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이었던 어떤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사라지고 난 뒤, 권력을 계승한 지도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이것은 세계 역사에서 항상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다. 실제로 그 위치에 선 사람에게는 매우 곤혹스럽지만 역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흥미있는 연구대상이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카이사르는 밝고 쾌활하며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리더쉽을 발휘했다. 병사에게나 시민에게나 그는 인기있고 위대한 사령관이었다. 반대로 그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는 조용하고 침착하며 뒤에 숨어서 통치하는 리더쉽을 구사했다. 장막 뒤에서 통치하는 지도자였던 것이다. 이렇게 확 차이나는 스타일은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철권통치를 하던 박정희와 전두환의 뒤를 이어 직접선거로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스스로는 '보통사람'이라고 하며 보다 친근감을 풍기는 리더쉽을 선택했다.


IT기업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애플의 '위대한 독재자' 였던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난 뒤 CEO가 된 팀쿡의 리더쉽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가 애플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미국의 타임지가 보도한 내용 일부를 우선 소개한다. (출처: 타임지, 번역: 클리앙)



스티브 잡스가 직접 본인의 후계자를 뽑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정 반대의 성격으로 보입니다. 잡스는 목소리 크고, 자신만만하며, 예측할 수 없고, 방해받지 않으며 면도도 하지 않습니다. 반면 팀 쿡은 애플의 CEO라기보다는 애플 제품과 비슷한데 조용하고 깔끔하며, 조심스럽게 관리받은 것처럼 보이고, 꼼꼼하게 정비되었으면서도 이상하리만티 따뜻하고 매력적입니다. 쿡의 희끗한 머리는 마치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해 선 넣은 알루미늄으로 중국에서 제작한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요.


또한 쿡은 애플 제품처럼 부드럽고 빠르게 잘 행동합니다. 


쿡은 이런 일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냈습니다. 잡스는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번개같은 눈썹을 부라리며 자신에게 동의하거나 제발 그만하라는 생각으로 동의하는 척 할때까지 윽박질렀습니다. 쿡은 남부지방의 느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상대를 설득합니다. 그는 상대에게 찾아가지 않고 상대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상대가 찾아오는 이유는 의무가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입니다.


잡스 또한 그런 접근법을 원했습니다. 잡스는 쿡이 자신의 모방품이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쿡은 "스티브가 말하길 '오늘부터, 절대로 내가 뭘 하려 했을까를 묻지 마. 올바른 일을 해'"라고 말했습니다.


쿡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기술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는 게 알맞다고 기자는 평가했습니다. 


2012년에 많은 혁신적 제품을 내놓았지만 점증적인(incremental) 혁신의 성격이 강합니다. 보통 회사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이것만으로 애플이 지금의 위치를 이룬 것은 아닙니다. 애플의 핵심은 약진으로서,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거나 깊이 파지 못한 시장 - PC,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스마트폰, 타블렛 - 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음 목표는 TV일지도 모릅니다. 


쿡에게 애플의 그런 수법이 계속될 것이냐고 묻지 그는 웃으면서 "예. 물론이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쿡의 내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내놓고 새로운 것에 집중하게 될 때 우리 모두는 잡스가 그에게서 봤던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에 드러난 내용으로 보았을 때 나는 위에서 예를 든 로마의 두 지도자로서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예를 떠올렸다. 두 명 모두 성공한 지도자이자 황제정치로 전환한 로마의 기초를 탄탄히 쌓은 리더쉽을 발휘했다. 애플이 그처럼 성공해주기를 바라는 개인적인 바램도 있다.


가장 재미있는 표현은 '쿡은 애플 제품처럼 부드럽고 빠르게 잘 행동합니다.' 라는 것이다. 이 말은 그저 팀쿡의 성격을 비유한 미국적인 농담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팀쿡 자체가 그야말로 애플이 낳은 특수 제품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스티브 잡스가 없는 이후의 애플을 팀쿡이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그로 인해 애플은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


팀쿡의 리더쉽, 애플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팀쿡과 스티브 잡스를 구별짓는 차이점은 명백하다. 첫번째로 팀쿡은 스티브 잡스처럼 호통치지 않는다. 두번째로 팀쿡이 미래를 내다보는 방식의 카리스마를 내뿜지 않는다. 타임지 기자는 그저 아직 미래는 내다보는 능력을 보여주지 않은 것 뿐이라고 평가한다.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뒤 애플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평범한 미국 IT회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것만으로 해고당할 지 모른다는 공포와 무엇을 발표하든 항상 대중의 칭송을 받는다는 마법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팀쿡과 스티브 잡스는 공통적으로 근면하며 고집이 있다. 따라서 팀쿡 체제하에서 적어도 애플이 방만하게 흘러가거나 느닷없이 비틀거릴 이유는 없다.


팀쿡 체제하의 애플은 최대한 스티브 잡스가 있는 것처럼 움직일 것이다. 물론 잡스는 팀쿡에게 옳다고 믿는 일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체로 기부문제나 직원 처우 같은 것을 제외하면, 팀쿡이 옳다고 믿는 것은 잡스가 옳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그러니 커다란 전략에서는 잡스가 세워놓는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움직일 것이다.


약간 비꼬아서 이야기하자면 팀쿡은 잡스가 세워놓은 전략 이상의 탁월한 무엇인가를 세워놓을 능력이 없다. 그는 잡스의 유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이다. 배트맨이 없는 고담그룹의 집사는 마치 웨인이 있는 것처럼 그룹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집사는 배트맨처럼 가면을 쓰고 뛰어다닐 수 없다.


남아있는 인재들의 활약과 이어지는 전략에 의해 애플제품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애플제품처럼 부드럽고 빠르게 말이다. 팀쿡은 애플이라는 회사 전제를 애플 제품처럼 문제없이 잘 동작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빠진 게 있다. 팀쿡의 애플은 마치 하드웨어가 바뀌지 않는 애플 제품을 운영체제만 바꾸어가며 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줄 것이다. 





그것은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아이폰3GS에 iOS 4를 올리게 되면 여전히 좋지만 무엇인가 답답하고 느려진 느낌을 받는다. 나아가서 5,6로 업그레이드 하게 되면 어떤가? 점점 참을 수 없을 만큼 갑갑해진다. 근본적인 하드웨어의 변화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호되고 강하게 몰아치는 리더쉽이 변화를 주고 구성원에게 긴장을 심어준다. 강력한 변화의 원동력은 위기감에서 나온다. 팀쿡이 잡스에 비해 빠진 점이 바로 그것이며 애플에는 현재 그런 역할을 해줄 다른 경영진이 없다. 디자인에 한정해서는 조나단 아이브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그저 디자인 뿐이다. 아이브는 운영체제를 만들 수도 없고, 하드웨어를 설계할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 팀쿡의 리더쉽은 애플을 한동안 전성기로 이끌겠지만 서서히 하향곡선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또다른 타입의 리더쉽을 가진 인물을 영입하든가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보는 지금 애플의 현실이다.