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대한 두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로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며 무슨 수를 써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결정론이다. 이것은 마치 세상이 유일신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인간이 무슨 행동을 하든 최종 멸망의 날을 향해 시계초침처럼 가고 있다는 이야기와 일치한다.


나머지 하나로 운명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란 개척론이다. 부분적으로는 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노력하면 그런 결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버튼을 눌러 시계초침을 수정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피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IT업계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 이 두 가지 견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번 간단하게 꺼내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애플의 아이패드와 서피스를 비교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출처)

 

 The Loop는 빌 게이츠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있고, 아이패드는 서피스와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아마도 대부분은 이 문장에서 아이패드와 서피스가 서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 글을 이렇게 쓰면 어떨까?



서피스


서피스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있고, 서피스는 아이패드와 같아야 한다.


이렇게 쓰면 아마도 대부분은 놀라지도 않을 것이다. 아주 적은 사람만 빼고는 뭘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이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이 부분에서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빌게이츠가 엄청난 현자여서 하는 말마다 전부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좋은 말을 많이 하지만 때로는 자사 제품이나 자기 입지를 위해 '현실왜곡장'을 펼친다. 마찬가지로 빌게이츠 역시 자사 제품의 입지가 걸려있을 때는 전혀 엉뚱한 말을 하곤 한다. 그러니까 이 문장 전체가 옳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여기서 하나의 분석을 해보자.


우선 저 문장에서 두 개를 분리해 보자. 


1)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실망하고 있다. 

2) 아이패드는 서피스와 같아야 한다.



서피스


이 두가지는 한 문장에서 다뤘지만 엄연히 다른 사실이다. 굳이 말하자면 1번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빌게이츠가 아이패드를 사용해보고 실망했다면 모를까 통계적으로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2번은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이 만일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아이패드 vs 서피스, 무엇이 미래인가?


아이패드는 정확히 말해서 '현재' 이다. 현재의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더 쉽게 풀어말해보자. 아이패드는 분명 쾌적한 사용성과 매끄러운 반응속도, 아름다운 인터페이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의 기술수준에 맞춘 타협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사용자들이 원한 것은 그 모든 것을 갖추면서도 컴퓨터를 따로 쓸 필요 없이 단 한대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패드가 그것을 못한다고 사용자들이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미리 기대를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서피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는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그것도 아이패드와 정반대이다. 서피스는 아이패드보다 덜 쾌적하고, 덜 매끄럽고, 인터페이스도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훨씬 비싸다. 하지만 그것 한 대로 PC의 기능을 한다. 사용자들이 바라는 대로 한 대의 디바이스로 모든 걸 해주려고 한다.


그러니까 서피스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보를 통해 결국 아이패드의 장점을 갖추게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기다리면 언젠가는 이뤄진다. 반대로 아이패드가 서피스의 유일한 장점을 갖추는 것은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이 현재처럼 두 가지 하드웨어를 다 사서 쓰라는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20년 후에도 아이패드와 맥북을 둘 다 들고 다녀야할 것이다.



서피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향하는 것은 한대의 통합된 기기이다. 그리고 애플도 분명 포스트PC를 말한다. 하지만 둘의 미래는 다르다. 분명히 보자면 서피스가 보다 미래를 향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운명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를 쓸 만하게 만들어 그 미래를 구현해낸다면 아이패드는 서피스를 본받아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애플이 또다른 미래를 만들어내면서 승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승자의 판단을 옳다고 말하는 IT역사를 읽게 될 것이다. 



  1. Favicon of https://myth9.tistory.com BlogIcon 붕어IQ 2013.05.07 14:58 신고

    빌 게이츠의 'reality distortion'!!! -0-;;

    윈도우의 변화가 미래지향적이라는 표현에 공감합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입력 방식등의 제약 때문에 빛을 못 보고 있지만, 서서히 인프라가 증가하게 되면 더욱 무서워질 녀석이고, 통합된 형태로는 니자드님의 말씀대로 더욱 어울리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도 머리 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딱! 정리해보고 갑니다.

  2. 익명 2013.05.07 17:35

    비밀댓글입니다

  3. 이제야 마소가 시작버튼을 되살리기로 했다는군요.
    좀 뒷심을 발휘할 떄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분들이 할 수 있다라고 하지만 현재의 아이패드는 소비형 기깁니다.
    (뭐,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럴 앱도 있지만
    또 뭔가를 만드는 사람도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만..
    모두가 24인 텐트를 혼자 설치하는 건 아니죠)

  4. Favicon of https://archwin.net BlogIcon archmond 2013.05.07 19:07 신고

    윈도우 8과 서피스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많은 욕심을 보여준 제품인 것 같습니다. 조금은 현실과 타협해도 좋았을 텐데, 여전히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똥고집일수도 있지만..

    재밌게 보고 갑니다.

  5. 망상 2013.05.08 20:19

    주제는 비슷한듯 하나, 더 공감이 가는 "hoodrabbit"의 글 일독 권해드립니다.

  6. Favicon of https://meaningone.tistory.com BlogIcon 의미 하나 2013.05.24 23:47 신고

    좋은 관점의 글이네여 분명 펜입력을 화면에 접합시킨 태블릿을 첨으로 화두로 꺼냈던건 MS의 빌게이츠지만 그런 태블릿의 개념을 바꿔 소비형 모바일기기로 만든것은 애플의 잡스죠. 결국 미래에는 하드웨어의 발전에 의한 소비성과 생산성이 결합된 모바일기기로 가리라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