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는 1980년대를 전후해서 전성기를 맞았다. 이때 소니는 워크맨으로 대표되는 음악기기와 트리니트론 방식 브라운관 기술에서 세계 최고였다. 디자인과 성능, 고급스러운 이미지 측면에서 소니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 시대는 아날로그 기술의 절정기이기도 했다.

21세기를 맞아 스마트폰과 LCD모니터의 시대가 되자 소니의 영광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 위치는 지금 미국의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점령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니는 아직도 뛰어난 디자인과 기발한 컨셉으로 개성을 잃지 않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에 있어서도 여전히 소니제품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매대행업체 익스펜시스의 지원을 받아 이번에 엑스페리아 Z1을 써보았다.



엑스페리아 Z1



엑스페리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라면 ‘아날로그 느낌’ 이다.

이 제품은 겉으로만 보면 그냥 스마트폰이다. 운영체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구글 안드로이드 4.2.2 젤리빈이다. 5인치 풀HD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초고해상도를 제공하는 면이 뛰어나다. 최신 AP인 퀄럼 스냅드래곤800을 사용하기에 성능도 상당히 좋다. 그렇지만 정작 다른 회사인 삼성, LG와 비교해서 차이나는 점은 특이한 아날로그 감각에 있다.



엑스페리아 Z1



우선 디자인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얇고 가벼운 외형이 아니다. 테두리를 두른 실버메탈 재질은 첨단유행처럼 보여도 두께는 별로 얇지 않다. 또한 무게를 줄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별로 없다. 170G이란 무게는 체감상으로 꽤 묵직하게 느껴진다.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정직한 직사각형 디자인은 부피를 더 많이 느끼게 한다.

이 제품의 장점은 오히려 국내 스마트폰에서 보기 힘든 생활방수기능이다. 일본제품에는 거의 들어가는 기능이지만 우리나라 사용자에게 방수기능은 비나 눈이 올 때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능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엑스페리아 Z1



크래들이 패키지에 기본 포함된 것은 재미있는 발상이다. 기본 크래들이 충전을 해주면서 부기기능까지 해주는 점은 소니가 예전에 PDA 클리에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죽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7메가 픽셀을 강조한 엑스모어 카메라는 생각보다 뛰어나지는 않았다. 조리개 밝기 2.0에 1/2.3인치 센서라면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체급부터 다르다. 좋은 화질이 안나오면 오히려 이상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약간 밝다는 걸 빼면 결과물에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디스플레이는 평이한 품질이다. 삼성 AMOLED처럼 색감이 확실하지도 않고 LG 디스플레이처럼 극도의 선명도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럭저럭 무난하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솔직히 매력은 별로 없다.



엑스페리아 Z1



엑스페리아에서 가장 특이한 아날로그 느낌은 음악을 들을 때 쓰는 워크맨(WALKMAN) 앱에 있다. 기본탑재 앱으로 들어있는 이 앱에서는 클리어오디오 플러스, 음질향상기능, 동적 노멀라이저 등을 통해 음악파일을 좋게 만들어준다. 예전에 카세트부터 쓰던 음장기능의 향취가 들어있다.

FM라디오 기능도 눈길을 끈다. 인터넷라디오를 비롯해서 팟캐스트 이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에서도 넣지 않는 기능이다. 그렇지만 소니는 여전히 예전의 카세트 워크맨에 대한 향수인지 이 기능을 넣었다. 헤드셋 코드가 안테나가 되어 전파를 수신해서 라디오를 들려준다.

사용하다가 보인 단점도 좀 있었다.

우선 안드로이드 기기라면 기본으로 가동되는 USB대용량 저장장치 기능이 불편하다. PC와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대용량 메모리로 잡히지 않는다. 따로 소프트웨어를 깔아야 한다. 아니면 내부 메모리가 아닌 외부 SD메모리만 접근가능하다. 저작권보호를 위해서인지 몰라도 다른 안드로이드폰에서 전부 되는 기본 기능을 제거한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엑스페리아 Z1



또한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서인지 운영체제에서 기본으로 한글 입력키보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구글 플레이에서 따로 인스톨하면 되기는 하지만 다소 불편한 설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스마트폰에 서툰 사용자에게는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엑스페리아 Z1은 아날로그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스마트폰이다. 워크맨의 추억을 잊지 못하면서 애플과는 또다른 강렬한 개성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