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나온 뉴스 가운데 애플과 인텔의 연합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다. 애플과 인텔 연합, 미래를 바꿀 것인가? 라는 글이었다.


애플과 인텔의 연합, 미래를 바꿀 것인가?


여기서 가장 재미있었던 반응은 이 글에 달린 첫 리플이었다. 악플이라고도 볼 수 있는 리플은 이 뉴스에 따른 내 분석을 다른 블로거의 것과 똑같으며 오히려 더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물론 현재 파워블로거를 포함한 한국 IT블로거의 수준으로 본다면 그 악플도 맞는 부분이 있다. 대체로 진영논리에 따라 해석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뉴스인 애플과 삼성 비교 같은 것을 제외하면 뉴스를 소개하고 거기서 이끌어내는 결론이란 대충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수준의 악플이 달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완전히 비슷한 결론과 해석을 내린 뉴스라면 처음부터 쓰지 않는다. 나는 어떤 뉴스를 소개한다면 좀더 진보된 해석을 내놓든가, 다른 방향에서 풀어본다. 따라서 애플과 인텔의 연합에 대해 해석한 내 글은 총 3편으로 나뉘어졌다. 이번에 그 마지막 이야기 해석을 해보겠다.


애플과 인텔의 연합. 이것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이제까지의 전개과정을 일단 아주 간단히 정리해보자.





1. 애플은 매킨토시에 전면적으로 인텔칩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ARM에서 설계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칩을 쓰고 있는데 외부 업체에 제조를 위탁하고 있으며 이제까지는 한국의 삼성이 맡아왔다.


2. 애플은 삼성과의 특허권 분쟁을 비롯한 여러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부품 하청관계를 줄여가기를 원한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 부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까지 맞물려 인텔이 애플에 제안을 했다.


3. 인텔이 최신공정과 높은 수율로 아이폰용 ARM칩 제조를 해주겠다. 대신 아이패드에는 인텔의 X86 칩을 채용해달라. 이것이 그 주된 내용이며 애플은 아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4. 그동안 애플은 인텔칩의 저전력 성능에 불만을 표시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킨토시조차 다른 칩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ARM기반 맥의 가능성. 혹은 AMD칩 기반 맥의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애플이 인텔에 요구할 것은 세 가지이다. 첫번째는 ARM칩과 비슷한 저전력화, 두번째는 애플이 요구하는 사양에 맞추는 모델의 주문생산이다. 세번째로는 칩 공급단가를 낮추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두번째와 세번째는 인텔이 의지만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저전력화인데 인텔의 기술도 문제지만 저전력화는 당연히 성능하락을 가져온다. 마치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저전력칩이란 처음부터 일정한 성능하락을 염두에 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같은 저전력칩이라도  만일 저전력소모를 포기하고 클럭을 높이고 코어수를 늘리면 엄청난 성능향상을 가져온다. 우리가 흔히 보는 CPU 오버클럭이 바로 이런 원리이다.


만일 애플과 인텔이 손을 잡았다고 치자. 그래서 아이패드에 인텔칩이 들어가고 노트북까지 인텔의 저전력칩이 장악하게 된다면? 그래서 iOS와 안드로이드가 가벼운 PC영역까지 차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그것은 혁명에 가까운 사건으로서 IT산업의 모든 부문이 혁명적으로 바뀐다.


우리가 쓰는 모든 노트북에서 냉각팬이 사라진다. 태블릿의 저전력소모 칩은 당연히 낮은 발열을 가져오기에 선풍기 타입의 회전하는 냉각팬은 필요없다. 아마도 히트파이프와 방열판 정도면 충분한 정도의 낮은 에너지 소모와 저발열 기기가 될 것이다. 이런 유행은 고성능 영역을 제외한 데스크탑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혁명을 가져올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


애플과 인텔, PC의 혁명을 가져올 방법은?





이런 저발열 칩에서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접근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까지 PC의 개발자들은 소프트웨어의 실행속도와 그에 따른 최적화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메모리 값은 싸지고, CPU 속도와 코어 갯수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발편의성이 더 중요했다. 따라서 그런 결과로 우리는 끊임없는 '가상화', '모듈화', '자동화' 된 코딩을 추구하는 개발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심지어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했다.



아주 쉽고 간단한 비유적 예를 들어보자. 1부터 10까지 전부 더하는 계산이 있다고 치자. 만일 칩이 느리고 메모리가 부족하다면 고전적인 수학지식을 써서 1+10, 2+9의 예산 결과가 동일하다는 것에 착안해서 11에 5를 곱해주는 것으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먼저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해서 모자라는 칩성능으로도 빠르게 계산할 수 있게 프로그래머가 모든 정성을 다해서 최적화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능낮은 칩으로도 소비자는 쾌적한 반응과 성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것조차 귀찮아서 그냥 1에서 10까지를 전부 더하게 만든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칩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메모리도 증가하는 데 그런 최적화에 신경쓰느니 일분이라도 빨리 코딩해서 시장에 내놓아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운영체제 회사는 언어의 라이브러리 모듈 등을 통해서 이 중간 과정을 가상화하면서 최적화가 덜 된 수준의 알고리즘을 그냥 클릭 한번으로 쓰도록 유도한다.  어차피 컴퓨터의 속도는 무한히 빨라지고 메모리는 많아질 것이며 소비자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쳇바퀴를 돌고 있다. 계속 PC하드웨어는 빨라지고 넓어지는데, 막상 우리가 쓰는 운영체제를 한번만 업그레이드하면 다시 느려지고 저장공간이 좁아진다. 같은 하드웨어에 십년전 운영체제를 써보자. 엄청난 속도향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과 인텔의 연합이 PC까지 차지할 혁명을 실천할 방법은 소프트웨어적인 최적화이다. 저발열로 인한 상대적 저성능 칩으로도 고성능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방적인 가상화와 모듈화가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코딩 수준에서 끊임없는 최적화를 하는 것이다.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도, 개인 개발자도 모두 이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새로운 혁명이 온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저전력칩에서 실행되는 앱이 엄청난 굉음과 열을 펄펄 내며 동작하는 PC 보다 전기를 덜 먹으면서도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PC는 낭비되는 컴퓨팅 파워가 너무 많다. 효율적인 리소스 관리와 최적화가 소비자에게 가져올 혁명은 간단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냉각팬 소음이 없고 열도 거의 나지 않는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된다. 




관련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