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인간의 문명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을까? 예컨대 철기문명의 전파를 두고 어떤 특정 지역에서 말을 타고 철기를 든 민족이 이동하면서 청동기를 쓰던 농경민족을 정복하고 약탈했다. 그러면 농경민족은 이에 저항하다가 정복되거나 때로는 간신히 침략자를 격퇴한다. 중요한 건  결과가 어느 쪽이든 철기가 전파된다는 것이다.


인디안을 몰아내던 아메리카의 백인들의 이야기 역시 비슷하다. 백인과 싸우던 인디안은 결국 자기들의 활이 아닌 백인이 만든 총을 들고 저항했다. 인간은 자기보다 우수한 기술을 보면 당연히 그것을 따라하려고 애쓰게 되어 있다.


미국재판


현재 IT평론을 쓰는 내 고유의 방식을 몇몇 블로거들이 모방하고 있다. IT글 서두에 역사의 흐름이나 흔히 쓰는 사자성어 등을 집어 넣고는 내용과 일치시키며 써가는 방식이다. 이것은 내가 쓰기 전에는 IT글에서 거의 쓰지 않았던 방식이다.


이것을 두고 내가 아는 블로거는 '요즘 모두가 형글 흉내만 내고 있어.'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 조차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것에 대한 모방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것도 나오게 되어있다.


매킨토시와 윈도우, 혹은 지금의 iOS와 안드로이드를 보아도 그런 흐름은 매우 명확하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판에서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에 있는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을 상황에 놓여있다.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고 판매금지가 될 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시장에 하나의 선례가 될 이 판결을 앞두고 미국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업체인 삼성을 편들었다. 그 가운데는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배포한 혁신회사 구글도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출처)

 

미국재판


미국 주요 기업들이 삼성의 혁신제품을 판매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엔 구글, HTC 같은 안드로이드 동맹군 뿐 아니라 기업용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SAP와 리눅스 배포업체 레드햇도 가세해 관심을 모았다.


구글, HTC 등은 6일(현지 시간) 저녁 늦게 미국 항소법원에 삼성을 지지하는 법정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법정의견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법원 결정을 돕기 위해 제출하는 문서를 말한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구글 등은 자신들을 "항소법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휴대폰 같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혁신적인 기술 기업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 "혁신적이면서 기술적으로 복잡한 제품들을 증거 없이 사소한 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하는 것은 (우리 같은 제3자에겐) 큰 걱정거리"라고 주장했다.


이번 '단체 행동'에는 구글, HTC, SAP, 레드햇 등이 동참했다. 또 호스팅 전문회사인 랙스페이스도 이들과 행동을 같이 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삼성과 애플의 재판에서 완벽하게 애플이 이긴 곳은 미국 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이란 시장은 나머지 전세계와 비교해봐도 중요성이 떨어지는 시장이 아니다. 때문에 이 곳에서의 판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재판


판결 이전에 나온 배심원 평결에서는 애플에게 있어 정의가 실현되었다. 컴퓨터를 최초로 만든 미국의 혁신 기술을 다른 나라의 경쟁사가 함부로 특허침해하면 극단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이 법정의견서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반대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구글이 미국재판에서 삼성을 지지한 이유는?


현재 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은 매우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스마트폰 전체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인데도 애플과 삼성이 영업이익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100퍼센트이다. 나머지 회사는 본전 내지 이익이 없이 장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애플의 의도와 상관없이 하나의 사실을 만든다. 애플이 앞으로 잘하든 못하든 간에 삼성만 쓰러뜨릴 수 있다면 무조건 1등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재판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와 윈도우가 GUI를 놓고 경쟁할 때를 보자. 그때 애플은 마우스를 쓰고 그래픽을 써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은 모두 자기 특허기술이며 흉내내서는 안된다는 '룩앤필' 소송으로 윈도우를 고소했다. 


재미있는 건 그때 윈도우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군소운영체제가 맥을 흉내냈다는 것이다. 지오웍스앙상블, 아미가 컴퓨터의 운영체제, 일본 X68000 등 당시 최신 컴퓨터 가운데 오히려 그래픽 운영체제를 이용하지 않는 컴퓨터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애플은 나머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윈도우만 꺾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실제 의미있는 시장을 차지하는 것은 윈도우 뿐이었으까 말이다. 이번의 애플도 같다. 



위의 상황을 안드로이드 업체 입장에서 보자. 삼성을 뺀 나머지 전부인 소니나 HTC, 모토롤라를 지켜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이 결정적으로 애플에 패한다면 안드로이드 전체, 나아가서는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운영체제가 쓸모없어 진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경쟁이 필요하다. 한쪽에 완전히 쏠려버리고 나면 따라갈 여지조차 없어진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그나마 경쟁할 운영체제를 제시했고, 삼성은 폭스콘과 결합한 애플의 괴물같은 하드웨어와도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미국재판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탈락하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직접 애플과 부딪쳐야 한다. 그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만큼이나 힘들고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구글이 미국재판에서 삼성을 지지한 이유는 이런 상황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의 지지가 판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본래 우수한 것을 어느정도 흉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흐름을 잘 판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