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실적부진,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역사에서는 아주 흔한 교훈이 있다. 국가를 새로 만들거나 이웃나라를 정복해서 영토를 확장하는 창업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막상 그렇게 이뤄놓은 국가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수성은 더욱 어렵다는것 말이다.
애플과 삼성이 둘 다 다른 이유로 고민에 빠졌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혁신을 주기 어려워지자 각자 이제까지의 영토를 지키기도 힘겨워하고 있다. 우선 관련 기사를 보자. (출처)
IT의 공룡,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고민에 빠졌다.
애플은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의 악순환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반면 삼성은 실적만큼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스마트폰 이외에 태블릿PC, 스마트카메라 등 차기 제품군이 아직 확실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이에 반해 애플은 실적 악화에 CEO 교체설까지 나돌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스티브 잡스의 부재가 결국 애플을 도태의 위기로까지 내몬 것이다. 물론 최대 라이벌인 삼성의 선전에 시장을 뺏긴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3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내놓는 애플은 최근 10년만에 처음으로 수익 하락이 예상된다. 경쟁사들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반해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5와 10월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한 이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때 독무대나 다름 없었던 태블릿PC시장 점유율마저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연대하면서 애플의 경영환경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드로이드가 무려 수십 종에 달하는 '갤럭시 시리즈'를 타고 급격한 속도로 확산되면서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주력 라인업에서 힘을 잃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큰 애플의 패인은 '혁신 없는 시장'에서의 극한 경쟁이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를 두고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스마트폰은 혁신이 정체되면서 이제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시장지배력이 이끄는 시장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채널IT의 스마트쇼에서 화상인터뷰를 요청받았다. 애플의 현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방향을 제시하는 짧은 내용이지만 여기에 내 생각이 가장 핵심적으로 들어있다. 인터뷰의 핵심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채널IT 스마트쇼 <팀쿡 해고? 위기의 애플> 관련 영상통화 인터뷰 다시보기
Q1 : 애플이 현재 처하게 된 혁신부족은 팀 쿡 체제의 문제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팀 쿡은 본래 물류 전문가였습니다. 혁신을 만들고 창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자가 아니었지요. 잡스도 그 점을 알고 있었지만 사후 2년 정도의 안정은 가져갈 수 있기에 CEO로 지명한 것입니다. 그동안 누군가 애플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올라와주기를 바랬을 겁니다.
하지만 스캇 포스탈 같은 창의적 인물이 퇴사하는 등 혁신을 이끌 인력이 마찰을 빚고 회사를 나가버렸습니다. 혁신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그런 인재를 포용하지 못한 팀 쿡 체제의 한계라고 봅니다.
Q2 : 폭스콘 공장과 애플의 삐걱거림, 하루이틀 일이 아니거든요. 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애플의 성장비결은 경이적인 30퍼센트 정도의 순이익률에 있습니다. 그것은 어디서도 만들 수 없는 애플만의 혁신제품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운영체제 측면에서는 비슷해졌습니다. 그 결과 애플은 아이폰 5에 이르러서 다이아몬드 커팅과 알루미늄 바디 등 제품 외관에 고급공정을 도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비싼 아이폰을 사게 만들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런 어려운 공법을 도입한 제품을 자사 공장도 아닌 중국 폭스콘의 저임금 노동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결국 발매초기 물량이 없어서 못산 아이폰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800만대의 불량품이 발생해버린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높은 순이익률을 가져가야 하는 애플이 점점 한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Q3 :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애플의 미래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애플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저가 아이폰을 만드는 것입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소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인 스마트워치나 애플티비 같은 제품을 내놓아 혁신주자로서의 위치를 과시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현실적인 점유율과 관계없이 애플에게 비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주들은 둘 가운데 어느쪽이든 주가를 올릴 수만 있다면 관계없을 것입니다. 둘 다 해도 괜찮다고 하겠죠. 하지만 업계전체로서 바람직한 방향은 역시 혁신주자로서의 애플이 되는 것입니다.
Q4 : 삼성 갤럭시 시리즈로 인해 애플의 위기가 심해진 듯 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킨토시와 윈도우 때도 그랬지만 애플에게는 늘 따라오는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경쟁자가 삼성이었을 뿐입니다. 물론 갤럭시 시리즈는 애플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을 차지했습니다. 애플 제품의 높은 가격은 경쟁제품이 전혀 없거나 형편없어야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품질 면에서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갤럭시S가 애플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의 실적부진,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과거 분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이다. 애플의 현 상황은 경영상의 어떤 위기가 아니다. 다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에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자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팀쿡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저가형 아이폰이든, 아이워치든 무엇인가 애플의 미래를 보여달라고 말이다.
만일 팀쿡이 스티브 잡스 같은 카리스마나 혁신을 이룬 실적이 있다면 이 시점에서도 '혁신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 마디로 주주들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팀쿡에게는 CEO자리 외에는 어떤 힘도 없다. 따라서 싫든좋든 애플은 조만간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어떤 방향이 되든 상관없다.
흔히 애플은 자본주의의 화신 같은 기업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만들어서 기업과 주주도 돈을 벌고 소비자는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드는 그런 꿈같은 현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자본주의 안에는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 라는 규칙도 있다. 애플이 과연 주주의 압박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향후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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