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러분께 호응이 큰 제품군을 소개할 수 있게 되서 반가운 날입니다. 윈도8은 워크와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기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특히 8인치 디바이스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 제품 판매추세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2014년 1월 27일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프리젠테이션에서는 MS 에반젤리스트 김영욱 부장은 8형 태블릿의 인기비결과 앞으로의 전망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솔직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의 선도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상당히 빨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윈도 운영체제 호환성 보장과 인터페이스에 얽매인 점은 한계지만 그것을 장점으로 전환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때의  아마존 화면을 보자. 드물게 여기에는 윈도 태블릿이 많았는데 공통점은 화면 크기가 8인치 였고 인텔 베이트레일 CPU가 들어있었다. 따라서 제품마다 기본으로 배터리 시간으로 8시간~10시간을 가며 오피스가 탑재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업무용과 취미용을 동시에 소화하라는 제품 컨셉이 엿보인다.

고무적인 건 이런 제품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물량이 제한되긴 했지만 초기 물량이 조기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제까지 서피스나 다른 윈도8 태블릿의 판매추세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이렇게 시장이 빨리 바뀔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로 이 점을 고민했다. 즉 윈도8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에 맞는 최적화된 제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적으로 뛰어난 사용자경험을 제공해주는 제품이 이제야 8형 태블릿이란 형태로 나왔으며 그것이 폭발적인 반응과 판매성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레노버 믹스2는 잡는 손맛이 좋고 무게도 가볍다. 델 베뉴8 프로는 배터리 유지시간이 10시간이다. 보통 하루 7~8시간이상 충전없이 태블릿을 쓰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으로 볼 때 충분하다. 에이서의 W4은 배터리 시간이 7~10시간이며 와콤 태블릿과 펜이 포함된 모델이다. 이들이 대체로 현재 8형 태블릿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하드웨어들이다.

이들 8형 윈도 태블릿은 이제까지 나왔던 노트북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 PC와 구분되는 모델이 있는데 각종 센서가 포함되어 있는 점이다. 보통 200만원을 넘는 비싼 노트북도 카메라를 제외하면 센서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태블릿은 GPS, 지자기센서, 자이로센서가 포함되었다. 이 차이는 크다. 그냥 컴퓨터냐,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다르다. 센서가 달린 태블릿은 들고 다니면 내가 뭘 하는지 어딜 가는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제품에 탑재된 아톰 CPU는 이전의 성능 떨어지는 칩이 아니다. 우선 코어개수가 4개인 쿼드코어이며 처리속도도 제법 높은 편이다. 따라서 태블릿이 요구하는 성능과 저전력을 함께 잡을 수 있다. 별도 칩 안에 센서가 포함되어 있기에 한 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데이터쉐어링으로 PC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기존의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패드 같이 좋은 태블릿이 많은데 왜 PC를 겸해서 써야할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들의 PC수요가 업무용으로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밤에는 태블릿 사용이 증가하지만 막상 낮에는 줄어들고 PC사용이 늘어난다. 휴일에는 반대로 낮이 되면 PC 사용률이 뚝 떨어진다.

국내 태블릿 수요 역시 이런 추세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태블릿 사용이 그동안 증가하다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태블릿을 쓰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밖에 쓰지 못하는 것에 실망하는 추세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업무를 하기 위해 오피스가 있어야 한다. 다른 운영체제를 쓴 태블릿은 회사용 업무용 데이터를 옮겨가는 게 힘들기에 불편하고 결국 손에 익은 PC를 쓰게 되며 윈도8 태블릿은 이런 수요에 적절한 제품이다.


