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우리는 쓰레기 같은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고.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만 만들 것이라고. 이 말은 오랫동안 애플의 제품전략과 철학을 상징하는 문구로 쓰였다. 넷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에도 애플은 그런 저가붐에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은 맥북에어를 내놓아서는 쓸만하고 가벼운 노트북의 개념을 만들고 넷북에서 관심을 빼앗아오기까지 했다.





2년전 저가형 아이폰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애플은 그런 루머를 부정했다. 나 역시 애플이 그 시점에서 저가형 아이폰을 따로 만들 수는 있어도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 바탕에는 애플이 이익률을 희생하면서 일부러 저가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추측이 깔려 있었다.

 

저가 아이폰, 애플제품군의 문제점은?


애플의 저가 아이폰 출시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미국의 불룸버그다. 이렇게 연이어 나오는 정도라면 단순한 희망사항은 아닌 듯 싶다. 스티브 잡스라면 몰라도 팀쿡이 커다란 결심을 하고 저가형 아이폰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블룸버그는 오늘 애플이 빠르면 올해 말 $99-$149 가격대의 저가형 iPhone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익명의 소스에 의하면, 애플은 적어도 미국 내 한 통신사와 이 계획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임원들은 이머징 시장의 고객들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저렴한 부품들로 만든 저가형 iPhone을 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다른 소스는 말했다. 이 저가형 iPhone은 애플로 하여금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하면, 2012년 3분기에 안드로이드는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75%를 기록했고, 애플은 15%를 기록했다.


애플 CEO 팀 쿡은 중국시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9월 분기에 중국시장에서 57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했고, 지난 달 출시 주말에 200만 대 이상의 iPhone 5를 팔았다. iPhone의 저가형 버전을 추가하는 것은 애플에게 전략 변경이 될 것이고, 애플은 현재까지 가격을 의식하는 고객들에게 구형 모델들을 더 싼 가격으로 제공했다.


이 저가형 iPhone은 더 저렴한 부품들을 사용하고, 기존 모델들보다 더 작아질 수도 있다. 이 계획을 브리핑 받았던 사람들에 의하면, 애플은 복수의 무선 네트웍들에서 작동하는 더 다목적인 버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제까지 2억7,000만 대 이상의 iPhone을 판매했고, 작년에는 iPhone이 애플 매출의 절반이 넘는 805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했다.

 

애플이 소득이 적은 저 개발국을 겨냥해서 따로 싼 가격의 아이폰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애플이 싸구려 저가품을 따로 만든 전례가 없다고 반박한다. 어떤 사람들은 애플이 아이팟에서 엄청난 저가 공세로 아이리버를 침몰시킨 사례를 들기도 한다.





사실 양쪽의 주장 모두가 일리가 있다. 애플이 지금에 와서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애플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상황은 지금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애플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저가형 아이폰, 애플은 왜 변해야 하는가?


2년전, 나는 말했다.애플에는 이미 저가형 아이폰이 있다고. 바로 애플의 지난 모델로서 백 달러씩 싸게 파는 모델을 가리킨다. 아이폰4S와 아이폰4를 저개발국에 가져다 파는 선택은 지금도 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자인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훨씬 고급스러운 하드웨어 사양의 스마트폰을 비슷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아무리 아이폰이라고 해도 싱글코어에 메모리 256MB의 기기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이것을 사서 2년 동안 약정해서 써도 만족스러우실 겁니다.'라고 말하기는 쑥스럽다.


애플이 저가형 아이폰을 내놓는다면 결국 하드웨어 사양을 어느정도 유지하는 선에서 원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제품 외관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산화알루미늄과 고릴라글래스 같은 고급스럽고 원가가 많이 드는 부분을 빼는 것이다. 대신에 아이팟터치 같이 대량생산에 유리하고 싸게 먹히는 정도의 케이스를 제공할 것이다. 이 밖에도 디스플레이에서도 한 세대 정도 지난 것을 쓸 것이다. 이렇게 해도 소비자들은 그럭저럭 쓸만한 최신 아이폰으로 느낄 수 있다.


애플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누군가는 애플이 중시하는 것은 이익률일뿐, 점유율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국의 저가제품 때문에 어차피 그런 시도는 실패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애플은 시도해야 한다. 점유율을높이고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 제품전략 변화는 궁극적으로 한가지 목적을 가진다. 바로 애플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애플이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점유율이 장기적으로 애플 생태계의 축소를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의 맥을 보자. 분명 좋은 하드웨어이고 이익률도 높다. 하지만 맥용으로 나오는 어플과 윈도우로 나오는 어플의 양적 차이는 너무도 확연해서 논할 가치도 없다. 


이것이 바로 전세계 9퍼센트 미만과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운영체제 생태계의 차이다. 윈도우가 아무리 불법복사가 많고 저가PC 사용자들이 찾는 운영체제라고 해도 그들이 구매력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설령 돈이 없어서 넷북을 산 사람이라도 꼭 필요한 어플 하나는 정품을 구입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어플 제작자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윈도우 용을 우선해서 개발하게 된다. 또한 그런 생태계 때문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윈도우PC를 산다.


지금 아이폰의 점유율이 축소되면서 안드로이드가 점유율을 확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예전과 달리 요즘 쓸만한 앱은 아이폰에만 나와있지 않다. 안드로이드용으로도 반드시 있다. 따라서 앱을 똑같이 쓸 수 있다면 굳이 비싼 아이폰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전부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이 바로 앱개발자를 끌어들이는 잠재고객이다. 





따라서 이대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 확대를 보고만 있으면 반대로 아이폰의 앱생태계가 타격을 입는다. 아이폰이 개발에도 편하고 좋지만 100만명이 쓰는 플랫폼 VS 1000만명이 쓰는 플랫폼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면 개발자는 후자를 택하기 마련이다. 저가형 아이폰이 인구가 많은 시장을 위해 특별히 나온다는 점에 유의하자.


과연 애플이 저가형 아이폰을 내놓을 것인가? 단일화된 제품전략을 변경할 것인가?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애플의 리더는 팀쿡이다. 그가 과연 저가형 아이폰을 옳은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될 지 한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