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텔]



일반적으로 출시 단계에서 기업이 가장 신경쓰는 건 제품 이름이다. 성능과 세부사항은 이미 고정됐고 예산 역시 정해진 범위가 뚜렷하다. 반면에 제품명은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으면서 소비자에게 주는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 요소다. 쇼핑몰 등 온오프라인 마켓에서도 공간이 부족할 때 다른 건 생략해도 제품명은 반드시 표기한다. 따라서 제품명은 브랜드와 함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볼 수 있다.

인텔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메테오 레이크부터는 모델명을 바꿀 예정이다. 변화는 우선 이제까지 반드시 붙었던 i가 제외되는데, 예를 들면 '코어 i7'에서 i가 제외되어 '코어 7' 등의 명칭이 되는 식이다.  단순히 i만 떼는 것으로 끝은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코어 프로세서 브랜딩 전체를 개편할 예정이다. 

최고 성능 제품군에는 울트라라는 명칭이 뒤에 붙게된다. 최고 성능 제품군은 '코어 울트라 9'등으로 불릴 예정이다. 또한 고급 노트북 라인업 인증 마크인 이보(evo) 인증 제품을 위한 인텔 이보 에디션 플랫폼 브랜드를 확장하며, 커머셜 시스템용 인텔 v 프로, 엔터프라이즈 및 인텔 v 프로 에센셜 제품 레이블 도입도 준비한다. 
 
인텔은 이런 명칭 변화가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인텔 측은 "인텔의 클라이언트 로드맵은 혁신과 기술 리더십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전력 효율성과 확장 가능한 AI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이러한 동사의 제품 전략에 더 잘 부합하기 위해, 사용자가 인텔의 최신 기술이 탑재된 제품과 메인스트림 제품을 쉽게 구별하도록 지원하는 브랜딩 체계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인텔]


하지만 이런 15년 만의 명칭 변화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인텔은 2008년 11월 45nm 공정에서 생산된 1세대 코어 프로세서 출시 계속 코어 i 브랜드를 붙였다. i 뒤에 붙는 숫자인 3/5/7/9은 프로세서  성능에 따른 이며 등급을, 그 뒤의 자리 숫자와 알파벳으로 몇 세대인지와 기타 부가 성능, 오버클록 가능 여부 등을 나타냈다.

편의성으로 따지면 이미 소비자들이 한껏 익숙해진 이런 제품명이 이제와서 불편해질 리는 없다. 변화된 부분은 i 대신 코어 울트라 5 1003H 혹은 코어 울트라 7 1003H 같은 명칭이 등장한다는 부분이다. 그냥 코어 코어 울트라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단순히 최고성능을 나타낸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설명은 없다.

근본 아키텍처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예전 인텔은 셀러론, 펜티엄, 코어, 제온 등으로 아예 아키텍처의 우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네이밍을 했었다. 그러다 셀러온과 펜티엄 같은 자잘한 하위 명칭을 없애고 코어 i로 통합하면서 뒤의 숫자와 알파벳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썼다. 그런데 이제 새삼스럽게 앞에오는 코어 울트라를 둔다는 건 해당 제품을 보다 프리미엄하다고 강조하게 비싸게 팔겠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런데 현재 아키텍처와 여러 분류로 본다면 코어 울트라와 코어의 구조적 차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싱글코어의 성능차이도 없고 코어 숫자가 다를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건 클럭 숫자 뿐인데 클럭이 가장 높게 걸리는 최우수 양품이 특별히 울트라 명칭을 받고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칫하면 인텔 제품을 처음 사는 소비자는 코어 i3가 아닌 코어 3 을 코어가 3개 있다는 의미로도 오해할 수 있다. 또한 성능에서도 코어 7이 코어 울트라 5와 어느 정도의 가격차이가 있는데 실제 성능차는 그만큼 발생하는 지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인텔측이 밝힌 소비자 선택 편의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마진 향상 효과만 노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브랜드명이든 제품명이든 시간이 흐르면 변화할 필요는 있다. 오히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더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새롭게 개편되는 명칭이 이전보다 어떤 면에서든 나아질 필요성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인텔의 명칭변화가 과연 15년만에 이뤄진 변화답게 더욱 명료하면서 소비자 선택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