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군대이야기가 대세다. 사람들은 ‘푸른거탑’에서 군대생활의 애환을 실감하면서 ‘진짜사나이’에서 샘 해밀턴의 훈련모습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 군대와 축구라면 기겁을 하던 여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어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느끼는 군대는 한계가 있다.



전투식량



그래서 군대를 직접 ‘맛보는’ 기회를 준비했다. 바로 전투식량이다. 사회에서 먹는 음식과는 상당히 다른 군대음식의 맛을 통해서 잠시나마 현역 군인의 심정이 되어보자.

전투식량



전투식량



전투식량


준비한 음식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타입의 전투식량이다. 민간에서 구할 수 있는 군납 전투식량 가운데 군대에 들어가는 것과 포장과 용량만 약간 다른 제품이다. 메뉴는 쇠고기비빔밥, 잡채비빔밥, 야채비빔밥이 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오케이!
추억은 새록새록. 하지만 맛은...




전투식량



포장 윗면을 잘라 개봉하면 마치 라면처럼 포장된 스프들이 기다린다. 제일 큰 것은 따로 물을 부어 먹는 된장국이고 다른 하나가 밥 위에 뿌리는 스프다. 작은 포장으로 참기름도 들어있다. 사발면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봉지를 닫아놓으면 된다.


전투식량



전투식량


5분 정도 기다리니 그럴듯한 비빔밥과 된장국이 완성되었다. 제법 먹음직스러운 외양을 가지고 있다. 보고 있자니 힘들었던 군대시절의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난다. 숟가락을 들이밀어 냉큼 입안에 넣어본다. 과연 지금 먹어보는 전투식량은 어떤 맛이 날까?



전투식량




전체적으로 먹을 만 했다. 특히 잡채비빔밥은 적절히 익은 밥에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당면의 쫄깃함이 느껴졌다. 일단 잡채밥이라는 정체성은 지켰다. 그렇지만 사회에서 파는 밥맛에 비하면 부족했다. 물에 불린 쌀이라는 특성상 찰기가 적은 편이고 장기보존을 염두에 둔 재료들은 신선한 맛이 부족했다.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데?”라고 하겠다.



군대 과자의 세대교체
건빵 VS 파운드 케이크



전투식량



군대에서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 짬밥만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을 때, 좋은 먹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증식용’이라고 적힌 건빵이다. 군대에서 유일하게 공짜로 주던 과자인 건빵을 전투식량과 함께 먹어보았다. 다소 푸석한 밀가루맛에 계란맛이 약간 섞였는데 그냥 먹으면 텁텁하다. 오히려 전투식량에 함께 나온 된장국과 같이 먹으면 괜찮다.


전투식량



군대에서 새로 나오기 시작한 파운드케이크도 맛보았다. 건빵처럼 잘려있는 게 아니라 커다란 판모양이다. 손으로 간단히 자를 수 있는데 먹어보면 예전에 팔던 ‘계란과자’ 맛이 난다. 건빵보다 약간 고급스러운 맛이지만 일반 과자보다는 아무래도 약간 풍미가 떨어진다.



맛보다 추억이 중요하다면 추천



전투식량



지나간 추억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사실 당시에는 그저 힘들고 서러웠던 기억 밖에 없지만 한참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기억이 미화된다. 군대에서 먹고 입고 자는 데 썼던 모든 것이 그런 ‘추억버프’를 받는다. 오랜만에 먹은 전투식량은 추억처럼 좋은 맛은 아니었다.



전투식량


다만 건빵 속에 든 별사탕의 맛이 그나마 가장 좋았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이런 전투식량을 먹으며 국토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