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떨 때 보면 세상은 어이없을 정도로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다. 예를 들어서 아직도 엘비스 프레슬리가 미국에 생존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히틀러가 살아서 남미에 있으며 나치 독일의 과학기술이 남극기지에서 발진하는 UFO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차기 아이폰


하긴 이런 것은 따지고보면 한국 국회의사당 돔이 갈리지며 태권브이가 나온다는 초등학생의 이야기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수준의 이야기지만 흥미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희망이 강하게 섞였기 때문이다.


애플과 관련해서 나는 스티브 잡스가 실은 죽지 않았으며 쿠퍼티노의 비밀 지하실험실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첨단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는 소문이 왜 퍼지지 않았는지 신기했다. 미국에서는 얼마전 사망한 가수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다는 소문마저 나돌았던 예가 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역시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가 뉴스를 가장하고 들렸다. 아래 뉴스를 보자. (출처)



차기 아이폰


애플 정부 연락 책임자는 차기 iPhone 두 세대들은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 개발되고, 디자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샌프랜시스코 지검의 조지 개스콘이 스마트폰과 태블릿들의 도난들에 대한 조사 중 애플 정부 연락 책임자 마이클 풀크스가 언급한 것을 샌프랜시스코 이그재미너에 공개한 것이다.


개스콘은 지난 주 한 시간 동안 풀크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이 디자인들이 팀 쿡이 CEO가 되기 전에 선행된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폰4S를 두고 잡스의 마지막 선물이라든가, 잡스의 유작이라는 말이 한창 있었을 때 누구도 이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애플에서 그때 정색을 하면서 사실 잡스가 미리 몇 세대의 아이폰을 다 설계해두었다는 말을 했다면 나는 위의 기사를 믿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사실상 인정한 일을 뒤엎는 새로운 뉴스가 나왔다. 스티브 잡스가 차세대 아이폰 두 개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사실일까? 어떤 의미에서 기업 연구소에서는 한꺼번에 십년 후의 제품 설계를 해놓는 일도 있다. 완전히 말도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잡스가 살아있을 때 연구원들이 기본 컨셉과 디자인을 제시했고 잡스가 오케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잡스의 손길을 탔다고 말할 정도가 될까? 



차기 아이폰


아이폰에 아직도 스티브 잡스의 손길이 있을까?


여기서 특히 생각해볼 점은 단 하나이다. 이미 죽어서 전설이 된 존재인 잡스가 왜 굳이 이 시점에서 언급되어야 하는가 이다. 지금부터 나올 두 세대의 아이폰에 잡스의 손길이 있고 없고가 그렇게 중요할까? 남아있는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와 나머지 천재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일까? 완전히 똑같은 애플 제품인데 잡스의 손길이 갔다고 인정하면 언론이 훨씬 호의적이 될까? 혹은 소비자의 구입량이 몇 배로 증가하기라도 할까?


결국 이런 이야기는 같은 제품이라도 잡스의 손길이 있었다면 훨씬 잘 팔리고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는 누군가의 기대에서 생긴다. 애플이란 브랜드만으로는 부족한 어떤 전설적이고 종교적인 효과를 누리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미 아이폰에 잡스의 손길은 없다. 설령 아주 약간의 개입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적인 기술혁신이나 디자인 요소의 진보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어떤 천재도 자기가 죽은 후의 유행이나 기술적 흐름까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이 애플이란 회사에서 충실히 계승된다는 보장도 없다.



차기 아이폰


여기 또 하나의 뉴스를 보자 (출처)


스티브 잡스의 오랜 조언자 켄 시걸은 애플이 iPhone 명칭 시스템을 망쳤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의 오랜 광고대행회사 TBW A/Chiat/Day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고, 후에 2008년까지 애플에서 자문역으로 일했다. 그의 애플에서의 역할은 애플의 브랜드들을 어떻게 작명하느냐를 스티브 잡스에게 조언하는 것이었다. 


시걸은 그의 블로그에서 애플이 iPad과 iPhone의 명칭 시스템에서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었고, 이는 애플 브랜드들에게 손상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애플이 iPad - iPad 2 - New iPad으로 명칭을 정했는데, 왜 iPad 3라고 안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New iPad이라고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iPhone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애플은 iPhone 4 이후에 iPhone 5가 아니라, iPhone 4S로 불렀는데,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애플의 메이저 업그레이드는 한 해 걸러 나오고, 그 중간에 증분 업그레이드로서 "S" 모델을 내놓는다는 설명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애플이 의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하고, 애플은 "4S"를 결코 쓰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걸은 이를 부르고 읽을 때마다 어색한 이름이고, "4S"는 절대로 "4"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모델 번호에 "S"를 붙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약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수수한 향상들을 제공하는 우리의 중간 해 제품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와 같이 애플은 분명히 잡스가 지시하고 만들었을 요소인 아이폰의 명칭 시스템마저 제대로 계승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에게 조언하는 시걸은 잡스가 명칭 시스템을 망쳤다고 말하지 않았다. 애플이 망쳤다고 했다. 그것은 잡스는 자기 말을 들었는데 애플은 잡스가 만든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차기 아이폰


물론 애플 나름대로의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해보자. 분명히 만들어놓은 잡스의 명칭 시스템마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바꾸는 것이 애플이다. 그런데 잡스가 연구소에서 나온 훨씬 미래의 아이폰 세대를 보고 지시한 것을 아무 것도 바꾸지 않고 내놓을 것인가?


아이폰이 잡스의 손길이 있다고 해도 이미 남아있는 현재 애플 직원의 손길이 그 위를 덮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차세대 아이폰은 단지 골동품일 뿐이다. 역사는 살아있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결코 죽은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물론 위대하다. 하지만 애플 제품을 둘러싼 잡스의 전설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