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상당히 독특한 역사를 가졌다. 세계 애니메이션의 양대축인 미국과 일본 가운데 일본을 아주 가까이에 두고 있고, 문화의 상당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한국은 경제발전 모델을 일본으로 잡기도 했는데 애니메이션의 롤모델 역시 일본이었다.


아주 쉽게 말해보자. 한국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하청국이었다. 같은 그림을 약간씩 바꿔그리는 셀작업은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지만, 노동집약적이고 노력에 비해 돈은 적게 받는 부분이다. 일본 내에서도 애니메이터의 처우는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결국 일본은 싼 임금에 적당한 그림실력을 내주고 작품설명이 비교적 쉽게 가능한 나라를 찾았다. 그것이 바로 한국이었다. 그래서 한때 한국은 돈도 별로 없는데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국가이기도 했고, 자체적인 로봇 애니메이션도 만드는 등 활발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청업체


그런데 이런 하청국로서의 지위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었다. 일본의 불황과 한국의 임금수준 향상, CG기술의 발달, 중국으로의 하청전환  등으로 주문이 감소하자 일감을 잃어버린 한국은 독자적인 애니메니션 일거리를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한때 홍길동 을 비롯해서 이현세의 아마게돈 등 많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한국 자체적으로 제작되었다.


물론 거의가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하청업체가 단기간에 원청업체 수준의 품질을 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근본적인 기획력과 상위작업 캐릭터 제작등 상위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굳이 애니메이션 한 분야만 해당되는 일인가? IT업계에서 최근 애플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중국의 폭스콘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 분야만 다를 뿐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출처)


로이터는 오늘 Foxconn이 애플 iPhone의 판매 저조로 인해 매출이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같은 매출 감소가 지난 분기의 iPhone 판매 저조 때문이고, iPhone과 iPad을 생산하는 것이 Foxconn 매출 전체에서 적어도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GR은 월 스트릿 저널을 인용해 애플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Foxconn은 자사 기기들을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청업체



(출처)


Foxconn은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소스들은 Foxconn이 새로운 고객들을 공격적으로 추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고, 이익 마진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사 브랜드의 전자기기 악세서리들을 판매하는 계획을 포함한 하청 이상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 스트릿 저널에게 말했다. 


(출처)

거대 전자기기 제조사 Foxconn이 자체적으로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에 이어 로이터는 Foxconn의 모회사 혼하이(Hon Hai)가 첫번째 모바일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면 혼하이와 모질라가 6월 3일 Firefox OS 기기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고, 그와 별개로 Focus Taiwan는 의문의 기기는 Firefox OS로 구동되는 첫번째 태블릿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3개의 뉴스는 정리하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애플 기기 하청을 주요 일감으로 삼던 폭스콘이 주문감소에 따라 독자적 기기 생산을 통해 독립하려고 한다.


뉴스 자체는 그다지 신기할 게 없다. 일감을 받아서 해주던 회사가 일감이 줄어들었으니 새로운 일감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또한 전세계를 전부 뒤져도 애플 정도로 단기간에 확실한 물량을 주문해주는 회사는 없었다. 다른 업체 일감을 추가로 받아서 그 자리를 메우는 것도 당분간은 힘들다. 따라서 대체물량으로 독자적인 기기생산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하청업체


애플의 하청업체는 독립할 수 있을까?


사물은 대체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원청업체 입장에서 보자면 하청업체가 완제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그건 그거 단순노동력에 불과하다. 제품디자인이나 기획, 마케팅의 노하우등 중요한 기술은 전부 자기가 가지고 있으니 그냥 귀찮고 힘든 일을 맡기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오래 일을 해온 하청업체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하다보면 원청업체가 가진 독특한 노하우라는 게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아주 약간 뛰어난 센스, 조금 앞선 기획, 돈만 투입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케팅능력 정도로 보인다. 


하청업체


그러다보니 원청업체가 거래선을 바꾸게 되면 용감하게 독립선언을 하고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예전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그랬고, 코카콜라의 보틀링업체로서 용기에 포장하는 일을 했던 한국업체는 815콜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본다면 그런 시도는 대부분 처참하게 실패했다.


섣부른 예측일지 모르지만 폭스콘의 이번 독립시도 역시 그런 실패의 역사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청업체로서 오래전부터 독립을 치밀하게 준비하다가 실천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문이 줄었고 이익이 감소했기에 애플이 하던 역할이 만만해보여서 하는 것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다. 



애플 하청업체가 독립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운영체제가 없고, 디자인 능력도 없는 가운데 그저 부품만 조립해서 내놓으면 팔릴 정도로 현재 시장이 만만하지 않다. 진정으로 성공적인 독립을 노린다면 최소한 자체 디자인 역량만이라도 구축한 뒤에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