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은 이제 완전히 우리 생활에 정착했다. 아이폰에 이어서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단지 스마트폰이 커졌을 뿐이며 용도를 모르겠다고 혹평하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태블릿은 독서, 동영상 감상, 웹서핑을 넘어서 의료와 산업현장까지 쓰이는 범용 기기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노트북을 비롯한 가벼운 용도의 PC를 대체할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피스 프로2


현재 태블릿 시장은 애플 iOS를 채택한 아이패드와 구글 안드로이드를 쓰는 태블릿으로 양분되어 있다. 다른 운영체제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통적인 PC 운영체제 윈도를 전면적으로 고친 윈도8과 윈도8.1을 가지고 태블릿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 첫번째 시도였던 서피스는 나름 호평을 받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장점은 끈기다. 시장이 포화된 ‘레드오션의 강자’라는 별칭까지 붙어있을 정도다. 서피스 프로2를 내놓으며 다시 태블릿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과연 얼마만큼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구매대행업체 익스펜시스의 도움을 받아 서피스 프로2를 살펴보았다.


서피스 프로2


서피스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서피스RT는 CPU로 ARM계열 칩을 장착하고 있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지만 기존 윈도 프로그램과 호환성이 부족하다. 서피스 프로는 인텔 계열 칩을 채택했으며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기존 프로그램을 완벽히 돌릴 수 있다. 서피스 프로2는 서피스 프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며 디자인 역시 완벽하게 똑같다.

디자인으로 볼 때 서피스의 형태는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 전면에는 자질구레한 상표나 마크가 전혀 없다. 전면 카메라와 윈도를 상징하는 창로고, 베젤과 화면이 전부다. 여기서 베젤을 좀더 얇게 할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한 변화의 전부일 것이다.



서피스 프로2


측면에는 각종 기능버튼과 단자들이 배치되어 있다. 아래 쪽에는 도킹해서 쓰는 독 연결을 위한 단자가 있다. 오른쪽에는 충전케이블 연결단자와 마이크로 SDXC 카드 리더가, 왼쪽에는 볼륨조절과 이어폰, USB단자가 달려있다.


서피스 프로2


위쪽에는 전원단자와 작은 마이크 구멍이 있다. 약간 큰 전면과 조금 작은 후면을 비스듬하게 깎아서 잇는 경사진 측면모습이 특이하다.


서피스 프로2


후면에는 후면카메라와 ‘Surface’ 로고가 있으며 접혀있는 아랫부분을 펴서 받침대로 만들 수 있다. 전체적으로 마그네슘 재질의 단단함과 남성적이고 시원한 직선을 잘 살린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서피스 프로2


10.6형 디스플레이 화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밝고도 선명하면서 색감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저가 태블릿에서는 무조건 밝기만 해서 눈이 아프다든가, 선명도를 강조한 나머지 색감이 나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에 비해 서피스 프로2의 화면은 선명도와 색감 모두 우수하며 시야각도 훌륭하다.

1,920X1,080 해상도는 초고해상도를 지향하는 요즘 태블릿 흐름에 비해서는 약간 모자라다.  9.7형인 아이패드 에어가 2,048X1,536 해상도를 가진 것에 비하면 뒤지는 편이다. 하지만 서피스 프로가 지향하는 것은 윈도 운영체제를 태블릿으로 성공시키는 것이다. 윈도 기반의 모니터가 현재 풀HD 표준으로 1,920X1,080 해상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좋은 선택이다.


서피스 프로2


CPU는 4세대 인텔 코어 i5를 썼다. 메모리는 기본 4기가바이트(GB)이며 저장용량은 기본 64GB에서 시작한다. 주요부품은 터치스크린이 달렸고 전자기유도식 펜이 제공된다는 점을 빼면 우리가 주로 쓰는 노트북과 다를 것이 없다.  

전자기유도식 펜의 특징은 화면에 직접 펜촉이 닿지 않아도 인식한다는 점이다. 펜이 화면에서 10밀리미터(mm)위에 오면 동그란 점이 커서처럼 나타난다. 이 상태에서 펜촉이 닿으면 바로 반응한다.
 
내장 카메라는 전면과 후면 모두가 100만 화소급이다. 이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데 서피스 프로보다 가격이 싼 아이패드 에어나 갤럭시탭에 훨씬 좋은 카메라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낮은 화소에 사진품질이 떨어지는 카메라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용으로도 잘 쓰지 않는다. 아무래도 서피스 프로의 부품구성을 아직도 일반 노트북 기준으로 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서피스 프로2의 성능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봐야 한다. 하나는 태블릿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노트북이다. 일반적으로 서피스 프로를 구입하는 사용자는 노트북과 태블릿의 용도를 하나로 전부 만족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서피스 프로2


인터페이스의 반응속도는 약간 둔한 편이다. 손가락이 닿았을 때 약간 멈칫하고 그 뒤에 명령수행 자체는 상당히 빠르게 이뤄진다. 전체적인 쾌적함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둔한 반응속도 때문에 크게 호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윈도8 태블릿 모드는 많은 부분에서 강화가 이뤄졌다. 모던UI는 같은 크기의 아이콘 위주로 운영하는 iOS나 안드로이드에 비해 생소한 편이지만 특색이 있으며 익숙해지면 재미도 있다. 안드로이드의 위젯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쓰면 적응하기도 쉽다.

하지만 윈도8을 위한 앱은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다. 필요한 최소한의 양은 있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고 고품질 앱만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사용이 적어 피드백이 잘 이뤄지지 않는 탓인지 치명적인 버그가 있거나 실행이 잘 안되는 앱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는 태블릿 사용자 경험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운영체제 조작성과 디자인이 더욱 좋아졌지만 막상 태블릿에서 사용자가 즐기는 것은 운영체제가 아닌 앱이기 때문이다.


서피스 프로2


데스크탑 모드에서 볼 때 서피스 프로2는 상당히 좋은 노트북이다. 가볍고 빠르면서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내준다. 각종 PC용 윈도 프로그램을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으며 간단한 그래픽은 전자기유도식 펜을 써서 그릴 수 있다. 3D게임과 액티브엑스를 이용한 전자결제를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위해 치러야할 대가는 컸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실제로 5시간을 좀 넘는 정도로 노트북이라고 생각하면 몰라도 태블릿이라면 짧은 편이다. 또한 추운 날씨에도 쥐고 있으면 따스한 온풍이 나올 정도인 발열은 더 심각하다. 매끈한 디자인으로 인해 열이 잘 배출되는 구조가 아니다. 작은 팬이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정도라면 태블릿으로서 매력이 반감된다.

서피스 프로2는 아직 완벽한 태블릿이 되지 못한 제품이다. 노트북으로 볼 때는 쓸 만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반대로 태블릿으로 보았을 때는 크고 무겁다. 반응속도가 둔하면서 앱도 풍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정쩡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는 느낌이다.


서피스 프로2


이 제품은 노트북 용도로 오피스와 포토샵 등을 많이 사용하면서 가끔 태블릿으로 전자책이나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절하다. 태블릿 용도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권할 수 없다. 길을 걷다가 지도 하나를 보기 위해 서피스 프로2를 꺼낸다면 실망하기 쉽다. 차라리 지하철 안에서 엑셀을 열어 급한 회계장부를 처리해야 할 때 쓴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