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iOS, 단순함이 정답일까?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찾아보면 상당히 많다. 누군가는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동물에게 과연 영혼이 없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게 지루함이란 걸 느낀다. 즉 금방 싫증을 낸다는 것이다. 일벌이나 일개미와 달리 사람은 365일 내내 일만 하다가는 미쳐버릴 것이다.
아이팟 이후 부활한 애플을 지탱해주던 디자인 철학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필요없는 장식을 최대한 없애고 기능미를 살리는 디자인- 미니멀리즘이다. 이것은 하드웨어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가 맡았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기기인 애플 제품 안에서 최대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사실적으로 구현함으로서 따스함을 주는 디자인-스큐어모피즘이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인 스콧 포스탈이 맡았다.
사실 이 두 가지 디자인 철학은 쉽게 융합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나는 극도의 절제를 요구했고 다른 하나는 극도의 사실성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애플은 아니 정확히 말해서 스티브 잡스는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요소가 균형잡히게 들어있는 애플 제품을 좋아했고 동시에 사랑했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결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새로운 CEO로 팀 쿡이 오른 순간부터 위험한 균형은 삐걱거렸고 iOS6의 지도 서비스를 놓고 파국을 맞았다. 결국 스콧 포스탈이 애플 디자인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 나오게 될 iOS7은 보다 단조로운 미니멀리즘의 전면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갔다. (출처: 맥루머스, 번역: 클리앙)
이미 새로운 소식에 소개된 것처럼 스콧 포스탈이 사임한 후 조니 아이브가 주도하는 iOS 7의 새로운 디자인은 스큐어모픽을 많이 없애 더 단조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큐어모피즘은 전 iOS 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 스콧 포스탈이 좋아했던 디자인 컨셉이다. 예를 들면, Notes와 Find My Friends 같은 앱들은 가죽 디자인 액센트를, Game Center는 당구대 텍스처 느낌을 제공한다.
그러나 iOS 7에서는 이 모든 요소들이 다 제거될 예정이라고 All Things D는 말했다. All Things D는 현 애플 직원들과 전 애플 직원들을 인용해 조니 아이브는 "비 포스탈화" (deForstallization)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오늘 애플의 iOS 7의 내부 타임라인이 지연되고 있어, 엔지니어들이 6월 WWDC에서 iOS 7 프리뷰를 준비하기 위해 오버타임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스들은 애플이 iOS 7을 일정에 맞게 출시하기 위해 OS X 10.9 엔지니어들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옛말에 유능한 지휘관 열 명의 지휘보다는 평범한 지휘관 한 명의 지휘가 났다고 했다. 일사분란한 지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융합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한 사람의 통합적인 디자인이 좋다.
굳이 스콧 포스탈과 조나단 아이브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면 아이브 쪽을 선택하는 것도 옳다. 내가 팀쿡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한 아쉬움은 남는다.
애플의 iOS 디자인, 단순함만이 정답일까?
지금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쿠퍼티노의 요리사는 애플의 현 상황을 무너뜨리지 않고 순조롭게 끌고 나가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애플 제품을 전반적으로 두드러지게 만든 디자인이 미니멀리즘이므로 단순함이 스티브 잡스의 뜻이자 성공비결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스큐어모피즘이란 아날로그 요소는 미니멀리즘 뒤에 숨어서 양념 역할 정도를 했던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분명 디터람스의 디자인에서 이어진 미니멀리즘은 훌륭한 철학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정답이 없다. 사람은 무엇이든 질리기 마련이고 유행이란 바뀌기 마련이다.
변화가 빠른 패션계를 보면 어떤 때는 화려하고 장식이 많은 옷이 유행하다가 어떨 때는 기능미에 충실한 심플한 옷이 유행한다. 여자들의 치마길이는 수시로 길어졌다 짧아진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전동공구 같은 실용품이 아닌 이상 디자인의 유행은 바뀔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단순함(미니멀리즘)과 사실성(스큐모피즘)이란 양 극단을 조화시킨 잡스의 능력을 존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관적인 잡스가 왜 두 가지를 굳이 함께 놓았는가를 생각해보자. 언제든 소비자가 싫증을 내고 유행이 바뀔 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해서다. 하드웨어가 너무 단조로우면 운영체제가 약간 화려하게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균형과 보완이 힘들게 되었다.
새로운 iOS7의 디자인이 보다 절제되고 기능미가 넘치게 될 거란 사실은 좋은 일이다. 그로인해 속도가 빨라지고 쾌적해지는 건 중요하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애플 제품에서 아날로그적 따스함이 사라진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단순함만이 정답은 아니다. 결국 그 제품을 사서 쓰는 것은 영혼을 가지고 싫증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새로 나오게 될 iOS7을 기다리면서 애플이 앞으로 스큐어모피즘의 요소도 계승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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