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시장 하나에 점유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기업 3개가 참여하고 있다면 그 시장은 제대로 된 경쟁 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개 이상이라면 거의 완전 경쟁체제에 놓여 있다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이런 일반론에 속하지 않는다. 분명 소유주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완전히 다른 대기업 3개가 묵시적 약속이라도 한 듯 소비자를 위한 경쟁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제대로 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의 28GHz 주파수 회수와 요금만 비싼 5G서비스를 들 수 있다. 

주파수 28GHz를 이용한 서비스는 5G 서비스 출범 전에는 3개 이통사가 모두 하겠다고 나섰던 미래지향적 초고속 서비스다. 파장이 짧아 중계기가 많이 필요한 대신 매우 빠르고 끊김없는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막상 5G서비스 개시 이후에는 투자비용이 많다는 이유도 3개 이통사가 일제히 투자 의무를 게을리했다. 결국 이 주파수는 정부에 의해 회수되어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있다.  

5G요금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인프라 사업의 특징은 초기에 장비가 비싼 데다가 설치수요도 많아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금은 고정적으로 꾸준히 들어오는데, 나중에는 설치 수요가 감소하며 장비 가격까지 저절로 낮아진다. 따라서 서비스가 몇 년 지난 뒤에는 상당폭의 요금 인하, 또는  중계기 증설에 따라 통화품질 대폭 상승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 이통 3사의 5G서비스는 여전히 비싼 요금제가 대부분이며, 통화품질도 그다지 많은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제4이동통신사 유치에 나섰다. 인위적인 요금 규제보다는 경쟁 활성화로 소비자 이익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2.3GHz 대역 주파수를 이용해 5G 신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업체가 등장했다. 지난 7일 미래모바일이 제4 이통사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모바일은 소비자혜택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대역 주파수는 이통 3사가 5G 서비스에서 쓰는 3.5GHz 대역 대비 효율이 50% 이상 우수해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따라서 신사업자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기존 대비 50% 저렴한 5G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업체 관계자는 초고속·저지연 강점을 지닌 28GHz주파수에 대해 "해당 대역을 활용한 서비스 발굴과 활성화 전담 기구를 조직해 국내외 기업과 함께 시장 창출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핏 생각하면 이런 의지를 보인 새로운 사업자만 들어오면 경쟁구도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소비자 이익이 증진될 것처럼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 4 이통사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 있었다. 그때마다 여러 대기업 참여자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결론은 비슷했다. 정부가 원하는 재정 건전성이 높은 대기업이 굳이 제 4 이통사로 들어오려고 할 만큼 남은 파이가 크지 않다. 또한 설령 들어오더라도 구조적인 경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구조적인 문제란 정부 규제 당국과 이통 3사가 실제로는 치열한 경쟁을 원하지 않으면서 투자와 경쟁에 대한 독려 없이 과징금만 매기는 현 체제다. 교묘하게 소비자 이익만 희생시키며 밖으로는 분명 경고 했고 규제했다는 시늉만 내는 상황이다. 정부는 세수로 들어오는 과징금을 얻어서 좋고, 이통사는 경쟁을 하지 않아서 얻는 이익금보다 훨씬 적은 과징금만 내면서 상황 개선 없이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이런 구조 속에 제 4 이통사가 들어와도 얼마가지 않아 훨씬 달콤한 이 구조의 공범이 되기 쉽다.

재정적인 문제 역시 심각하다. 회선을 임대해서 쓰는 알뜰폰과 달리 제 4 이통사란 언젠가 자기 돈으로 전국망을 깔아서 서비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드는 돈을 조달할 수 없거나, 조달했는데 그 돈을 빨리 변제해야 하는 자본력 약한 기업이라면 소비자 혜택을 많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 부실한 서비스에 요금만 높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 미래모바일은 국내 금융사, 중견 제조사 등으로부터 2천8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해외 재무적 투자(FI) 주주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일본의 라쿠텐 심포니,  미국 스페이스X 등과의 협력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미래모바일이란 작은 기업에 비하면 훨씬 덩치도 크고 지명도 높은 플레이어등이다. 굳이 시장 크기가 작은 한국의 제 4 이통사의 협력사로 들어올 이유가 별로 없는 기업들이다. 

따라서 제 4 이통사가 설령 출범한다고 해도 소비자에 이익이 되는 서비스가 나오는 경쟁 복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값 5G 약속만 해도 그렇다. 저걸 앞세워 정부의 인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막상 반값 5G가 되지 않아 즉시 인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 애초에 구속력도 없고, 인가를 받은 다음에 지킬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정말로 소비자 이익을 위해 제 4 이통사를 만들겠다면 경쟁자 숫자 하나 늘리기는 의미가 없다. 보다 정교하게 이동통신 업계의 경쟁을 복원시킬 구도 형성과 약속위반에 대한 확실한 징계 매커니즘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것이 없는 제 4 이통사는 그저 조금 덩치만 큰 알뜰폰 업체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책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