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한 마디 해보자. 평론이란 단지 흠을 잡아 비난하는 글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을 지적해주고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그럼에도 요즘 일부 블로거들은 평론과 비난을 혼동하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무조건 누군가를 열심히 비판하면 그것만으로 좋은 평론이라고 착각한다.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그것을 단지 비난하고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반대하면서 동시에 정부정책 속에 숨어있는 취지를 이해하고, 그 취지를 보다 살리는 방향의 대안을 제시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진정한 평론가는 후자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HP가 PC하드웨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며칠 사이에 전세계 IT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과 엘지를 비롯해서 팬택이나 SK텔레시스 등은 이런 변화에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데다가 요즘 스마트폰의 핵심기술인 운영체제 기술이 없다보니 잘못하면 무방비로 당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있다. 마치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들이 산유국의 자원무기화를 두려워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런 우려에 오랫만에 한국정부가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그 대책이 의외로 놀랍다. 바로 정부가 주도해서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출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부 주도로 손잡고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선다. 구글과 애플 등에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구글이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 직접 스마트폰 제조에 직접 나서면서 OS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되기에 더 주목되는 프로젝트다. 8월 22일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3차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여하는 모바일 OS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르면 10월경 OS 공동 개발을 시작하며, 팬택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들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OS 중심 휴대폰 시장서 국내 기업들이 밀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후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OS 개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며 “장기적으로 구글만 믿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해외 제조사들도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시킬 방침이다. 이용자가 많아야 안드로이드처럼 방대한 OS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득 예전의 ‘명텐도’ 가 떠오른다. 인기리에 팔리는 닌텐도 게임기를 본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는 왜 이런 거 못만드나?’ 라고 물은 것에서 나온 말이다. 그 직후 정부에서 게임기 산업 지원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었다. 이후에 한국은 닌텐도 게임기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이번 한국형 모바일 운영체제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잠시동안은 정부에서 예산도 넉넉히 주고 열심히 여러 지원책을 내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곧 시들해질 것이며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 정부주도로 되는 이런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 예는 극히 적다.  심한 경우에는 그저 정부 각 부처와 몇몇 기업이 개발비만 헛되이 쓰고는 조용히 프로젝트 자체가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단지 이것을 어리석다고 비판하고 끝낼 작정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해본다.



국산 모바일 운영체제, 성공의 조건은?

1. 일반 PC운영체제부터 개발을 시작하는 게 좋다.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의 iOS는 넥스트스텝에서 시작해서 매킨토시라는 컴퓨터를 거쳐서 다듬어진 끝에 스마트폰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안드로이드 역시 리눅스라는 PC 용 커널에 자바가상머신이라는 공통 언어를 얹어서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기반을 다지면서 오류를 수정하고 최적화를 시키면서 발전하면 스마트폰용으로 만들었을 때도 빠르고 정확하게 동작한다.

2. 개발 완료에 맞춰 관공서와 정부기관, 교육기관 등의 수요처를 확보하라. 운영체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돈이 아니다. 실제로 운영체제가 쓰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것을 빠르게 형성하게 되면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3. 상용화에 앞서 특허권 문제를 잘 해결하라. 지금 전세계 운영체제와 스마트폰 시장은 온통 특허권을 둘러싼 고소사건으로 시끄럽다. 국산 운영체제 역시 단지 한국의 정부 기관에 머물거나 점유율이 낮을 때는 별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점유율을 갖추고 상용으로 발돋음 하는 순간 애플과 MS의 견제와 압박을 각오해야 한다.


4. 자유소프트웨어 진영과 협력하라. 이전에도 강조했던 것이지만 지금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심하됨에 따라 처음에는 자유로운 소프트웨어의 이용을 주장하던 회사들이 변하고 있다. 이름바 돈맛을 알게 되면서 속속 이윤추구 위주의 기업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실력있는 해커등으로 구성된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은 당연히 이런 이윤위주 기업과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적의 적은 친구다. 오히려 소중하고 능력있는 아군으로 활약해줄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몇 가지 단계만 잘 지키면 국산 모바일 운영체제라고 해서 굳이 그 미래가 어두운 건 아니다. 기왕 시작한다면 반드시 대성공을 거두길 바란다. 이미 우리에게는 정부주도로 CDMA기술을 개발해서 성공시킨 예가 있다. 굳이 그런 성공이 모바일 운영체제에는 오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