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마존이 부쩍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조개와 두루미가 싸우다가 지친 후에 나타나서 실리를 챙기는 어부처럼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기력을 소진한 뒤에 살며시 나타나서는 과감한 제품과 정책으로 교묘히 이익을 보고 있다. 놀랍도록 영리한 처신이다.



요즘은 세상이 점점 융합된 기술을 원하고 있다. 애플이 맥과 아이팟에 머물지 않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나왔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벗어나 스마트폰에 진출했다. 마찬가지로 아마존이 전자책에만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이번에 나온 킨들 파이어는 클라우드와 결합해서 그런 야심을 드러내는 신호탄이 되었다. 더구나 지금 업계는 블랙베리가 위기에 처하고 HP가 사업을 정리하려 한다. 모토로라가 휴대폰을 포기하는가 하면 페이스북이 클라우드로 나오는 등 대 격변의 시대다. 

아마존은 거의 야심이라고 할 만큼 서슴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HP가 개발하다가 포기한 태블릿 운영체제 웹OS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출처)

미국 씨넷 등 외신들은 9월 30일(현지시간) 온라인 IT미디어 벤처비트를 인용, 아마존이 HP 웹OS를 사들이기 위해 진지하게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다. 벤처비트가 출처로 삼은 익명의 소식통은 "아마존이 웹OS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이나 HP가 이를 팔아치우고 싶어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아마존이 웹OS를 사들일 경우 현재 킨들파이어 단말기에 들어간 안드로이드처럼 자사 입맛에 맛게 전면적으로 수정을 가한 오리지널 버전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최적화시킨 웹OS 기반 킨들 태블릿은 시중에 차고 넘치는 아마존 태블릿 무더기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웹OS는 아마존이 향후 최적화할 안드로이드 기반 킨들 시리즈에 비해 장점이 많다는 게 외신 분석이다. 멀티태스킹 성능을 포함해 게임 실행과 영화 감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 다른 콘텐츠 소비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적격이라는 것이다. 
 
웹OS를 만든 팜(Palm)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루빈스타인이 최근 보인 행보도 이 소식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정황으로 거론됐다. 그는 지난해 아마존 이사회에 합류한 데 이어 지난 7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마존을 "웹OS 생태계를 확장시키기에 도움이 될 잠재적인 파트너"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루머가 아니다. 기사 마지막 부분에 있다시피 웹OS의 책임자가 현재 아마존 이사회에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건 마치 노키아가 MS출신 CEO를 영입한 후 결국 윈도폰7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과도 비슷하다. 인사를 보면 그 회사의 향후 정책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단지 지금으로서는 전자책과 컨텐츠 중심의 업체에 불과한 아마존이 운영체제를 손에 넣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냥 기존 정책대로 아이패드와 맥을 비롯한 모든 하드웨어에 전부 킨들 리더를 배포하고 컨텐츠에만 주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기에는 그게 더 이득일 것 같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아마존 게 역시 무엇인가 좋은 운영체제를 가져야 하고,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이번에 매물로 나온 웹OS다.

아마존이 웹OS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것은? 

1 . 웹OS는 운영체제가 전혀 없는 IT기업과 결합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낸다. 그래서 이전에는 삼성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삼성은 오히려 지금 안드로이드 진영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판매고가 높은 상태라 섣불리 접근하지 못한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이런 첨단기업을 아시아업체가 인수하면 핵심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기술 자체가 껍데기만 남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면에서 아마존은 웹OS를 존속, 유지시킬 능력이 있다.



2 . 아마존의 킨들에 쓰일 운영체제로서 웹OS는 매우 뛰어난 활용성과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좋은 운영체제를 단지 책보기 용으로 해서 글자 확대나 검색, 책장 넘김효과에나 쓰는 게 아깝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일단 보급되는 것과 사장되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북리더지만 나중에는 독자적 태블릿 운영체제로 활용될 수 있다.

킨들 파이어의 예에서 보듯 아마존도 결국은 태블릿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럴 때 보다 정교한 클라우드 시스템과 앱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이럴 때 웹OS 가 독자적인 역량이자 장점으로 아마존을 살려줄 것이다. 일단 팔려나간 킨들 단말기 대수만큼의 시장이 생기는 것이다.

3 .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통해서 아마존이 하고자 하는 컨텐츠 사업을 명확히 구현할 수 있다. 남의 운영체제나 하드웨어에 의존하게 되면 끊임없이 타협을 해야하는 처지가 된다. 성능이든, 품질이든 말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우수한 운영체제를 확보하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명실공히 시장을 지배하는 한 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위험도 많이 따른다. 초기의 인수와 포팅에 드는 돈도 그렇고 안정된 서비스나 유지보수의 요구도 늘어난다. 운영체제라는 건 그만큼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과연 아마존이 충분히 만족시킬 지는 두고봐야 한다.

어쨌든 아마존의 이런 행보는 앞으로 애플과 나란히 전자책 분야에 혁신을 몰고 올 듯한 좋은 예감으로 다가온다. 어서 아마존이 새로 만든 킨들과 그 위에서 돌아가는 웹OS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