. 나 역시 애플이 꿈꾸는 그런 기능이 어서 실현되서 내가 자유롭게 말로 휴대폰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혁신은 단지 애플이 아이폰에 해당기능을 넣고 키노트를 했다고 해서 이룩되는 게 아니다. 사용자들이 제대로 쓸 수 있어서 기꺼이 생활속에 받아들여야 혁신이 된다. 시리는 다소 편리하지만(그것도 영어,프랑스어, 독일어를 쓰는 사람에게만) 결국 가능성만 보여주는 기능이 될 것 같다. 아이폰4S의 모든 혁신을 이것 하나에 올인한다면 결국 빈털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이번에는 나도 내 예상이 틀리기를 바란다. 나 역시 몽상가에 가까운 사람이다. 시리를 탑재한 아이폰이 마치 마이클 라이트 앞에 선 제트카처럼 농담도 하면서 척척 혼자 움직이고 멋진 기능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러면 나도 독자들에게 나의 판단미스를 사과하고는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아이폰4S를 구입할 생각이 있다. 애플이 이룬 커다란 인류의 기술적 진보 앞에 내 사소한 체면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그러나 슬픈 건 이럴 가능성이 로또 당첨가능성만큼이나 적을 거란 생각이다. 한국의 월드컵 구호처럼 애플의 ‘꿈’은 이루어질까? 시리가 제대로 공개되서 사용해볼 수 있을 때를 기다려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