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권총, 기술의 문제점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쥬라기공원'을 생각해보자.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공룡을 유전공학으로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공룡의 피를 빨던 모기가 보석의 일종인 호박 속에서 죽어 박제화된다. 그러면 그 안에 있는 피도 거의 손상없이 보존된다. 현대에서는 이 피를 추출해서 유전자 분석과 복원을 통해서 공룡을 만든다.

가장 극적이었던 점은 이 공룡에 대한 과학적 통제였다. 철저히 오락거리로만 존재하게 만들기 위해 라이신이란 아미노산을 자체 생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공원을 벗어나면 바로 죽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한 암컷이 없이 수컷만 만들었다. 번식할 수도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는 별 소용이 없었다.  파충류의 특성 가운데 유아기에 수컷만 있으면 일부가 자연스럽게 변이해서 암컷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라이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일부 식물을 먹으면 보충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들어맞아 공룡은 통제를 벗어나고 공원을 탈출해서 사람을 살상한다.

 

최근 개발된 신기술 제품인 3D프린터가 격렬한 문제에 휩싸였다. 산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거라고 칭송받던 이 기술이 극히 위험한 권총을 만들고 배포하는 데 이용되기 시작되었다.(출처)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권총이 발사 성공 이틀 만에 총기규제 논란에 휩싸였다. 집에서도 설계도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때문이다. 

5월 8일(현지시간) 씨넷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랜드 이 상원의원은 주 내에서 3D프린팅 기술로 만드는 권총의 제작 및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의원은 "누구나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금속탐지기로 탐지되지 않는 3D프린팅 권총의 제작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가 제작한 이 권총은 '리버레이터'로 불린다. 공이(firing pin)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속탐지기로는 탐지가 되지 않는다.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범죄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권총의 설계도는 지난 이틀 간 10만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예상되었던 부작용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차원의 도면만 전송이 가능한 기존 기술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뿜어내서 자동으로 3차원 물체를 만드는 기술은 복잡한 기계 부품이나 각종 모형샘플을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았다. 

그런 기계나 모형 가운데는 매우 당연하게도 총기가 있다. 그리고 총기 안에는 당연히 가장 소형인 권총이 있다. 기계부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유독 총기만 구현하지 못할 리가 없다. 3D프린터가 어떤 인공지능이 있어서 프린트 명령을 받았는데 '이 부품은 권총이네요. 연방법에 의해서 출력하지 못합니다!' 라고 거부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3D프린터로 만든 권총, 기술의 문제점은?

3D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금속탐지기에도 걸리지 않고, 숨겨다니기도 쉬운 권총을 3D프린팅으로 만들었다. 이 사건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항상 열광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핵분열 기술이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이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듯이, 기술은 항상 빛과 그림자가 있다. 혁신을 이룬 스마트폰 기술을 칭송하는 뒤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고, 카톡으로 간단히 이별을 알리는 세태에 대한 탄식이 있다.

기술은 한번 개발되면 막을 수 없다. 뒤로 돌릴 수도 없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다소 조잡하지만 핵무기 제작방법부터 흑색화약을 만드는 방법도 공개되어 있다. 어떤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사실들이 뉴스에서 지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을 막을 수도 없고, 모든 문서 파일을 검열할 수도 없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안전보다는 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자유와 인류의 발전이 더 크기 때문이다. 

3D프린팅 기술이 권총을 만드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인터넷을 통한 총기 설계도 게시를 규제할 수 있다. 또한 프린팅에 쓰이는 플라스틱에 대한 재질을 보다 충격과 열에 약한 것으로 엄격히 제한해서 부분적으로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이 개발된 이상 기술을 막거나 뒤로 후퇴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범죄로 알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3D프린터 같은 도구보다 무서운 것은 살인을 쉽게 여기도록 부추기는 마음이다. 인류역사에 있어 도구가 없어 살인을 못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