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가속기술로 유명한 엔비디아가 새로운 모바일 칩 ‘테그라 K1’을 통해 모바일과 자동차 시장 양쪽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14년 1월 24일, 엔비디아는 테그라 K1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테그라K1


“과거에는 PC 게임 그래픽과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이 엄청난 수준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테그라 K1은 현재 가지고 있는 PC GPU아키텍처를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 제프리 윤은 새로 개발한 테그라 K1의 성능에 대단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제품이 지포스 시리즈로 유명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의 최신 설계구조인 ‘케플러’ 를 그대로 도입했음을 강조했다. 케플러 구조를 작게 축소해서 모바일 안에 넣은 것이 테그라 K1이다.

따라서 테그라 K1의 그래픽 가속 성능에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게임이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최신 3D 게임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테그라K1


제프리 윤은 “앞으로 모바일에서도 지포스와 동일한 성능과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면서 보통 PC게임이 같은 성능을 가지고 모바일로 나오는 데는 8년이 걸렸다. 올해 테그라K1이 모바일로 오면서 2년으로 기간이 대폭 단축되었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확실히 반가운 일이다. 사용자들은 당연히 모바일에서도 수준 높은 그래픽의 게임을 즐기는 걸 원한다. 다만 오늘날 최상급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1억 달러 이상이 든다.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을 만족시키려면 그렇게 돈이 많이 든다.

과거에는 어떤 플랫폼으로 하나를 목적으로 개발한 뒤에 다른 플랫폼으로 옮겼다. 그렇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플랫폼이 너무도 다양해졌다. 개발자들은 같은 1억달러로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엔비디아의 테그라 K1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을 모바일 칩에서 구동하려면 대부분은 3~4년이 지나야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엔비디아는 훨씬 짧은 기간 만에 언리얼 엔진을 구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테그라K1


이날 행사에 그는 3D 그래픽 거실 풍경을 모바일에서 테그라 K1을 써서 구현한 데모 영상을 보여주었다. 모든 질감, 그림자, 반사가 잘 묘사된 매우 현실적인 영상이 펼쳐졌다. 또한 작년에 공개한 사람얼굴(페이스워크) 구현 영상을 오픈GL로 테그라 K1에서 동일하게 만든 영상도 보여주었다.

테그라K1을 사용해 개조한 7인치 태블릿을 사용한 이 영상에서는 다양한 얼굴 표정 변화, 눈동자 움직임이 잘 드러났는데 이것은 과거의 모바일 프로세서로 구현 불가능했던 이미지였다.

또한 실제 게임인 ‘트라잉 투’ 풀 PC버전을 테그라K1에서 돌렸을 때의 영상시연도 했다. PC에서의 모든 효과가 그대로 구현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그는 테그라 K1의 밝은 미래를 말했다.

하지만 엔비디아 칩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전력소모와 협력업체 부족은 여전했다. 발표한 전력소모 자료는 콘솔 게임기인 XBOX360과 PS3와 비교했을 뿐이었다. 엔비디아 자체 기준으로 테그라 K1의 전력소모량은 5W였다. 하지만 이것이 비슷한 모바일 경쟁칩인 애플의 A7이나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등에 비교하면 어떤 가치를 지니는 지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게임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기 플랫폼에 채택되서 어떤 타이틀이 나올 예정인지 말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부품 성능이 좋아도 소비자는 제품을 쓰는 것이지 부품을 쓰는 것이 아니다.


테그라K1


이어서 엔비디아는 자동차용 솔루션인 ‘테그라 비주얼 컴퓨팅 모듈’을 소개했다. 제프리 매니저는 이 제품에 대해 “자동차에 적합한 등급의 테그라를 모듈로 개발했으며 자동차 회사의 최신 차량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장점을 강조했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 오픈 오토매틱 얼라이언스가 결성되었다. 엔비디아, 구글, GM, 아우디 등이 참여했는데 취지는 더 좋은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 엔비디아는 많은 자동차 회사와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서 엔비디아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최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이미지 해석이 중요하다. 많은  자동차에는 초음파 센서, 적외선 카메라 등이 있는데 여기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컴퓨터로 해석해야 한다.


테그라K1


엔비디아 테그라 K1은 보행자 발견, 사각지대 모니터링, 탈선 경고, 교통신호 인식 등 카메라 기반의 모든 데이터를 해석해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의 중추를 맡게 된다. 병렬 컴퓨팅 플랫폼인 쿠다(CUDA)를 지원하는 최초의 프로세서로서 모든 작업을 보다 원활하게 처리한다. 

궁극적으로 엔비디아는 ‘프로젝트 머큐리’를 통해 운전자에게 맞춤형 디지털 대쉬보드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자동차 패널 화면에 텍스처와 쉐이딩을 가미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쉬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대쉬보드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보수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한꺼번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거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도 있다.


테그라K1


이날 엔비디아는 테그라 K1의 버전 두 개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32비트 구조인 ‘쿼드코어 A15’이고 하나는 64비트 구조인 ‘듀얼 덴버’ 였다. 하나의 칩에서 나온 두 가지 버전인 이 칩은 당분간 엔비디아의 모바일과 자동차 시장 주력 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은 “전세계에서 450만대의 차가 엔비디아 칩을 탑재해서 달린다” 며 “엔비디아의 앞선 GPU 기술이 모바일에서 힘을 발휘할 거라 자신한다”고 힘 있게 말했다.

그렇지만 고급차 위주의 솔루션이 될 이런 시장에서 테그라 K1이 얼마만큼 의미 있는 판매량을 보일 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엔비디아의 테그라 K1이 모바일 시장과 자동차 시장에서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