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천지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보통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를 떠올리기 쉽다. 예를 들면 명문대를 나오고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이 학벌 따위는 장식에 불과하며 중요한 건 자기 능력이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탄성과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대학입시에 실패해서 취업준비 중인 학생이 말한다면 비웃음만 나올 뿐이다.



입는컴퓨터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 미래를 그저 기다릴 뿐인 소비자 입장에서 입는 컴퓨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그저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의 의견일 뿐이다. 그러나 컴퓨터 업계를 좌우하는 인물의 입에서 입는 컴퓨터가 미래에 실용화될 거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미래예측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엄청난 무게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게 미래를 쥔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쿡이 한 말 가운데 흥미있는 대목이 있다. 5월 29일에 열린 D11 컨퍼런스 관련 기사를 소개한다. (출처) 


팀쿡 CEO는 5월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매지 올싱스디지털이 개최한 D11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컨퍼런스 부속 행사로 열린 올싱스디지털의 기자 월터 모스버그·카라 스위셔와 공개 인터뷰에서 “구글 글라스는 특정 소비자들에게 재미있는 물건일 수 있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안경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서나 패션을 위해 안경을 착용하지만 이에 대한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이 소비자들이 구글 글라스를 써보려고 시도하는 것조차도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입는 컴퓨터 분야가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쿡 CEO는 “많은 업체가 입는 컴퓨터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입는 컴퓨터는 매우 흥미로운 기기다. 이것을 연구할 시기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입는컴퓨터


쿡 CEO는 자신이 차고 있는 나이키 ‘퓨얼밴드’를 직접 보여줬다. 손목에 차고 있으면 운동량을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컴퓨터 장치다. 그는 “퓨얼밴드를 차고 있다고 해서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손목에 차는 장치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애플 스마트시계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쿡 CEO는 손목에 착용하는 장치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10~20대들이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들이 입는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려면 지금보다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를 만들어낸 기업문화와 이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패드 이후 3년 동안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쿡 CEO는 “애플이 아직 다양한 ‘게임 체인저(Game-Changer)’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입는 컴퓨터와 더불어 TV분야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독설은 여전했다. 그는 “시장에 많은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그중 상당수는 피처폰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책상 서랍 속에 들어가 있는 다른 기기들에 비해 아이폰·아이패드의 웹 트래픽이 많다”며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애플 제품을 사랑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팀쿡의 전망은 개인적 사견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애플을 대표한 입장에 가깝다. 그러기에 솔직히 경쟁사 제품에 대해서 좋은 평가는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끄는 빌게이츠나 스티브 발머가 애플 제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극히 삼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기기라는 면에서 단순한 폄하는 아니다. 미래의 컴퓨터에 대한 애플의 장기전망을 엿볼 수 있다.


입는컴퓨터


팀쿡이 본 컴퓨터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우선 기사의 핵심을 간추려보자.


1. 입는 컴퓨터 -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은 가능성이 있으며 매력적이다.

2. 하지만 구글 글라스의 안경이란 형태는 불편하며 성공하기 힘들다.

3. 손목에 차는 시계형태는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손목시계 착용을 꺼린다.

4. 애플은 혁신적인 기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5. 사람들은 안드로이드보다 애플제품을 사랑한다.



입는컴퓨터


이 모든 것을 조합하면 팀쿡이 보는 컴퓨터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애플은 입는  컴퓨터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는 중이지만  불편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손목에 차고 싶어질 요소를 넣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은 어차피 휴대폰을 들고다니는 것에 누구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워치는 다르다. 기능이 약간 뛰어나다고 해서 손목 자체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생활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정말로 꼭 필요하고 우월한 기능이 있어야 하고 문화현상, 나아가서 사회현상을 만들어야 한다.


입는컴퓨터


그런 면에서 볼 때 애플의 고민은 아이워치에 대한 기능적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입는 컴퓨터에 대해 애플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은 한 가지이다. 사람들이 기꺼이 그것을 항상 착용할 수 있을까? 라는 부분이다. 팀쿡이 보는 컴퓨터의 미래는 '자연스럽고 애정을 부여하며 착용하는 제품' 이라는 점이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