김영욱 부장은 “8인치 윈도 태블릿은 이런 기존 PC와 앱 환경의 업무환경을 연결하는 좋은 가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며 “지금 나와있는 태블릿이 노트북에 대체할 만큼 성숙하지 않습니다. 왜 8인치일까요? 가방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 소비시장의 90퍼센트는 여자입니다. 이 분들의 핸드백에서도 태블릿이 나오려면 8인치일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굳이 포스트PC를 강조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기반으로 한 윈도8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적 전환을 강조할 뿐 태블릿이란 형태로 쓰임새가 전환하는 하드웨어적인 전환은 언급을 자제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서피스를 포함한 제품들의 판매실적에 뚜렷한 실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이트레일을 탑재한 이번 8형 태블릿의 인기로 인해 일종의 돌파구를 얻었다. 그러자 노트북이 태블릿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어야 하며 그것이 포스트PC 시대라고 강조하게 되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어쨌든 윈도8이 가장 좋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MS는 이번 프리젠테이션에서 포스트 PC의 핵심으로 세 가지를 말했다. 첫번째는 컨텐츠다. 예를 들어 각종 오래된 책을 물리적인 형태로 보관하기 보다는 스캔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PDF 형식의 자료와 앱으로 만들면 보관과 검색이 쉬워진다. 이미 앱스토어에서는 앱북 형태의 도서를 제공하고 있다. 간편하게 터치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도 중요하다.

두번째는 컨텍스트다. 김영욱 부장은 “이번 8인치부터는 윈도 태블릿이 진정한 모바일 기기로 다시 태어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센서가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정한다든가 하는 조절기능, 센서가 파악한 환경을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이것이 다시 앱에 반영되는 현상을 중요하게 보았다. 피드백이 즉각 이뤄지는 기기로서 포스트PC의 장점을 본 것이다.

세번째는 케이스 인 윈도우다. 이것은 결국 기존 소프트웨어를 안고 갈 수 있는가? 라는 호환성 보장이다. 윈도 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 장점이지만 너무 당연한 장점이기에 종종 잊고 갈 수도 있다.

의욕이 넘치는 프리젠테이션이었지만 의문점도 있었다. 이번 내용이 윈도8 만의 장점은 아니다. 휴대성과 간편함은 태블릿이란 기기의 공통적인 장점이다. 또한 센서를 탑재하고 반응하는 것도 다른 태블릿이 이미 2년 전부터 전부 하고 있는 기능이다. 포스트PC를 내다보는 것 역시 MS중심이 아닌 상태에서의 논의는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8형 태블릿과 윈도8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PC로서 좀더 강하게 주장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어진 발표순에서 윈도우 컨슈머 마케팅 담당자는 이들 8형 태블릿에 대해 “지금 MS와 OEM사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초기 반응이 상당히 좋으며 레노버는 씽크패드 8인치 모델을, 에이서도 8인치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고 밝혔다.

특히 “8형 윈도8 태블릿이 기존 PC의 대체품이 될 수 있다. 많은 회사들이 태블릿에 주목하고 있다. 사치품이냐 대체품이냐 논란이 되고 있는데 MS는 대체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동영상을 통해 직장인의 출근영상과 활용모습을 보여주었다. 커다란 부피와 불편한 물리적 키보드를 가지고 좁은 이동공간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노트북 사용자와 반대로 8형  윈도 태블릿을 가지고 경쾌하게 업무와 취미를 즐기는 사용자를 대비시킨 영상이었다.

재미있게도 MS는 8형 태블릿을 통해 윈도8 태블릿의 성과와 미래를 보았다. 그러기에 자신있게 포스트PC로서 이 시장을 주목하고 강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적인 이점에서 MS만이 가진 기술이나 이점은 없었다. 소프트웨어 면에서도 오피스를 비롯한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말고는 매력적인 점도 부족했다.


가까운 장래에 다른 태블릿이 클라우드 운영체제나 가상머신 등으로 윈도8 태블릿을 굳이 일일히 쓸 필요가 없게 될 수도 있다. 혹은 다른 태블릿 운영체제도 주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갖출 수 있다. 그럴 때 지금 MS가 강조하는 장점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MS는 어떤 경우에도 윈도라는 운영체제로서 살아남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포스트PC를 말하는 기업 위치는 잃어버린다. 8형 태블릿에 주력하겠다는 MS의 발표가 앞으로 어떤 시장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